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하는 일이 음악을 트는 겁니다. 오늘은 문득 러시아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요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관한 뉴스를 자주 봐서 그런가 봅니다.
나폴레옹이 쳐들어갔다 실패하고 돌아온 것도 러시아이고, 히틀러의 독일이 쳐들어갔다 실패하고 돌아온 것도 러시아입니다.
스탈린 시절 수십 만인지 수백 만인지 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수용소에 가뒀던 것도 러시아이고, 고려인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또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것도 러시아지요.
<안나 카레니나>를 쓴 톨스토이도 러시아 사람이고, <닥터 지바고>를 쓴 파스테르나크도 러시아 사람이에요.
<닥터 지바고>가 담고 있는 서정성이나 낭만적인 모습은 두고 두고 잊히질 않네요. 인간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 주는 전쟁 속에서도, 인간이 가진 내면의 힘이랄까…
서정과 낭만이라고 하니 오늘 아침 틀어놓은 음악들도 못지않네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2악장이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이 그래요.
가만히 듣고 있으면 눈앞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러시아의 자연 풍광이 그려질 듯한 기분이 들어요.
이 곡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 러시아 피아니스트 리히터에요.
그의 회고록을 읽어보면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또 그가 살았던 러시아 사회의 모습도 담겨 있어요. 자세하게 말하진 않지만…피아니스트인데도 피아노가 없어서 남의 집을 돌아다니며 연습을 하고…
게다가 그 또한 스탈린 시대를 피할 수는 없었지요.
리히터보다는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회고록에 당시 러시아 사회가 어떤 폭력과 고통을 겪었는지 더 잘 나와요.
쇼스타코비치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의 재즈 모음곡 가운데 이 곡을 안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에요
이은주가 나왔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도 나왔던 곡이지요.
러시아가 어떤 나라인지 저는 몰라요. 제 마음 하나 모르는데, 그 크고 사람 많은 나라를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저 러시아 출신의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고, 러시아 출신 음악가들의 음악을 좋아할 뿐이에요.
스탈린 시절에 관한 글을 읽으면 도대체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고…지금 푸틴이 하는 짓을 보면 저 인간 도대체 어떻게 안되나 싶고 그래요.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집단수용소 <굴라크>가 함께 만들어질 수 있는 나라라니…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는 게 세상이라지만…한국도 박정희가 군인이랍시고 날뛰던 시절에도 박수근은 그림을 그렸고, 박완서는 글을 썼지요.
박수근/박완서의 작품과 박정희가 하던 짓을 비교하면 정말 천차만별인데, 그들이 같은 시대를 함께 살고 있었다니…
하기사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나 레오니드 코간도 스탈린과 한 시대를 함께 살았으니…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섬세한 소리와 레오니드 코간의 묵직한 소리가 난폭하고 겁 많은 스탈린과 함께 라니…
그리고 두 바이올리니스트 모두 지금 러시아가 때려 부수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이라고 하니…
스탈린이 자신도 예술을 좋아한다고 내세웠다는데…도대체 예술을 좋아하긴 한 건지,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예술을 좋아한다는 놈이 그런 짓을…하기사 히틀러도 자신을 예술가라고 내세웠으니.
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주인공 같은 내면을 가진 인간이 어쩌다 권력을 쥐게 되었고, 그래서 그가 가진 불안과 분노를 마음껏 쏟아냈던 건 아닌지 싶어요.
독재자는 스스로가 예술의 후원자로 간주되는 것을 좋아한다. 이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독재자들은 예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왜 그런가? 독재는 비꼬이고 뒤틀린 현상, 즉 도착 현상이며 독재자는 그런 성격의 사람, 즉 도착자倒錯者이기 때문이다. 여러 측면에서 그러하다. 독재자는 시체를 밟고 넘어가면서 권력을 추구한다. 권력이 손짓하면 그는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조롱할 기회가 생길 테니까 거기에 유혹을 느낀다.
- 솔로몬 볼코프, <증언-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회고록> 가운데
러시아가 소련 시절일 때,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가두고 고문하고 죽이던 정보기관이 있지요. KGB입니다.
현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KGB 출신이라네요.
러시아의 그 좋은 음악, 발레, 문학을 즐기다 가도 짧을 인생을 놓고 저 짓을 하고 있는 것 보면 푸틴의 정신도 건강한 상태는 아니지 싶어요. 쇼스타코비치의 말처럼 비꼬이고 뒤틀렸을지도 모르구요.
푸틴도 나이가 이제 70 가량 되었으니 제발 이제라도 헛짓거리 그만두고 러시아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 속에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안정시키면 좋겠네요.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도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살인을 하지요. 그러다 자신이 한 행동을 되짚어 보며 반성합니다.
푸틴도 살인과 폭력을 그만두고 조용히 자신을 반성하면 좋겠네요.
감옥 안에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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