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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게 있어도 차마 먹지 못하는

순돌이 아빠^.^ 2021. 7. 12. 17:10

어머니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식구들은 먹여야겠고, 이 아이들은 어떡하지?” 아이들은 꼼짝도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서 어머니를 보고 있었다.

존 아저씨는 비로소 그 눈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천천히 씹으며 톰에게 말했다. “너 이거 먹어라. 난 배고프지 않구나”

“오늘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잖아요”

“그렇긴 하다만, 배가 아파서 먹고 싶지 않다”

톰은 조용히 말했다. “그 접시를 텐트로 가지고 가서 잡수세요”

존이 고집을 부렸다. “먹고 싶지 않다니까. 텐트 안에서도 이놈들은 보인다”

바깥에서 아이들이 막대기며 숟가락이며 녹슨 함석조각으로 냄비 밑바닥을 긁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겹겹이 둘러싼 아이들에 가려 냄비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말도 하지 않고, 싸우지도, 옥신각신하지도 않았다. 거기에는 조용한 집념과 거북한 맹렬함이 있었다. 어머니는 보지 않으려고 등을 돌렸따. “다시 이런 일은 없을 거다. 우리 식구끼리만 먹을 거야” - 314

 

-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동서문화사, 2017

 

가진 게 별로 없어서

겨우 끼니를 때우는 형편인데도

그마저도 먹지 못한 아이들이 눈에 밟혀

차마 먹을 게 있어도 먹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