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몇 년 배우는 동안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수 백 번 쯤? ㅋㅋㅋ
실제로 그만 뒀을 때도 있구요.
잊지 못해 다시 시작했지만 ㅋㅋ
레슨날만 다가오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인생이 부담스럽고
내가 왜 이렇게 하고 있나 싶고
그냥 듣기만 하면 안될까 싶기도 하고 그래요 ㅋㅋㅋ
그런데도 이상한 건 자꾸 하게 된다는 거에요.
지금 피아노샘이 출산 휴가중이에요
그래서 몇 주 동안 레슨이 없어요
그러니...인생이 왜 이렇게 여유롭게 편안한지 모르겠어요. ^----------^
1회 30분, 주 2회 레슨을 하는데
제 마음이 쫓길 때가 많거든요.
아이고...이번에는 이거 연습해야 하는데...오늘이 무슨 요일이지?...벌써...아이고...이러는 거에요.
어떨 때는 자다가도 생각을 해요.
'아...내일은 이렇게 연습을 해야겠다...'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고
피아노샘도 그냥 부담갖지 말라고 하는데...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내 돈 내고 내가 힘들여서 내 시간 써 가며 이 고생을 왜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연습이든 수업이든 하고 나서 느끼는 자유로움 편안함 기쁨 등등이 큰 가 봐요
조금전에 라디오에서 베토벤 교향곡 7번이 나왔어요.
일부러 그 곡을 들으려고 튼 것도 아니고 그냥 흘러나오는 곡이 제 귀로 들어왔을 뿐인데도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해방감 같은게 들더라구요.
예전 피아노샘이 그런 얘길한 적이 있었어요.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피아노를 왕창 치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피아노 레슨 받을 때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만 두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어째 저째 몇 년 동안 해 왔다고 하니깐 바이올린샘이 그러더라구요.
"음악이란 게 약간 마약 같죠...^^''
그러고 보니 약간 그런 것 같아요.
끊고 싶어도 잘 안 끊어지기도 하고,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예전에 금연침까지 맞아가며 담배를 끊으려고 했을 때 그랬거든요. ㅋㅋㅋ
가끔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해요.
내가 술을 먹나 담배를 피나 노름을 하나 게임을 하나 옷을 사나 놀러를 다니나...^^
한 주, 한 달 생활을 돌아보면 제일 많은 노력과 시간과 돈을 쓰는 게 음악 관련 된 것 같아요.
레슨비와 공연 입장료 ㅋㅋㅋㅋ
다른 물건 살 때는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비교하면서 10원이라도 싼 곳을 열심히 찾는데...레슨비와 입장료는 아깝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더라구요.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마음이 더 열리는 가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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