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것들/스치는생각

저는 편파적입니다.

순돌이 아빠^.^ 2011. 4. 29. 23:56

팔레스타인에 관한 강연을 했습니다. 1시간 정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어떻게 괴롭히고 죽이는 지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저의 얘기가 끝나고 몇몇 분들이 너무 편파적이지 않느냐, 이스라엘이 그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강사의 얘기를 어린 아이들이 들으면 편협한 생각을 갖지 않겠느냐 등의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걸 왜 찾나요?


편파적이라고 지적하셨던 분들의 말씀에 대한 저의 대답은 ‘저는 편파적이고 일방적입니다’, ‘약자인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떻게 당하고 있는지를 말씀 드리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일방적입니다’였습니다.


강연의 주제가 팔레스타인인들의 현실이라고 한다면 저는 제 역할을 한 겁니다. 만약 주제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었다면 저는 제 역할을 다 못한 것이겠지요.

제 강연의 목적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고, 팔레스타인인 입장에서는 저런 의견도 있다고 하는 의견이나 사실의 나열이 아닙니다. 제가 강연을 하든 글을 쓰든 그런 일을 하는 목적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겁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강자가 약자를,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억누르고 괴롭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겠지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그 일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여러 입장을 알아보는 건 사건의 원인을 찾기 위한 방편이지 단순히 입장을 나열하는 것이 목적일 수는 없습니다.


강자가 왜 그런 폭력을 사용하는지 의도를 밝히는 것은 강자를 이해하고 감싸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가가멜이 왜 스머프를 괴롭히는지를 알아 보는 것은 스머프를 잡으려다 번번히 놓치고 마는 가가멜이 가여워서가 아니라 가가멜이 스머프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이것도 알고 저것도 안다는 것에 만족하기 위해 앎을 찾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지(知)는 그 자체로 기쁨이기도 하지만, 제가 지(知)를 찾는 더 큰 목적은 선(善)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편들기

 


‘연쇄 살인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연쇄 살인을 한 저 나름의 이유도 있을 거니깐 너무 욕하지는 말자’라고 하는 것이 연쇄 살인을 대하는 편파적이지 않은 중립적 태도일까요?

이순신 장군이 편파적이지 않기 위해서 조선군과 일본군 가운데 섰어야 할까요?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하기 위해 외규장각 도서를 한 해는 한국에 두고, 한 해는 프랑스에 두어야 할까요?

토론장에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주장을 펼칠 때 편파적이지 않은 입장에 서기 위해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주장을 50% 소개하고, 일본 땅이라고 하는 주장을 50% 소개해야 할까요?

나는 목련이 좋아, 나는 개나리가 좋아 하듯이 저마다의 선택의 문제라면 저는 굳이 어느 편을 들 생각이 없습니다.


투덜이 스머프도 함께 춤을 추는 사회 ^.^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를 구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섣불리 니 편도 내 편도 아닌 가운데에 서고 싶지 않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상황이라면 약자 편에 서서 강자가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선(善)을 향한 인간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편파적이서 잘못인 것이 아니라 지배자의 편에 섰기 때문에 잘못인 것이겠지요. 편파적이어서 잘한 일이 아니라 피지배자의 편에 섰기 때문에 잘한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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