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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과 용기

순돌이 아빠^.^ 2020. 10. 30. 21:06

초등학교 졸업시험을 앞둔 어느 날, 릴라는 내게 나 혼자서는 도저히 실행에 옮길 만한 용기를 내지 못했을 또 하나의 일을 제안했따. 학교 수업을 하루 빼먹고 동네 밖으로 나가보자는 것이다. 그런 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기억이 닿는 한, 나는 4층 정도 높이의 하얀색 건물들과 뜰, 교구, 동네 공원의 범주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렇게 하고 싶은 욕구를 느껴본 적도 없었다. 들판 너머로는 기차며 자동차, 트럭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녔지만 단 한 번도 아버지나 선생님이나 나 자신에게조차 대체 저 많은 자동차며, 트럭, 기차들은 어떤 도시, 어떤 세계를 향해 가는 것인지 물어본 적도 없었다.
...
전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동네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잘 아는 그 경계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 91

 

아직 남은 시간은 많았고 가족 중 누구도 우리를 찾지 않을 것이다. 자유의 기쁨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나는 항상 그날 여행의 전반부를 생각한다. 터널에서 나온 순간과 끝없이 펼쳐진 곧은 길을 마주했을 때의 그 느낌. 리노는 그 길의 끝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미지에 노출된 듯한 그 느낌을 즐겼다. - 94

 

나는 비가 와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나는 익숙했던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처음으로 느껴본 그 거리감은 모든 걱정과 인간관계에서 나를 자유롭게 했다. - 99 

 

- 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한길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