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것들/스치는생각

사랑이라는 거

순돌이 아빠^.^ 2010. 3. 24. 13:33

  

 

꽤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봄이 온다 온다 하더니 비가 내리며 날이 꽤 쌀쌀했습니다. 한 손에는 우유를 들고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집을 향해 똘래똘래 걷고 있었습니다.

 

저만치 앞에서 꼬마와 엄마가 손을 잡고 비오는 어두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엄마야 그렇다 치고 아이가 감기 걸리지는 않을까 싶었습니다. 집이 부산이나 광주가 아닌 이상 우산을 씌워 데려다 줘야겠다 싶어 다가가 아이에게 우산을 씌우며 말했습니다.

 

“저기... 제가 애기 우산 씌워 줄까요?”

 

그러자 엄마가 놀란 듯 우스운 듯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아이가 비를 맞고 싶어 해서요. 고맙습니다.”

 

낯선 사람이 와서 말을 걸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가 계속 빗길을 철퍽거리는 동안 아이 엄마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사랑이라는 거...

 

어쩜 그 사람이 비를 맞고 싶다고 할 때 함께 비를 맞는 것은 아닐런지...

 

 

 

조국과 청춘 - 우산


여름날 굵은 빗방울 내리면
어느 처마밑에서 그대를 기다리며
달려올 그대의 머리 위
활짝 두팔 벌려 그 비 막아줄 나

가을날 젖어드는 가람비 내리면
버스정류장에서 그대를 기다리며
머리위에 책을 얹고 걸어올
당신을 위해 내 몸을 펼칠 나

이 비 다 개고 맑은 세상오면
깊은 신장속에 세워져 잊혀지더라도
다시 어려운 날오면 누군가의 머리위에
내 몸을 펼쳐 가려줄 꿈을 꾸네

겨울날 궂은 진눈깨비 오면
노란 가로등 아래 그대를 기다리며
코트깃을 세우고 움추린
그대 얼굴 앞에 환히 펼쳐질 나

이 비 다 개고 말간 하늘 보면
잊혀진 채 전철 좌석에 홀로 남아도
다시 어려운날 오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몸을 펼쳐 가려줄 꿈을 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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