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밖을 향했다. 바로 그 순간 숱 많은 머리채를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검은 치마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채 빗속을 달려가는 여자가 보였다. 탄탄하고 둥그스름한 몸매가 비에 젖어 달라붙은 옷 위로 드러나 고혹적이었다.
...
<아이고 성모님...> 창문가에 앉아 있던 솜털 수염이 보송보송한 젊은이 하나가 중얼거렸다.
<저 요부 같은 년에게 저주가 내릴지어다!> 마을의 임시 순경인 마놀라카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암, 저주가 내려야 하고 말고, 사내 가슴에 불을 질러 그 불길에 타 죽게 하니까!> - 145
<도대체 누가 만들어 내었는가? 이 주저의 미로를, 이 추측의 사원을, 이 죄악의 물주머니를, 천 가지 기만이 파종된 이 밭을, 이 지옥의 문을, 잔꾀로 넘쳐 나는 이 바구니를, 꿀맛이 나는 이 독을, 중생을 땅에 묶어 놓는 이 사슬을-바로 여자를!>
나는 화덕 앞 바닥에 앉아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이 붓다의 노래를 옮겨 적고 있었다. 마魔를 몰아내려는 몸부림이었다. 내 마음속에 들어앉은 비에 젖은 여인의 몸, 그 영상을 떨쳐 내려 기를 썼다. 여인의 육체는 그 겨울 내내 밤마다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내 눈앞을 지나갔다.
...
나는 과부가, 탄력 있는 허벅지와 엉덩이를 한 여자 형상의 악령, 마라魔羅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마라와 싸웠다. 나는 붓다의 집필에 전념했다. - 169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 책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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