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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순돌이 아빠^.^ 2020. 11. 26. 06:50

계단을 내려가면서부터 언제나처럼 나는 릴라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릴라의 처지에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때는 내 느낌이 맞는 것 같았다. 릴라는 신식가지에서 홀로 소외된 생활을 하고 있다. 신혼집에 틀어박혀서 스테파노에게 학대당하며 어떻게 해서든 스테파노의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 자신의 육체와 알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내기를 할 정도로 학교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나를 부러워한다.


릴라는 내가 자신보다 훨씬 자유로워보였을 것이다...그런 식으로 생각하다보니 내 감정은 릴라를 마지못해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그녀에 대한 경탄으로 바뀌었다. - 136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릴라의 얼굴에 나타났던 고통과 공포와 혐오감이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올리비에로 선생님의 험한 몰골과 통제력을 잃은 멜리나의 몸도 생각났다.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큰길에 서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까지 한정된 대상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그날은 우리 동네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들은 신경질적이고 남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손재들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구부정한 자세로 있거나 아니면 성가시기 짝이 없는 자식들에게 끔찍한 욕설을 퍼부었다. 눈과 볼이 움푹들어가고 너무 삐쩍 말랐거나 거대한 엉덩이와 부어오른 발목에 가슴이 축 처져 뚱뚱했다.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었고 안아달라고 보채는 어린아이들을 치마에 달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그때 당시 그들의 나이는 기껏해야 나보다 열 살에서 스무 살 정도 많은 정도였다...어머니들은 남편과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의 육신에 잠식되어 날이 갈수록 외모까지도 그들을 닮아갔다. - 136

 

- 엘레나 페란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한길사, 2020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에서 동백이와 향미

내가 그 사람이 될 수는 없어요.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 볼수도 없구요.

 

하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을 살펴보고

내가 만약 저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나도 저 사람처럼 그럴 때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다보면

 

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그 사람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 사람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감정이 바뀌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말이나 행동이 새로워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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