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을 살다보면 사람들의 눈과 귀에 불현듯 들어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곧 인간 세상이 망한다고 하거나 지구가 망한다고 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의 형태는 다양해서 하느님이 그렇게 말씀 하셨다는 자들로부터 과학적으로 연구해보니 그렇다는 자를 거쳐 인류 사회의 모순 때문에 그렇게 될 거라는 자들까지 다양합니다. 정치적 입장으로 보면 소위 우파와 좌파까지 참 다양하지요.
칠레에서 지진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지진은 지구 종말의 상징이 아니라 누군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전 언제 인간 세상이나 지구가 망할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관심사도 아니구요. 신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없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저의 대답은 ‘신이 있든 없든 내 관심은 아닙니다’입니다. 있다고 해서 인류의 미래를 신에게 맡길 것도 아니고 없다고 해서 삶을 포기할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얼마 전에 한 친구를 만나서 수다도 떨고 탁구도 치고 그랬습니다. 그 친구는 몸에 암이 있습니다. 다른 친구가 요새 병원에 가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의 답이 걸작이었습니다.
더 나빠졌다고 하든 더 좋아졌다고 하든 내가 하던 것에 바뀔 게 없는데 굳이 병원에 갈 필요 있겠나...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걱정스런 마음에 ‘그래도...’ 싶었습니다. 조금 있다가는 ‘그래, 니 생각이 그렇다면...’ 싶었습니다. 친구는 수술이나 약에 의존하기보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인간과 자연의 치유력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겠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저 또한 비슷하지 싶습니다.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해도 제 삶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늘 하던 대로 산책을 하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겠지요. 출판을 위해 글을 쓰고 있는데, 지구가 망해서 출판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계속 글을 쓸 겁니다. 그게 오늘 제가 할 일이니깐요.
2.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사람, 특별한 힘, 특별한 때 등등. 그리고 그 특별한 것이 어느 한 순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을 기대하는 거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특별한 것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여기서 몇몇 사람들이 점쟁이나 예언자가 되려고 합니다. 스스로 특별한 것을 찾아내는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몇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전하면 몇몇 사람들을 ‘정말?’하면서 혹합니다. 우주가 감춰둔 비밀을 자신만 알게 된 듯 하지요.
지구의 역사가 수 십 억 년이라고 하고 인류의 역사가 몇 만 년이라고 하는데 그 시간 동안 그 특별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인류가 언제 망할지가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만약 그걸 알게 된다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죽을 거 지금 가진 재산을 모두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시겠습니까? 어차피 몇 년 있으면 끝날 인생, 머리깎고 절에라도 들어가시겠습니까?
이라크에서는 또 폭탄이 터져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3월7일에는 이라크에서 총선이 있지요.
누군가 지구의 종말을 연구하고 계시다면, 언제 종말이 올지 찾을 노력으로 인간이 한 번 태어나 죽을 때까지 어떤 삶의 자세로 살아야 될지를 찾는 것은 어떨까요?
누군가 인간의 미래를 보시려고 노력하고 계시다면, 하늘의 별을 보며 인간의 미래를 점치기 보다 찬바람 맞으며 길 아래서 자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이라고 한 번 더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종말을 연구하고 미래를 보려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인간 사회의 변화를 바란다면, 설사 인류의 종말이 있고 그 종말이 다가왔다고 해도 종말을 위협삼아 사람들을 끌고 당겨서는 안 됩니다. 쉽게 쌓은 모래성은 쉽게 무너질 뿐입니다.
약장사가 화려한 말로 만병통치약이라고 한 것 가운데 과연 만병통치약이 있었습니까? 가장 특별한 것은 저 하늘의 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내 가슴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생의 끝을 기다리기 보다 오늘 열심히 사는 것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3.
내일 지구가 망해 이 육신이 사라진다면 영혼이라도 다른 별로 옮겨가 또 어디 억눌린 자 없는지를 찾겠지요.
그러니 중요한 것은 오늘이냐 내일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이냐 뿐일 겁니다.
죽을 날만 생각한다면 어떤 생명도 피어나지 않을 겁니다.
설사 내일 짓밟혀 꽃이 꺾인다 해도 오늘은 땅을 뚫고 고개를 들어야 햇볕을 보게 되겠지요.
화려하고 두려운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고
가볍고 자극적인 말에 현혹되지도 말고
내가 다하지 못한 것은 다음 사람이 이어서 할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만큼 노력하면 되겠지요.
오직 한 사람씩,
오직 한 걸음씩일 뿐입니다.
오직 그것 뿐입니다.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 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 ‘보왕삼매론’ 가운데
해야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