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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씨즌

순돌이 아빠^.^ 2009. 12. 5. 21:59



 
파괴를 위한 길
 
이 영화는 브라질의 아마존을 파괴하는 거대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숲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1988년에 살해당한 치코 멘데스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숲과 자연에 기대어 그리고 고무를 채취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 숲에 불을 지르고 목초지를 만들고, 소를 키워 고기를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고무채취 노동자들을 쫓아내야 하고 도로를 건설해야 합니다. 도로는 숲을 파괴하기 위한 기계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나중에 고기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도 필요하겠지요.
 
우리가 그냥 도로라고 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존재들의 삶이 오갑니다. 예를 들어 KTX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와 새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을까요? 치코 멘데스와 주민들이 도로 건설에 반대한 이유도 도로가 그냥 도로가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들의 삶과 숲을 파괴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도로도 도로지만 도로가 왜 건설되며, 어떻게 이용되는 지가 중요한 거지요. 길이 그냥 길이 아닌 겁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총을 든 경찰과 개발 업자들이 나타날 때면 길 위에 섭니다. 서로의 팔을 엮어 자본의 파괴로부터 사람과 자연의 삶을 지키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누구는 총에 맞아 죽고, 누구는 팔이 잘려나가고, 누구는 두들겨 맞고 끌려갑니다. 거대한 폭력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도 사람들은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한 무더기로 길 위에 모여섭니다. 길이 그냥 길이 아닌 겁니다.
 
삶을 위한 길
 
길이 그냥 길이 아니듯이 삶도 그냥 삶이 아닙니다. 모든 이들에게는  삶의 이유와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죽은 사람이 치코 멘데스 뿐만은 아닙니다. 도로시 스탱이라는 수녀도 2005년에 아마존의 파괴에 맞서 활동하다 살해됩니다. 치코 멘데스도, 도로시 스탱도 살해 위협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살려면 살수도 있었습니다.
 
왜 살아서 훗날을 기약하자는 주변의 만류가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은 살아서 도망치기보다 죽더라도 자신의 길을 지키길 원했습니다. 무엇이 삶의 길인지에 대해 생각이 달랐던 거지요.
 
숲에서 고무를 채취하던 사람들에게는 고무를 얻기 위해 나무를 너무 깊이 파면 숲의 신이 와서 벌을 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자연에 기대어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자연을 파괴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경고가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하구요. 브라질의 숲이 파괴되면서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한국에 사는 우리도 이미 경험하고 있구요.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멀리 있다고, 남의 일이라고 내버려두면 그들의 삶도, 우리의 삶도 조금씩 허물어질 겁니다. 아마존의 숲을 지키는 것이 숲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길이고, 숲 속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의 삶을 지키는 길입니다.
 
“나는 도망치고 싶지 않다. 밀림 속에서 아무런 보호 없이 살고 있는 농민들을 위한 싸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들에겐 환경을 존중하면서 명예롭게 일하며 살아가는 터전인 이곳에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신성불가침한 권리가 있다.” - 도로시 스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