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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와 정서적 학대

순돌이 아빠^.^ 2021. 10. 4. 09:18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요즘 <조용한 희망>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영어 제목이 MAID인 걸 보니 주인공 알렉스가 다른 사람 집 청소를 하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레스는 함께 살던 남자 숀의 괴롭힘을 피해 딸 매디를 데리고 집을 나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기관에 가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와 대화를 나눕니다.

 

사회복지사 : 경찰에 신고했어요?

did you file a police report? 

알렉스 : 아뇨

사회복지사 : 지금 경찰 불러줄까요? 아직 안 늦었어요

do you wanna call a cops now? it's not too late

알렉스 : 뭐라고 하게요? 날 때리지는 않았다고 하게요?

and say what that he didn't hit me?

사회복지사 :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가 있는데 학대 기록이 있어야 갈 수 있어요

there's shelters for domestic violence victims, but you need to go on record with your abuse

알렉스 : 학대당하지는 않았어요

i'm not abused

 

이 대화에서 중요한 지점은 때리다hit와 학대abuse 같아요. 알렉스 스스로도 숀이 물건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것을 떠올리면서도 때리지는 않았다고, 학대를 당하진 않았다고 하는 거에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알렉스가 중요한 말을 해요.

 

알렉스 : 겁이 났어요.

i got scared

 

맞아서 겁이 났건 소리를 질러서 겁이 났건 물건을 집어던져서 겁이 났건, 겁이 났고 무서웠고 당황스러웠고 혼란스러웠고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한밤중에 오갈데도 없고 돈도 없는데 급하게 매디를 끌어안고 집을 뛰쳐나왔던 거지요. 

 

만약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놈이 아내에게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고 나가면 죽여버리겠다고 하지요. 때리지는 않았구요. 그럼 이건 학대일까요 아닐까요

 

2화에 보면 사회복지사와 알렉스가 또 대화를 나눠요. 당장에 잘 곳이 없다는 게 문제에요.

 

사회복지사 :  가정 폭력 쉼터에는 자리가 있지만...가정 폭력은 아니라고 했지요?

there's beds at the domestic violence shelter, but you are not DV?

알렉스 : 네 거긴 진짜 학대당한 사람들이 들어가야죠.

yeah. i'd really hate to take a bed from somebody's that been abused for real. 

 

여전히 알렉스는 자신이 학대당했다거나 가정 폭력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진짜(?) 학대당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쉼터의 자리를 빼았고 싶지는 않다고 하는 거지요. 

 

사회복지사 :  '진짜 학대'라니 무슨 말이죠?

"abused for real", what does that mean?

알렉스 : 두들겨 맞고 다치는 거요. 

beaten up, hurt. 

사회복지사 : 그럼 가짜 학대는 어떤 거죠?

and what does fake abuse look like?

 

알렉스가 진짜 학대abused for real이라고 하니까 사회복지사가 가짜 학대fake abuse라고 하는 거 같아요.

 

사회복지사 :  위협?

intimidation?

협박?

threats?

통제?

control?

 

이 과정에서 알렉스의 표정이 복잡하게 오가요. 부정하기도 하고 긍정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알렉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안타깝고 답답하고 그래요.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 더 그렇구요.

3회에 가면 알렉스도 점점 바뀌도 있다는 게 느껴져요. 엄마와 이런 대화를 나누지요.

 

알렉스 : 정서적 학대도 학대야.

emotional abuse is abuse

엄마 :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정서를 어떻게 학대당해?

what does that even mean?

how can emotions abusd? 

이런 건 누가 생각해내는 거야?

where do people get this stuff?

...

알렉스 : 2년간 트레일러에 고립 됐던 건? 돈 한 푼 없이. 그건 금전적 학대야. 정서적 학대의 한 형태지.

or i isolated in an trailer for two years whitout any access to money. and that's financial abuse a form of emotional abuse.

...

엄마 : 이래서 내가 의사한테 안 가. 뭔가 잘못된 거 같다고 쑤시기 시작하면 꼭 뭔가 나오거든. 

this is why i don't go to the doctior. if you start poking around because you think something's wrong. you're gonna find something. 

알렉스 :  그거 참 대단히 엿 같은 관점이네. 

 

그래요, 참 엿 같은 관점이에요. 피해자한테 니가 되레 문제를 만든다거나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데 유난떤다거나 괜히 꼬투리를 잡는다거나 성격이 유별나다는 식이지요.

요즘도 그런 식의 말들이 떠도는지 모르겠지만, 아내나 여자가 남편이자 남자 때문에 힘들어 하면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곤 했지요.

 

때렸어? 바람 폈어? 아니라구? 그럼 뭐가 뭔제야?

 

남편이나 남자가 때렸다거나 바람을 폈다는 사실도 중요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아내나 여자가 무얼 느꼈는지도 중요해요. 그래서 학대라는 것이 꼭 때려야 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학대가 일어나는 거구요.

 

예를 들어, 누가 나한테 매일 같이 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이렇게 말한다고 하지요.

 

이 쓸모 없는 년.

개 같은 년.

도대체 어떤 놈하고 붙어 먹은 거야

니까짓게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이혼? 지랄하네. 내가 아니면 니가 어디가서 밥 한 숟가락이라도 얻어 먹을 줄 알아? 내가 갖다 주는 돈으로 살림이나 잘 살면서 나한테 고맙다고나 해. 이 더러운 년아.

 

맞으면 아프고 괴롭다는 건 건 두말 할 것도 없어요. 그리고 막말을 하고 욕을 퍼붓고 물건처럼 함부로 대할 때도 괴롭고 힘들어요. 

 

몸을 때리면 학대에요.

마음을 아프게 하면 그것도 학대에요. 정서적 학대인 거지요. 

 

학대虐待

    • 사람이나 동물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괴롭히고 가혹하게 대함

모질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