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에 대한 교육과 그들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정직(진실)은 반드시 귀히 여겨야만 되네...이 나라에서 거짓말을 하는 자를 붙잡게 된다면...그런 자는, 마치 배를 그러듯, 나라를 전복하고 파괴할 그러한 관행을 들여오는 자로서 벌줄 걸세...우리의 젊은이들에겐 절제가 요구되지 않는가?...대중에겐 이런 것들이 절제의 가장 중대한 면면이 아니겠는가? 통치자들에 대해서 순종하는 반면, 주색이나 먹는 것과 관련된 쾌락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다스리는 자들로 되는 게 말일세. - 191, 192쪽
정직은 그렇다 치고, 절제에 대한 설명은 참 특이하네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통치자와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통치자가 좀 다르다고 해도 말입니다.
우리의 수호자들이 다른 일체의 ‘전문 기술’을 포기하고서 이 나라의 그야말로 엄밀한 뜻의 ‘자유의 일꾼(구현자)’들이어야만 한다는, 그리고 이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 그 밖의 어떤 것에도 종사하지 않아야만 한다는 그 주장(원칙)을 지키려 한다면 - 205, 206쪽
직업 정치인과 직업 군인이 떠오릅니다. 소크라테스는 정치인들과 군인들에게는 특별한 기술과 능력이 필요하니 이들은 그것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게 잘하는 짓일까요?
소크라테스가 상상하는 사회가 아닌 현실의 사례를 보면, 미군에 맞서 끝까지 싸운 것은 이라크의 직업 군인들이 아니라 무장한 시민들이었습니다.
역시 단연코 말하네만, 우리는 방금 전에 호사스런 나라라고 말했던 나라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금 완전히 정화했네...우리는 복잡 미묘한 리듬도 온갖 종류의 운율도 추구하지 말고, 예절 바르고 용감한 삶을 나타내는 리듬이 무엇무엇인지 보도록 해야만 하네. - 216쪽
교육과 시가 등을 통해 인간의 혼과 사회를 ‘정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정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이런 식으로 인간과 사회를 정화하는 것은 생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까요? 이런 것을 잘못 사용하면 ‘세뇌 교육’이 되겠지요. 교육이란 것이 지배자들이 필요로 하는 인간을 만든 것이 될 거구요.
문자들의 상(像)들이 물이나 거울 어딘가에 나타나 보이더라도, 문자를 우리가 알기 전에는, 그것들을 알아볼 수 없으며 - 222쪽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에 보면 백성들이 글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세종이 한글 만드는데 힘쓰는 모습이 나옵니다. 한석규의 연기가 정말 끝장이지요.
드라마에 보면 양반들은 한자를 배우지만, 일반 백성들은 한자를 보기는 보는데 이게 무슨 글자인지 그림인지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볼 수는 있지만 알 수는 없는 거지요. 본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알 수 있는 거지요.
성적 쾌락보다도 더 크고 민감한 쾌락(즐거움)을 자네는 말할 수 있는가?...바른 사랑은 그 본성상 질서 있고 아름다운 것에 대해 절제 있고 교양 있게(시가詩歌에 밝은 사람답게) 사랑하는 것이겠지?...‘사랑을 하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소년’이, 바르게 사랑하며 사랑받는 사람들이려면, 결코 이 쾌락에 관여해서도 아니 되네...시가와 관련된 것들은 어쩌면 아름다운 것에 대한 사랑으로 끝나야만 할 것 같으이. - 224쪽
저 같은 놈은 수호자가 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쾌락을 멀리하기도 어렵고, 아름다운 것만 사랑하기도 어려우니 말입니다. ^.^
(글라우콘) 순전히 체육만 해온 사람들은 ‘필요’(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사나워지게 되는 반면에, 시가만 해온 사람들은 그들대로 자신들을 위해 좋은 정도 이상으로 부드럽게 된다는 말씀이겠지요. - 239쪽
체육을 통해 몸을, 시가를 통해 혼을 올바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체육에는 힘을 많이 쏟고 먹기도 아주 잘 하면서 시가와 철학(지혜에 대한 사랑)은 건드려 보지도 않는 경우에는 어떤가?...이런 사람은 물론 ‘논의를 싫어하고’, ‘시가를 모르는’ 사람으로 될 것으로 나는 생각하네. 또한 그는 이후로 말을 통한 설득은 전혀 이용하지를 않고, 마치 짐승처럼, 모든 것과 관련해서 폭력과 난폭에 의해 이루려 할 것이며, 무지와 졸렬함 속에서 상스럽고 무례하게 살 걸세. - 241, 242쪽
박정희나 전두환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요? ^.^
통치자
시가와 체육을 가장 훌륭하게 혼화(混和)하여, 이를 혼에 가장 알맞게 제공하는 그런 사람 - 242쪽
통치자들은 연장자들이어야 되겠지만, 다스림을 받는 사람들은 연소자들이어야 될 게 분명하지 않는가?...그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사람(최선자最善子)들’이어야만 한다는 것도? - 243쪽
이후 글에는 나이에 따라 이런 저런 것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지만, 사람이 어디 꼭 나이에 따라 그에 맞는 사람이 되겠습니까? 세월을 두고 생각을 깊게 한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지요.
수호자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우리가 선발해 내야만 할 것이니, 이들은 관찰하고 있는 우리 눈에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나라에 유익한 것이면 온 열의를 다해서 하려 들되, 그렇지 못한 것이면 어떻게도 하려 들지 않을 것같이 보이는 사람들, 그 누구보다도 온 생애를 통해 그렇게 하려 들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일세. - 244쪽
오직 바른 통치에만 마음을 쏟는다고 하니 최선자들은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현실에서는 이명박 같은 사람이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고 재임 기간 내내 거기에만 열을 올리는데 말입니다.
통치자들이 원활(?)하게 통치를 잘 할 수 있도록 적당한 신화도 만들자고 합니다.
실은 그때 이들 자신이 땅 속에서 만들어져서 양육되고 있었고, 또 이들의 무장과 그 밖의 장비도 그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이 일이 완벽하게 완결되고서야, 이들의 어머니인 대지(大地)가 이들을 지상으로 올려보냈다는 걸 말일세. - 248, 249쪽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다고 했나요?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과 다른 위대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말합니다. 자신을 높이고 남을 낮추기 위한 것이죠.
이 책에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수호자를 선발하고 교육 시킨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통치자가 최고의 위치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가운데 누군가를 선발해서 교육시키고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통치자 역할을 맡긴다는 거지요. 수호자들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도 얘기합니다.
첫째로, 아무도 전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 한, 어떤 사유 자산도 가져서는 아니 되네. 그 다음으로는, 누구든 원하는 자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그런 집이나 곳간은 이들 중의 누구에게도 있어서는 아니 되네. 그리고 생활 필수품은, 절제할 줄 알고 용감한 전사들이 필요한 정도만큼의 것을 다른 시민들한테서 이들의 수호에 대한 보수로서 일정하게 정하여 받되...또한 이들은 공동 식사를 하면서, 마치 야영하는 군인들처럼, 공동으로 생활해야만 하네. - 252쪽
수호자, 통치자라고 하면 큰소리 뻥뻥 치고 온갖 맛있는 것 먹고 호화롭게 생활할 것 같은데 소크라테스가 꿈꾸는 사회의 수호자는 정 반대의 삶을 살라고 합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이어서 나옵니다.
이들이 개인의 땅과 집 그리고 돈을 소유하게 될 때, 이들은 수호자 대신에 호주(戶主)와 농부로 될 것이며, 다른 시민들의 협력자 대신 적대적인 주인으로 될 걸세. 그리하여 이들은 미워하며 미움을 받으면서, 음모를 꾸미며 음모의 대상으로 되면서, 또한 외부의 적들보다도 내부의 적들을 오히려 훨씬 더 많이 무서워하면서 한 평생을 보내게 될 것이니 - 252쪽
소크라테스가 우려하는 일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있습니다. 땅과 집과 돈을 소유한 이들이 국가를 지배함으로써 이들은 시민들을 향해 투쟁을 벌입니다. 어떻게든 집값을 올리려고 온갖 수단을 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집값이 적게 오르거나 떨어질라 치면 마치 대단한 위기가 닥친 것처럼 떠들기도 하구요. 집값이 오르면 그 돈 메우느라 죽어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만약에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사유 재산을 소유하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공유해서 쓰는 사람들만 정치나 사회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누군가 그런 방식으로 사회를 바꾸려 한다면 국가는 그 사람의 입을 닫게 만들지 않을까요?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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