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2010년대 홍콩의 민주화 운동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우산혁명이라고도 불리지요.
억압의 주체는 중국이었고, 저항의 주체는 조슈아 웡과 학민사조學民思潮라는 학생단체, 그리고 수많은 홍콩인들이었습니다.
많은 것들이 한국과 닮았습니다.
영화의 초반에 ‘국민교육’에 반대하는 운동이 나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반공 포스터 그리기를 하고 그랬지요.
말 그대로 국가의 국민으로써 국가에 충성하고, 지배자가 가리키는 적에 맞서 싸울 의지를 키우라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국기에 대한 경계를 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 가서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않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개인이지 국가의 노예가 아니니까요. 누구를 좋아할지 싫어할지, 누구를 존경하고 존중할지는 나 스스로 결정할 일이지 국가나 지배자가 정해줄 일은 아니니까요.
홍콩과 한국의 차이는 1987년 6월항쟁을 거치면서 한국에서는 국가가 강요한 국민교육이 점점 약화되는 과정을 겪었다면, 홍콩에서는 2010년대 이후 점점 강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조슈아 웡을 비롯해 홍콩 민주화 활동가들이 길거리에 현수막을 붙이는데 이런 말이 있더라구요. 제가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데 한자를 보면 대강 이런 말인가 싶습니다.
아요사고불요세뇌我要思考不要洗腦.
‘나는 사고하기를 원하지 세뇌를 원하지 않는다’ 뭐 그런 뜻일까요?
제가 한국에 살면서 세뇌를 너무 많이 당해서 그런지 홍콩인들이 세뇌에 반대한다고 하니 가슴에 팍 하고 와닿네요.
게다가 지금 홍콩인들이 하고 있고 일들,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한국인들이 겪었던 일과 너무 많이 닮았습니다.
영화에서는 중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행동을 했다 해서 경찰서로 끌려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홍콩인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중국의 지배가 강화되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3209702
잠깐 경찰서로 끌려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실종 또는 납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요. 국가에 대항했다고 반역죄 같은 걸로 감옥에 갇히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까지 그런 일이 많았습니다. 학생이건 노동자건 안기부(국정원), 경찰, 검찰, 보안사(기무사) 등에 끌려가서 두들겨 맞고 고문 당하고 죽기도 했지요.
홍콩인들도 중국이 어떤 국가인지, 공산당이 어떤 당인지 저보다 훨씬 잘 알고 있겠지요. 천안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봤을 거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최루탄을 맞고, 자유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거나 불이익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굳이 용기라 할 필요도 없겠지요.
위협이 있고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용기도 필요한 것일 테구요.
지금 한국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지배자를 비판하면 불이익이 오기도 하고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가 방해 받기도 합니다만, 홍콩은 상황이 아주 나쁜 거지요.
지금 중국이 홍콩인들에게 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고 있는 일들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지배했었지요. 그러다 이스라엘이 지배하게 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유를 빼앗기고, 저항을 하고 감옥에 갇히거나 죽게 되지요.
https://www.sedaily.com/NewsView/1Z96WY26OF
홍콩은 홍콩이었지 중국이 아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이 중국으로부터 빼앗았던 것이 맞지만, 어쨌거나 조슈아 웡을 비롯한 홍콩인들은 홍콩인으로서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면 살았던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 홍콩을 차지하게 되면서 자유도 민주주의도 점점 억눌리고 있는 겁니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9723266
영화에 보면 홍콩의 행정장관을 민주적으로 선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홍콩인들의 요구에 중국과 공산당이 내어놓은 대답은 ‘그래 선거로 선출해라. 단, 우리가 지정해준 후보 가운데’
웃기지요? 대표를 선거로 선출해라. 단 우리가 정해준 후보 가운데라니. ㅋㅋㅋ
그럴 거면 선거는 왜 합니까? 그냥 니네가 지명하지. 웃기지만 안 웃기네요.
윤석열은 시진핑을, 대한민국 검찰은 중국 공산당을 큰형님쯤으로 모여야 할 것 같아요. 윤석열과 검찰도 시진핑과 공산당처럼 냅따 두들겨 패고 잡아가두고 협박하고 싶겠지만 그런 짓을 할만한 힘은 없는 것 같아요.
윤석열과 검찰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거고, 우리 입장에서는 그나마 그동안 이루어놓은 민주화 덕분에 다행인 거지요.
하고 싶어하는 짓거리는 비슷하나 윤석열과 검찰에 비하면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은 그 힘과 폭력성이 어마어마한 수준이지요.
나쁜놈들끼리 패거리를 만들면 윤석열은 시진핑의 똘마니정도 되겠지요.
제게 오랜 시절 홍콩은 곧 ‘홍콩영화’였습니다.
강호의 도道는 어디가고, 폭력의 도刀만 번쩍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자유로운 영혼이 숨쉬고
강호의 도가 살아있는
홍콩이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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