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자료

봄날을 기다리며, 팔레스타인을 생각합니다

순돌이 아빠^.^ 2024. 3. 1. 11:26

<고양신문> https://www.mygoyang.com/bbs/view.html?idxno=59273&sc_category=

저는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전두환 정권 때 중학교, 노태우 정권 때 고등학교를 다녔지요.

팔레스타인, 그게 뭐야?

그 시기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분들은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계실 겁니다. 집에 책이나 신문 같은 건 거의 없고, 인터넷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았지요.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주로 학교 선생님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때 제가 선생님들을 통해 듣고 느꼈던 이스라엘은 참 좋은 나라였습니다.

너거도 이스라엘 유대인 맹키로 공부 열심히 해야 댄다, 알긋나!
이스라엘이 얼매나 훌륭한 나란줄 아나? 그 작은 나라가 다른 큰 아랍 나라들하고 싸워서 이기고 말이야.

선생님을 통해 들은 말의 내용과 분위기로 인해 이스라엘은 제게 훌륭한 나라였고, 유대인은 본받아야 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이후 <쉰들러 리스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과 같은 영화를 보게 되면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독일이 홀로코스트라는 유대인 학살을 저질렀다는 것도 그제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그렇게 세월이 가고 30대에 접어든 어느날, 신문에 실린 사진 한장이 제 마음에 ‘쿵!’하고 다가왔습니다. 한 어린아이가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어…이게 뭐지? 왜 이러는 거지?

호기심이 생겨 천천히 기사를 읽어보니,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이스라엘의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사를 통해 팔레스타인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20대 시절 학생운동에도 참여하고 나름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팔레스타인은 무척이나 낯선 존재였습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 출처 : pixabay

그때부터 이스라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분명 그동안 제가 알던 유대인과 이스라엘은 독일과 아랍 국가들로부터 핍박 받는 안타까운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를 통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자유와 해방을 얻기 위해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식민지 조선인이 일본군에게 맞서는 것 같았습니다. 

이후 팔레스타인-이스라엘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고 관련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눈으로 무엇이 진실인지를 찾기 위해 직접 팔레스타인에 가서 그곳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활동에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지금도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지난 2023년 10월7일부터 현재까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어린이. 출처 : pixabay

2024년 2월28일 오늘, 이스라엘의 공격이 144일째 되는 날입니다. 특히 팔레스타인에 있는 가자 지구Gaza Strip의 상황이 심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가자 지구를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가자 지구는 그리 크지 않은 지역이어서 차를 타고 30~40분정도면 여기저기 다 갈 수 있는 곳입니다.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사업기구)에 따르면 230만명가량이 살고 있는 가자 지구에서 지난 10월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약 3만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부상자 7만여명을 더하면 사상자만 10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천명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대구광역시 인구가 240만명정도 된다고 하니, 그 피해 규모를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 자지라(Al Jazeera)의 보도에 따르면 가자 지구 주민 85%가 난민이 되었다고 합니다. 36만채 이상의 주택이 파괴 되었는데, 이는 가자 지구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이 완전 또는 부분 파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설사 지금 당장 전쟁이 멈춘다고 해도 난민들이 돌아가 쉴 곳조차 없는 것입니다. 

2024년 2월5일, 이스라엘은 UN의 구호품 차량을 공격하였습니다. 출처 : UNRWA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미사일로 폭격하고, 환자와 피난민이 몰려 있는 병원에 탱크 포탄을 쏘아댔습니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총격을 해대고 있어 지금도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의료 시설이 온통 파괴되어 버린탓에 치료 받을 곳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아이들 먹일 게 없어 구호 식량이라도 받으려 몰려든 사람에게까지 이스라엘 군인들이 총질을 해댑니다. 먹을 것은커녕 남아 있는 목숨이라도 건지려고 또다시 도망을 쳐야 하구요.

봄날을 기다리며

사람이 사람에게 이리 모질게 대해도 되는 걸까 싶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고, 무어라도 도와주려는 마음이 드는 것이 우리 보통의 인간 아닐까요. 제가 좋아하는 <맹자>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근거에서이다. 만약 지금 어떤 사람이 문득 한 어린아이가 우물 속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저 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지고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는 행동을 보면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고양시 행신동에서 강아지 순돌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제도 키 큰 나무들이 늘어선 산책길을 순돌이와 함께 걸었습니다. 뉴스에서 본 팔레스타인의 여러 장면들과, 제가 지금 행신동에서 보고 듣는 현실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겹쳐 떠오릅니다. 불쑥불쑥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문득문득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별 일 없이 순돌이와 산책을 하고 있는데, 나의 팔레스타인 친구들은 하루 하루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 같아서.

지난 2월17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 출처 : 미니

한국에 있는 제가 팔레스타인에 있는 저의 친구들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봄날 개나리마냥 크고 환한 웃음으로 삶이 안겨주는 환희와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쟁이니 폭력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과거의 일로 보내버리고, 오늘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음에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그런 날은 언제쯤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