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피아노 학원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샘 : 왼손 다섯손가락을 도레미파솔 건반 위에 올려보세요.
나 : 네
샘 : 도~~~ 해 보세요.
나 : 도~~~
샘: 다른 손가락은 들지 말고 5번 손가락만 들었다 쳐보세요
나 : 도~~~
샘 : 레~~~
나 : 레~~~
샘 : 소리가 너무 약해요
나 :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레~~~
샘 : 다른 손가락이 들리잖아요. 4번 손가락만 들고 치세요.
나 : (아...울고 싶어라 ㅜㅜ) 레~~~
샘 : 피아노 치기 전이든 어쨌든 계속 손가락과 팔을 스트레칭 해주세요.
나 : 네...아이고 죽겠어요. 샘! 이거 안 해 본 사람은 정말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를 거에요. 피아노 그거 그냥 치면 되는 거 아냐 하지 싶어요.
샘 : 하하하. 그렇죠.. 피아노 치는데 체력이 정말 많이 필요해요. 제가 대학 다닐 때 친구 하나가 1년 동안 휴학을 하고 오더니 살이 10kg 빠졌더라구요. 1년 동안 죽어라고 피아노만 쳤대요.
나 : (그동안 피아노와 관련된 완전 깜놀할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목소리로) 아...네...
그러고는 둘이 잠깐 손가락과 팔을 풀었습니다. 이제 다 됐거니 하는데....그런데...시련은 장맛비처럼 그칠 줄 모르더라구요... ㅜㅜ
샘 : 도~~~ 눌러 보세요
나 : 도~~~
샘 : 소리가 너무 얕아요. 건반을 깊게 눌러 보세요
나 : 도~~~
샘 : 소리가 너무 강하게만 나요. 소리가 울려서 퍼져나가도록 해보세요
나 : 도~~~
샘 : 그렇다고 너무 손목을 들지 마시구요. 제 손목의 위치를 한번 보세요.
나 : (아...울고 싶어라 ㅜㅜ) 도~~~
샘 : 소리에 힘이 없어요. 손끝에 순간적으로 힘을 주는 거에요. 다시 해보세요.
나 : (아...내가 왜 이걸 시작해가지고...ㅠㅠ) 도~~~
샘 : (뚜껑이 열려 있는 피아노 속을 가리키며) 건반을 누르면서 이쪽도 한번 보세요. 어떤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울림을 느껴보세요.
나 : (제발 살려 주세요...ㅠㅠ) 도~~~
아이고...아무튼 그러는 사이에 다른 학생들이 오기 시작하고 레슨 시간이 다 끝나 갑니다.
(앗싸! 살았다...내 돈 내고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지... ㅋㅋㅋ 휴~~~ ^^;;;)
샘 : 시간이 다 됐네요..제가 다른 학생 봐주러 가야 해서...
나 : (하하하 전 괜찮아요. 얼른 가보세요) 넵!
샘 : 레슨 끝나고 여기 그냥 앉아서 계속 소리를 찾아보세요. 며칠 동안 다른 건 하지 말고 이 소리만 찾아보면 좋겠어요.
나 : (울고 싶은 목소리를 꾹 누르고 이마를 피아노 위에 올려 놓으며) 네...
그렇게 학원 한 가운데,
학원을 오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보고 듣게 되는
딱 한 대 있는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서
도~~~ 도~~~ 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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