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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심정

순돌이 아빠^.^ 2021. 1. 27. 13:06

넷플릭스 드라마 <더 폴>에서 샐리는 살인범 폴의 아내에요. 폴이 체포된 뒤, 샐리는 자신의 남편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돼지요. 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자신과 아이들의 존재도, 그러니까 여성 연쇄살인범의 아내이자 자식들이란 게 알려지게 돼요. 

샐리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아이들을 차에 태운 뒤에 바다로 향해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아이들과 함께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마침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아이들과 샐리를 구했고, 그 과정이 영상에 담겨 방송됩니다. 경찰인 깁슨과 짐 등이 이 방송을 봐요.

 

짐 :  저 정도로 절박할 줄은 몰랐잖아

how were we to know she was that desperate?

깁슨 : 분노한 여인들은 저래요, 짐

it's what women do with their anger, jim

자신을 해치거나 자신의 핏줄인 아이들을 해치죠.

they harm themselves or extentions of themselves. 

정말이지...다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다니 어떤 심정이었겠어요?

i mean what...frame of mind must she have been in to think that they were all better off dead?

 

폴은 깁슨과의 심문 과정에서 세상 모든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도 미워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을 죽여왔지요.

 

그리고 깁슨이 말하지요. 분노한 여성들은 자신을 죽인다고. 

 

저의 아버지도 화가 나면 죽이겠다고 했어요. 저의 어머니는 화가 나면 죽어버리겠다고 하거나 저보고 같이 죽자고 했구요. 그럴 때면 어린 저는 무섭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어요. 폴과 샐리의 딸 올리비아처럼요.

 

남성인 폴과 저의 아버지는 죽이겠다고 했고, 여성인 샐리와 저의 어머니는 자신이 죽겠다고 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남성과 여성의 공격성의 차이일까요?

 

깁슨이 분노라고 했지만...단지 분노만은 아니겠지요. 분노와 슬픔, 좌절과 절망, 후회와 원망, 배신감과 무기력 등등의 마음이 쌓였을 거에요. 

 

샐리가 그런 절망감을 안고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한 것이 잘했다는 거는 아니에요. 샐리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아무 잘못도 없잖아요. 

아내와 아이들은 이런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데 폴은 병원에 편하게 누워 치료를 잘 받고 있어요. 자기가 저지른 일은 기억이 안난다고,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있지요.

 

치료만 잘 받는 게 아니라 담당 간호사한테 호감까지 사고 있으니...정말...이 망할놈의 새끼가! 이런 놈은 도대체 종자가 어떻게 된건지!!!

 

아이들과 샐리가 폴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으로 옮겨져요. 의사가 그러는데 샐리는 의식은 있는데 말을 하지 않는데요. 

 

깁슨 : 뉴스 영상은 보셨나요?

have you seen the newsreel footage?

의사 : 아뇨

no

깁슨 : 고의로 자신과 아이들의 목숨을 끊으려던 것 같아요. 

it looks like a deliberate attempt to kill herself and her children. 

의사 : 도와달라는 애원일까요?

a cry for help? 

깁슨 : 그럴지도요.

maybe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요...오죽 했으면... ㅠㅠ

 

정말 도움이 필요했던 건 폴이 아니라 샐리가 아니었을까요? 굳이 폴 같은 놈을 살릴 필요가 있을까요? 폴을 살리기 위해 쏟을 사람과 돈과 에너지가 있으면 차라리 샐리와 아이들을 돌보는데 쓰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폴이야 죽든 말든 내버려두구요. 저런 놈이야 알게 뭐에요.

깁슨이 멍하니 앉아 있는 올리비아를 만나러가요. 나를 기억하겠냐며, 좀 어떠냐고 물어요. 그러자 올리비아가 아무말하지 않고 두 팔을 벌려요. 그러자 깁슨이 올리비아에게 다가가서 가만히 안아줘요.

 

진짜 눈물나요...그저 말없이 두 팔을 벌리고 껴안는 그 모습이...

 

샐리에게도 누군가 그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왜 남편의 알리바이를 거짓으로 말했냐고 비난하기보다, 살인자의 아내라고 손가락질하기보다, 올리비아를 더이상 학교에 등교 시키지 말라고 하기보다...그렇게 그렇게 가만히 안아줬더라면...그런다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죽고 싶은 마음이 덜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조금은 더 살고 싶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조금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힘을 냈을수도...

 

샐리는 정말 죽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자기도 살고 싶고 아이들도 지키고 싶지만...

살아갈 방법을 모르겠고

살아갈 힘도 잃어버려서 어쩔 수 없었던 건 걸까요...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만큼

간절히 간절히 도움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