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쯤 일이었습니다.
제가 한 중학교 2학년 교실에 강연을 가게 됐습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자'라는 제목으로요.
인생을 너무 성적과 돈만으로 살지 말고 두근거리는 심장과 꿈을 가지고 살자는 거지요.
걸어다니는 멍멍이와 날아다니는 새가 보는 세상이 다르듯
꿈을 가져본 이와 그렇지 못한 이가 바라보는 세상도 다르겠지요.
꿈이 다르면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거구요
그리고 그 때 중2이던 학생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저를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지금은 담임도 아닌 중2때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을 했고
그 선생님이 저에게 연락을 하셔서 며칠 전에 만났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지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얘기하고,
제가 살면서 경험한 것도 말씀 드리고,
'아마존의 눈물'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그랬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같이 놀러가자고도 했구요;
헤어지고 나니,
이렇게 만난 것이 참 반갑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했습니다.
다음주면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되는데
아침 7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한다네요.
그리고 지금은 아직 학교가 개학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학교에 일찍 나오라고 한답니다.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시킨다네요...
사실 요즘 대학교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지요.
국가와 자본의 방침에 따라 명령에 복종하고, 사고 능력을 갖지 않는
국가와 자본이 시키는 대로 일하고 행동하는 기계를 만들어 내는 곳이지요.
경주용 개를 키우는 곳과 다름 없는 인간 양성소나 인간 사육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인생관을 가지기 보다 경쟁에서 승리하면 의미가 있고 실패하면 조용히 찌그러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지요.
삶과 세상에 대해 이해를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서 지적 능력을 높이기 보다
그저 문제 풀고 답 맞추는 요령만 키우면서 오히려 사고력을 죽이는 곳이지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생각하는 국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고 복종하는,
개가 먹이를 주면 달려 와 좋아하고 주인의 말에 복종하듯이
국가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자본이 시키면 대로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움직이는 기계를 원하지요.
말을 못하면 답답하니 그저 말할 줄 아는 기계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교사도 사실은 교사가 아니고 교육을 하는 사람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가 교육을 하지 않는 곳인데 거기서 교사가 교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지요.
그저 학생 관리자이자 사육사이지요.
국가의 명령대로 학생들을 사육한 댓가로 월급을 받아 생활을 하는 거구요.
영화 [더 리더]의 주인공이 한 것은 그저 생활하기 위해 국가가 시키는 대로 자기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지요.
물론 결과는 유대인 학살이었습니다.
국가의 명령에 열심히 복종한 독일인이 승진을 할 수 있었듯이
학생들을 격한 경쟁을 몰아내면 댈수록 교사도 승진을 하지요.
건강한 정신과 몸을 가진 인간이 되도록 학생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직업에게 주어진 역할대로 학생들을 괴롭히고, 꿈과 미래를 빼앗은 댓가로 생활을 유지하는 거지요.
그 가운데 일부의 사람이 '난 사육사가 아니라 교사이고 싶다'라고 얘기를 하면
국가가 나서서 '뭔 개 소리여.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사육하는 곳이고, 사람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기계를 만드는 곳이라고 내가 말했는디 니는 고새 그걸 까 먹은 것이여?'하면서 빨갱이니 문제 교사니 하면서 두들겨 댑니다.
학생도 학생은 아닙니다.
학교가 교육을 하는 곳도 아니고 학생들이 하는 것도 대부분 공부는 아니지요.
경주용 개가 주인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움직이고,
달린 결과에 따라 맛있는 것을 먹거나 욕을 먹거나 하듯이
그들도 사육의 결과에 따라 칭찬을 받거나 문제아로 찍히지요.
그들은 그저 훈련 받을 뿐입니다.
1등을 하든 10등을 하든 10,000 등을 하든 변하지 않는 것은 개는 개일 뿐이라는 겁니다.
누가 주인의 명령을 잘 수행하고, 주인 앞에서 꼬리를 잘 흔드냐일 뿐이지요.
그래서 '지금과 같은 학교'는 다니면 다닐수록 삶에 안 좋은 결과를 안겨 줍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해로운 독극물과 같지요.
다른 이들과 자신을 많이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많이 학대하면 학대할수록 '좋은 학교' '좋은 교사' '좋은 학생'이 되니 말입니다.
교육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책 [페다고지]
폐암을 치료하려면 담배부터 끊어야 합니다.
당뇨를 치료하려면 사탕이나 과자를 먹지 말아야겠지요.
포르노 동영상에 중독된 사람은 한동안 컴퓨터에 접속하지 않으면서
자기 마음을 감싸고 있는 무거운 기운에서부터 벗어나야겠지요.
교육을 개혁하려면 교육을 하지 않는 학교는 문을 닫는 것부터
교육을 하지 않는 학교를 학생들이 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 보육이 문제라면
교사는 그저 때 되면 학생들 밥 챙겨 주고 학생들이 놀다가 넘어지면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면 됩니다.
원래는 그런 것이 아닌데 지금은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린 국어, 영어, 수학 문제를 학생들의 머리 속에 억지로 집어 넣으려 하지 말고
학생들과 같이 노래를 하고 공을 차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생들을 괴롭힌 댓가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학생들과 어울려 논 댓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말 하지 말아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학생들을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겁니다.
지구에 사는 60억 사람 저마다의 지문이 다르듯이 모든 사람의 꿈과 적성이 다른데
그것을 단지 하나의 기준을 세워놓고 학생들을 줄세우는 것은 '교육을 가장한 학대'일 뿐입니다.
교육부가 학대부인 셈이지요.
이명박은 학대부장쯤? ^^
김연아가 1등을 하든, 아사다 마오가 1등을 하든 그게 뭐 중요합니까.
좋은 경기를 위해 서로 노력하고,
지켜 보는 사람은 선수들이 열심히 한 것에 박수를 보내면 그만이지요.
열심히 노력해서 경기를 마쳤으면 김연아가 꼴찌를 해도 박수를 보내면 그만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면 키울수록
삶과 세상을 제대로 보게 되고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겠지요.
멍청하고 무능력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 '교육'인 척하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세상에는 배울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 사람이 1등을 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꿈을 가지고 노력하기 때문이겠지요.
1등에게만 환호를 보내면 보낼수록 우리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1등이라고는 해 볼 일이 없거든요.
사는데 1등이냐 아니냐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닌데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시간 낭비를 하게 되구요.
소중한 하루 하루를 살면서 부지런히 일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려 놀고 웃을 줄 알고
영화나 책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가득찹니다.
세상에는 읽으면 좋을 책이 많습니다.
아무 책이나 읽으면 좋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시험에서 답을 찾기 위한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정신에게는 독이 됩니다.
머리속에 쓰레기를 집어 넣는다고 할까요?
머리에 쓰레기를 잘 집어 넣는 사람이 영웅 대접 받는 사회니 그 사회가 어찌 우스워 보이지 않겠습니까.
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있나요?
윤동주를 읽고 푸쉬낀을 읽으면 되지요.
조정래를 읽고 셰익스피어를 읽으면 되지요.
노암 촘스키나 반다나 시바도 좋겠지요.
책을 읽다가 좋은 음악을 듣고 싶을 때는 빅또르 하라 아니면 베토벤을 들으면 될 거구요.
슬기둥이나 황병기도 좋겠지요. ^^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게 하고,
사회와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우치게 하는 책만이 책으로써의 가치가 있을 겁니다.
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의문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닌 것은 공부가 아닙니다.
선생이나 부모가 학생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라고 하는 말의 뒷면은
'공부하지 마라 공부하지 마라'이지요.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삶과 사회에 대해서 의문을 갖지도 말고
문제 출제자가 원하는 답만을 말하라고 하면
어떻게 학생이 스스로의 가슴에 물음을 갖겠습니까.
'공부해라 공부해라'가 사실은 '멍청해져라 멍청해져라'인 셈이지요.
그래서 제가 2년만에 만난 학생들과 헤어지면서 마음이 아팠던 겁니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시간도 아닌 괴로운 시간을 앞으로 3년이나 더 보내야 하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당장에 때려 치울 것도 아니니 그나마 그 3년에 꿈을 잃지 말고 힘을 내라고 할 밖에요.
힘을 내서 공부 아닌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마음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뿐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앞으로도 늘 행복하기를 빕니다.
오석준 장필순 박정운 - 내일이 찾아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