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같은 동네 사는 중3 00이가 이런 얘기를 들려 줬습니다.
한 학생이 시험을 쳤는데 전교 15등을 했어요. 그 전에는 17등이었는데 이번에 성적이 올라서 칭찬 받을 마음으로 집에 갔구요. 그런데 부모님은 전교 5등을 하지 못했다고 학원을 하나 더 등록했어요. 그전에는 새벽 2시에 학원을 마쳤는데 이제는 새벽 3시에 마치게 됐어요.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그 학생은 다음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구요. 그리고 “이젠 됐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했대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전 가끔 물어 보고 싶습니다.
정말이요?
자식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 말고 정말 자식을 사랑하는지 묻고 싶은 거지요.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자식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은 아닌지 묻고 싶은 겁니다.
00이 친구 **이는 10월초에 있을 중간고사 때문에 9월초부터 밤 10시까지 학원에서 시험대비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무엇을, 누구를 위해 학생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 난리를 피워야 하는 걸까요? 가을 햇살이 얼마나 밝은지, 가을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느낄 겨를도 없이 학원 전등 불빛 아래서 에어콘 바람 쐬며 소중한 삶의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걸까요?
언젠가 우린 또다시 누군가 ‘이젠 됐어?’라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내렸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내 자식은 아니니...’라고 안도의 한 숨을 쉬지는 않을까요?
학생들이 끊임없이 죽음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쯧쯧’하며 혀를 차고는, 내 자식이 그런 소식 듣고 혹시나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걱정을 앞세우겠죠. 공부해야 되는데 그런 소식에 신경 쓸 시간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막상 자신의 자식이 주검으로 눈앞에 나타나도 동생에게 ‘너는 이런 거 신경 쓰지 마라. 엄마 아빠가 다 알아서 할게. 너는 마음 단단히 먹고 중간고사 대비나 해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부모가 정말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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