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없는 폭력의 희생자들
알 아크사 모스크등을 보기 위해 2월11일 토요일에 제루살렘으로 갔습니다. 금요일에는 이스라엘이 하람 아쉬 샤리프 지역에 외국인은 못 들어가게 한다고 해서 일부러 토요일에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구에 도착하니 토요일에도 외국인은 못 들어간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올드 시티를 어슬렁거렸습니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독일인이 운영하는 교회에 가서 남들 기도하는 거 구경도 하고, 삶은 옥수수를 뜯어 먹기도 하고, 성벽 옆 잔디밭에 누워 낮잠도 자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다마스커스 게이트 쪽에서 ‘펑’하는 소리가 나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최루탄을 까 던지고, 군인과 경찰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말이 저를 향해 달려올 때는 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한 팔레스타인인이 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이걸 보세요. 도대체 이게 뭐에요”
“이스라엘 군인들이 저러는 이유가 뭔가요?”
“이유는 없어요. 그냥 저러는 거예요.”
여기저기서 펑, 펑하며 최루탄이 계속 터지더니 군인들이 버스 정류장 쪽으로 달려 가기에 저도 같이 뛰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는 정류장이라 익숙한 곳입니다. 군인들은 달려가면서 계속 최루탄을 던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곤봉으로 때렸습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놀라서 이리저리 뛰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젊은 남성들은 군인들의 주된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헉헉거리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넓은 정류장에 최루 가스와 비명 소리, 우왕좌왕 거리는 사람들, 곤봉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때리는 군인들이 한데 엉겨 있었습니다. 게다가 학교가 마칠 시간이라 정류장에는 가방을 맨 학생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사진이 만들어낸 작은 사건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는 이스라엘 군인들
앞의 버스 정류장에 대한 공격이 끝나자 군인들은 다른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 공격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군인들은 저에게 계속해서 사진을 찍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
“전 기자에요.”
“그래도 찍지 마세요.”
“전 기자에요.”
이런 신경전이 반복 되면서 군인들은 가게들과 노점상들이 잔뜩 늘어서 있는 길을 이리저리 뛰면서 공격을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한 분이 저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사진을 계속 찍으세요. 보세요, 이게 바로 테러에요. 이게 테러가 아니면 뭐가 테러겠어요.”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서 살고 있는지 외국인들이 와서 많이 보고, 사진도 찍고 해서 전 세계에 알려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결국 그 사진이 작은 사건을 만들었습니다. 군인 한명이 저에게 오더니 곤봉을 들고 위협하면서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
“전 기자에요.”
“씨발놈아, 찍지 말라면 찍지 마. 날 미치게 하지 말란 말이야.”
도대체 누가 누구를 미치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화가 나서 같이 욕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군인은 저에게 욕을 던지고는 곧 다른 곳으로 달려갔고, 잠시 뒤 공격도 얼마만큼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 싶게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팔레스타인인들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 싶게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치 큰 강에 물고기가 물길을 가르며 지나가도 언제 그랬냐 싶게 물고기의 흔적이 사라지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런 공격이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나요? 점령이 너무 오래 되어서 그런 건가요?”
“맞아요, 벌써 60년이 다 되어 가요. 그리고 제루살렘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에요. 도시 한쪽에서 공격이 벌어지고 사람이 죽어도 다른 한쪽에서는 일상생활이 계속 돼요. 아무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멈출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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