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에 갔었습니다(1)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세요
가자지구는 가자시티, 칸 유니스 등을 포함해 크게 다섯 지역으로 나뉘고, 그 맨 아래 이집트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 라파입니다. 라파로 온 첫날, 우리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의회'라는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베드를 만났습니다. 아베드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먼저 포스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는 레이첼 코리라는 사람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입니다. 레이첼 코리는 몇 해 전 팔레스타인인들의 집을 부수는 이스라엘 불도저 앞에서 집을 부수지 말라고 시위를 하다가 불도저에 그대로 깔려 죽었습니다. 또 다른 포스터는 인티파다 기간 동안 죽은 아이들의 사진 하나 하나가 담겨 있는 포스터였습니다.
아베드 사무실에 잠깐 앉아 있다가 아베드가 우리에게 라파의 밤거리로 나서자고 했습니다. 그 때 시각이 저녁 7시30분이라 이미 해가 진지도 한참 지났고 해서 괜히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제가 ‘지금요?’ 했더니 아베드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을 거에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시간이 늦지는 않았을까 해서 한 말이었는데 아베다가 걱정하지 말라고 한 건 외국인 납치 문제였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외국인 납치가 벌어졌던 것은 사실이고, 그리고 그것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외부에서 가자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안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팔레스타인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만났던 몇몇 사람들도 여기 오기에 무섭지 않았냐며 ‘하지만 아무 걱정하지 마라, 좋은 사람들이다, 물론 나쁜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문제도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통제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마라’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저도 팔레스타인 지역을 다니면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일으키지 팔레스타인인들 때문에 저에게 무슨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 본적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가자지구에서 납치 사건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납치되었던 사람을 만난 적도 있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가자지구가 외국인이 전혀 갈 수 없는 그런 공포지대는 아닙니다. 납치 되었던 사람도 이라크에서와는 달리 금방 무사히 풀려 났었구요.
제가 문제 하나 내어 볼 테니 맞춰 보세요. 아래 사진은 팔레스타인에서 발행되는 신문의 한 장면입니다. 이 사진은 어떤 장면일까요? 외국인이 납치되어가는 장면? 아니면 납치되었다 풀려나는 장면?
아베드가 설명해준 정답은 이렇습니다. 외국인들이 하도 가자지구로 오는 것을 걱정하니깐 사진 속에 있는 미국인 기자를 팔레스타인인들이 옆에서 경호(?)해 주면서 안심을 시키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 맨 왼쪽에 있는 사람은 저희가 라파에서 가자시티로 갈 때도 저희와 함께 차를 타고 갔었습니다. 그리고 라파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아베드의 사무실에서 잤는데 그 때도 한 사람이 일부러 옆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인지 아니면 우리를 안심시키려고 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아베드, 아베드, 아베드
아베드와 잠깐 얘기를 하고 우리는 라파의 밤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단 세 걸음도 그냥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라파가 그리 작은 동네가 아닌데 우리가 길을 가니깐 정말 거의 모든 사람이 아베드를 아는 듯 했습니다. 동네 꼬마들, 과일을 파는 사람들, 건너편에서 길을 걷던 사람들, 차를 타고 가던 사람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베드’ ‘아베드’를 부르며 반가워하고, 인사를 하고, 악수를 했습니다. 꼭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 듯 했습니다.
과일을 팔던 사람들은 이 과일, 저 과일 먹어보라고 권하고 음식을 팔던 사람은 들어와서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라파 지역 알 아크사 여단(파타 계열의 무장조직)의 간부는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하고,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은 남북한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하고, 어두운 길에서 사격 연습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스라엘 군인에게서 입은 총상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하도 궁금해서 다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길을 가는데 모두 하나 같이 ‘아베드, 아베드’를 부르냐구요. 그랬더니 아베드가 활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의회가 아주 유명한 단체이기도 하고, 아베드가 파타 소속으로 활동을 많이 해서이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을 때 아베드한테 얘기하면 아베드가 나서서 해결해 주고 그래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였던 게 어디를 가고 싶다거나 누구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아베드의 전화 한 통화로 모든 게 해결 되었습니다.
다음에 누군가 가자지구로 가시게 되면 라파에 꼭 가보시구요, 혹시 무슨 도움이 필요하면 아베드를 찾으세요. ‘친절한 아베드씨’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세요
가자지구는 가자시티, 칸 유니스 등을 포함해 크게 다섯 지역으로 나뉘고, 그 맨 아래 이집트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 라파입니다. 라파로 온 첫날, 우리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의회'라는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베드를 만났습니다. 아베드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먼저 포스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는 레이첼 코리라는 사람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입니다. 레이첼 코리는 몇 해 전 팔레스타인인들의 집을 부수는 이스라엘 불도저 앞에서 집을 부수지 말라고 시위를 하다가 불도저에 그대로 깔려 죽었습니다. 또 다른 포스터는 인티파다 기간 동안 죽은 아이들의 사진 하나 하나가 담겨 있는 포스터였습니다.
사진1 아베드 사무실에 있던 죽은 아이들의 사진
아베드 사무실에 잠깐 앉아 있다가 아베드가 우리에게 라파의 밤거리로 나서자고 했습니다. 그 때 시각이 저녁 7시30분이라 이미 해가 진지도 한참 지났고 해서 괜히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제가 ‘지금요?’ 했더니 아베드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을 거에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시간이 늦지는 않았을까 해서 한 말이었는데 아베다가 걱정하지 말라고 한 건 외국인 납치 문제였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외국인 납치가 벌어졌던 것은 사실이고, 그리고 그것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외부에서 가자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안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팔레스타인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만났던 몇몇 사람들도 여기 오기에 무섭지 않았냐며 ‘하지만 아무 걱정하지 마라, 좋은 사람들이다, 물론 나쁜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문제도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통제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마라’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저도 팔레스타인 지역을 다니면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일으키지 팔레스타인인들 때문에 저에게 무슨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 본적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가자지구에서 납치 사건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납치되었던 사람을 만난 적도 있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가자지구가 외국인이 전혀 갈 수 없는 그런 공포지대는 아닙니다. 납치 되었던 사람도 이라크에서와는 달리 금방 무사히 풀려 났었구요.
제가 문제 하나 내어 볼 테니 맞춰 보세요. 아래 사진은 팔레스타인에서 발행되는 신문의 한 장면입니다. 이 사진은 어떤 장면일까요? 외국인이 납치되어가는 장면? 아니면 납치되었다 풀려나는 장면?
사진 2 팔레스타인 신문의 한 장면
아베드가 설명해준 정답은 이렇습니다. 외국인들이 하도 가자지구로 오는 것을 걱정하니깐 사진 속에 있는 미국인 기자를 팔레스타인인들이 옆에서 경호(?)해 주면서 안심을 시키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 맨 왼쪽에 있는 사람은 저희가 라파에서 가자시티로 갈 때도 저희와 함께 차를 타고 갔었습니다. 그리고 라파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아베드의 사무실에서 잤는데 그 때도 한 사람이 일부러 옆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인지 아니면 우리를 안심시키려고 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아베드, 아베드, 아베드
아베드와 잠깐 얘기를 하고 우리는 라파의 밤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단 세 걸음도 그냥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라파가 그리 작은 동네가 아닌데 우리가 길을 가니깐 정말 거의 모든 사람이 아베드를 아는 듯 했습니다. 동네 꼬마들, 과일을 파는 사람들, 건너편에서 길을 걷던 사람들, 차를 타고 가던 사람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베드’ ‘아베드’를 부르며 반가워하고, 인사를 하고, 악수를 했습니다. 꼭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 듯 했습니다.
사진3 미연이와 아베드
과일을 팔던 사람들은 이 과일, 저 과일 먹어보라고 권하고 음식을 팔던 사람은 들어와서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라파 지역 알 아크사 여단(파타 계열의 무장조직)의 간부는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한테 연락하라고 하고,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은 남북한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하고, 어두운 길에서 사격 연습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스라엘 군인에게서 입은 총상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하도 궁금해서 다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길을 가는데 모두 하나 같이 ‘아베드, 아베드’를 부르냐구요. 그랬더니 아베드가 활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의회가 아주 유명한 단체이기도 하고, 아베드가 파타 소속으로 활동을 많이 해서이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을 때 아베드한테 얘기하면 아베드가 나서서 해결해 주고 그래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였던 게 어디를 가고 싶다거나 누구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아베드의 전화 한 통화로 모든 게 해결 되었습니다.
다음에 누군가 가자지구로 가시게 되면 라파에 꼭 가보시구요, 혹시 무슨 도움이 필요하면 아베드를 찾으세요. ‘친절한 아베드씨’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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