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시티에서 만난 이스라엘 군인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하니깐 좋다고 했다.
미니가 1월8일(한국시각)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출발해 요르단을 거쳐 팔레스타인으로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10일, 함께 온 이들과 거리에 나섰습니다.
거리에서 먼저 눈에 띈 것은 이 때가 무슬림들의 큰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성지 순례가 끝난 뒤 맞는 이슬람 명절) 기간이어서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는 것과 곧 있을 총선(1월25일)을 앞두고 여기저기에 후보자들의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마치 한국의 설이나 추석과 같은 풍경을 느끼며 저는 일행과 함께 올드 시티(구시가)로 향했습니다.
올드 시티는 동예루살렘 안에 있으면서 주위는 커다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전체 크기가 그리 큰 곳은 아니지만 기독교 지구, 아르메니아 지구, 무슬림 지구, 유대 지구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길들이 미로처럼 복잡해서 잘 찾거나 부지런히 물어 다니지 않으면 헤매기 딱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올드 시티 안에는 서쪽벽(통곡의 벽), 알 아크사 사원 등 중요한 곳들이 여럿 있어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오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먼저 다마스커스 게이트와 무슬림 지구를 지나 유대인들이 성지로 생각하는 서쪽벽(통곡의 벽)으로 향했습니다.
서쪽벽으로 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검색대를 이용한 짐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경찰이 사진은 찍지 말라고 해서 얼른 찍었다 ^^
멀리서 본 서쪽벽 모습
서쪽벽 앞에 서는 순간 예상했던 대로 참 허망했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벽일 뿐인 이곳을 차지한다는 명분으로 누군가가 큰 싸움을 일으킨다는 것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졌습니다.
이스라엘이 자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유물 발굴을 해 봐도 이 벽이 유대인들의 역사와는 별 관련이 없었다는 얘기는 둘째 치고, 설사 유대인 유물이라고 해도 그냥 돌로 쌓은 벽이라고 생각하면 이것을 차지하기 위해 싸울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물론 자신들의 신앙이나 문화 속에서 어떤 하나의 물건이나 장소를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것이야 유대교나 기독교나 이슬람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평화를 염원한다는 종교의 이름으로 어떤 상징물을 차지하기 위해 수없는 피를 흘려야 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결코 침략 전쟁을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종교의 이름을 빌려 파괴와 억압을 일삼는 행위는 앞으로 인류가 극복해야 할 커다란 과제일 뿐입니다.
어느 곳이든 자신의 마음을 담아 기도를 하고 무언가를 염원하는 분들에게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쪽벽과 올드 시티 주변의 성벽을 바라보며 돌들은 아무 말이 없는데 종교와 상징을 내세운 인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과거에도 벌였고, 지금도 벌이고 있는 살인과 파괴의 어리석은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유대인들이 기도하는 모습
종교와 성, 국적에 관계없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올드 시티 성벽에 생긴 총알 구멍.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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