고기줘. 안 그럼 나 삐뚤어질테야
순돌이 : 아빠 고기줘.
아빠 : 꼭 고기여야 돼? 너도 알잖아. 아빠가 고기를 자주 먹지 않아서 고기 반찬이 늘 있는 건 아니라는 거.
순돌이 : 아빠의 삶은 아빠의 삶으로 인정해. 그러니까 내 삶도 인정해줘. 고기줘.
아빠 : 참내...없는 고기를 당장에 어떻게 하라고... 순돌아, 너 이방원 알지?
순돌이 : 응
아빠 : 이방원이 하여가라는 걸 지었잖아.
순돌이 : 그래서?
아빠 : 자 들어봐.
고긴들 어떠하며 야채인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 년까지 누려보세
캬~~~ 멋지지 않냐?
고기줘. 아니면 이제 아빠랑 말도 안할 테야
순돌이 : 나도 멋지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방원의 하여가에 대해 정몽주가 단심가로 답을 했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고기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캬~~~ 멋지지 않아? 그러니까 고기줘.
아빠 : 내가 졌다 졌어. 그대신 니가 바라는 그런 고기는 없고 달걀 후라이도 괜찮을까? 대신 야채도 섞어서. 아빠의 밥 반찬으로 달걀 후라이를 해서 너도 조금 줄게
순돌이 : 좋아. 내가 마음이 넓으니까 오늘은 달걀 후라이로 넘어갈게. 하지만 내일이라도 고기 좀 먹어. 고기를 먹어야 힘도 쓰고 배드민턴도 치고 공부도 하고 그러지. 내가 고기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알지? 이게 다~ 아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아빠 : 그래 그래 고맙다. 너의 그 깊은 마음을 받아 조만간 고기 반찬도 먹을게
순돌이 : 헤~~~~ 아빠 사랑해~~~
아빠 : 순돌아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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