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한쪽 모퉁이에 있는 높다란 고드리지 캐비닛은 퍼빈이 혼자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 안에는 우산이며 여분의 옷, 그녀를 봄베이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치켜세운 <봄베이 사마차르> 기사 스크랩 따위가 들어 있었다. 퍼빈은 그 기사를 액자에 넣어 잠셰지 미스트리가 받은 수많은 표창과 나란히 아래층 벽에 걸고 싶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그건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여자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수도 있다는 걸 고객들한테 최대한 온건한 방식으로 알리는 것이 좋다나. - 16
퍼빈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파리드 씨의 변호사로 일했으면서 한 번도 부인들과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으시다고요?”
…
“파리드가 과부들은 철저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어. 내 의뢰인이 돌아가셨으니 그 집의 남성은 두 번째 부인의 젖먹이 아들이 유일하단다”
“푸르다나신은 남자들과 말을 섞지 않아요”...”제 어머니와 여동생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지만 부잣집에서는 상당수가 그렇게 한답니다. 특히 하나피 무슬림들은요” - 29
“푸르다나신은 베일을 쓰고 지내는 사람을 말하는 거지” - 30
여기에 여성용 샌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 집의 여자들이 외출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 - 112
여자는 긴속눈썹에 아름다운 눈을 가졌꼬, 비현실적일 정도로 흰 피부는 그녀가 주로 실내에서 지낸다는 사실을 방증해주었다. - 137
- 수자타 매시,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딜라일라북스, 2021
여전히 많은 사회,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가리고 고립시키고 숨기고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과 정도의 차이가 있기도 하구요.
아무튼 여성이 자신의 모습을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드러내면 대단히 큰 일이 난다고 주장합니다. 가리고 숨지 않으면 큰 죄나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압박을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차단하고 고립시키는동안 많은 여성들이 가려지고 숨겨진 상태로 온갖 폭력을 겪기도 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기도 하고, 활기와 생명력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옷이나 천으로 온몸을 가리라고 한다거나
집이라는 특정한 공간 외에는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거나
여자는 무조건 입을 다물어야 한다거나
큰 소리 내지말고 조신해야 한다거나
부모나 남편의 말에 순종해야 한다거나
몸 동작을 최대한 작게 하라고 한다거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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