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기

우리 부모님은 사랑이 없는 가정에서 자란 탓에 당신들이 가정을 꾸리고도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는 법을 몰랐으며, 사랑이 넘치는 가정환경을 만들어낼 줄도 몰랐다. 그래서 tv 드라마에 나오는 가족의 모습은 결코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다. 부모님은 자신들이 가장 친숙한 가족의 모습만이 현실이며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 드라마에서 가족 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비현실적인 것이 전혀 없었다. 거기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잘못을 하면 부모와 자식이 토론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잘못을 반성하고 해결책을 찾아냈다. - 61

 

더 중요한 것은 친구와 내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 기초해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이렇게 해결하는 것이라는 일종의 모범을 딸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친구는 내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뒤 변화된 행동을 보임으로써, 어머니로서의 위엄과 권위를 전혀 잃어버리지 않은 채 부모도 가끔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딸에게 보여주었다.

…

아이들은 타고나기를 타인에게 애정을 주고, 누군가에게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으면 자신 또한 애정으로 보답하게 되어 있다.

…

갓난아기에게도 사랑의 의지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사랑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의 가이드가 되어주어야 한다. - 63

 

- 벨 훅스, <올 어바웃 러브>, 책읽는수요일, 2018

<빨간머리 앤> 길버트와 앤

인간이 무언가를 먹으려는 경향을 타고 났다고 해서

밥을 짓고 김치찌개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힌다고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닐 거구요

 

팥빙수에 단맛을 내고 싶으면 설탕이 들어가야겠지요

달걀 후라이에 짠맛을 내고 싶으면 소금을 넣어야 할 겁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울 수 있겠지요

https://youtu.be/dW8tUdkpg0o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은섭과 엄마. 엄마는 생물학적인 엄마는 아니에요. 오갈 곳 없는 은섭이를 어릴 때부터 돌보고 키우신 분이지요

부모 자식 간에 서로 사랑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구요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도 그러한가요

먹이고 입히는 것 너머의 깊은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제 마음도 다 뭉클할 거에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말 안타까워요

토닥토닥 위로해 주고 싶네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독서 모임

가족이나 연인이 아니어도 누구라도

서로 만나서 사랑을 나눌 수 있겠지요

 

어떻게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지를 보고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지를 듣고

 

다른 사람이 어떤 감정일지를 느끼고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듯이 말이에요

 

해원이 이모의 시를 외울 때 다른 이들의 마음에 강물이 흐르고

할아버지가 저만치 곁에서 고구마를 구우며 따스한 마음을 전하듯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해원 아빠. 그렇게 엄마를 쫓아다니면서 행복하게 해주겠다느니 하더니, 결혼 뒤에는 엄마를 계속 두들겨패지요

열정에 사로잡혀 내 말만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며 살았더라면 달랐을까요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며 사는 게 어떤 것인지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살았으면 달랐을까요

 

'이런 게 사랑이구나' '내가 지금 사랑받고 있구나'를 느끼며 살았으면 달랐을까요

지배하고 집착하는 게 사랑이 아니라는 걸 배웠더라면 달랐을까요

 

그랬다면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을까요

그랬다면 다정하고 너그러운 인간이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