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책과영화

플라톤 - [국가·정체] 2권

순돌이 아빠^.^ 2011. 12. 9. 23:43



2권에서는 트라시마코스의 얘기를 넘겨받아 글라우콘이 소크라테스와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서로간에 올바르지 못한 짓을 저지르거나 당하지 않도록 약정을 하는 것이 이익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씀입니다. 또한 바로 이것이 연유가 되어, 사람들은 자신들의 법률과 약정(계약)을 제정하기 시작했으며, 이 법에 의한 지시를 합법적이며 올바르다고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깐 이것이 실로 올바름의 기원이며 본질이란 거죠. - 126, 127쪽

법의 발생과 개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맺었다는 거지요. 법이란 게 과연 그런 걸까요? 어떤 사회에서는 그렇지 못할 거고, 어떤 사회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올바른 사람도 그 탐욕(제 몫 이상을 차지하려는 마음) 때문에 올바르지 못한 사람과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현행 중에 포착하게 될 겁니다. 이는 모든 천성이 좋은 것으로서 본디 좇게 마련인 방향이지만, 법에 의해서 강제로 평등에 대한 존중 쪽으로 천성이 유도 됩니다. - 127, 128쪽

법은 인간의 탐욕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고 합니다.

(글라우콘) 우리가 지금 언급하고 있는 두 사람의 삶과 관련된 판정 자체는, 가장 올바른 이와 가장 올바르지 못한 이를 우리가 대비시켜 보게 될 경우에, 바르게 내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그 대비란 어떤 것이겠습니까? 그건 이런 것입니다. 우리가 올바르지 못한 자의 올바르지 못함(불의不義)에서도, 그리고 올바른 자의 올바름(정의正義)에서도 조금도 감하지 말고, 이들 각자가 하고 있는 일에 있어서 각자를 완벽한 사람으로 상정하십시다. - 130쪽

하루에는 낮과 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낮에서 밤으로 넘어갈 때, 밤에서 낮으로 넘어갈 때는 빛만 있는 것도 어둠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낮은 빛, 밤은 어둠을 연결해서 생각해 보는 거지요.

A에 대해 알기 위해 B와 대비시켜 보는 것은 A를 또렷하게 드러내서 인식에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A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B는 노예제 사회인데, A 안에는 노예가 없고 B 안에는 노동자가 없다고 단순화해서 비교하는 겁니다. 실재로는 자본주의 사회에도 노예가 있을 수 있지만 말입니다.

단순화나 비교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인간을 키 170 이상인 인간과 169 이하인 인간으로 나눠 비교하는 것이 인간 이해에 큰 도움은 안 될 겁니다.

글라우콘의 말에 소크라테스가 찬사를 보냅니다.

놀랍군, 글라우콘! 그들 두 사람을 판정받도록 함에 있어서 어쩌면 자네는 그토록 기운차게, 마치 조상(彫像)을 닦아 내듯, 각자를 깨끗이 드러내 놓는지! - 131쪽

글라우콘은 올바른 사람과 올바르지 않은 사람을 대비해서 얘기합니다. 올바르게 사는 것은 힘들고 손해보고 뭐 그렇고, 올바르지 않게 사는 사람은 쉽게 이익을 보고 뭐 그런다는 거지요.

남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결사체나 당파를 결성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대중 연설과 법정 변론의 지혜를 제공해 주는 설득의 교사들도 있으니, 이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때로는 설득을 함으로써, 때로는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욕심을 부리고서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 139쪽

정치와 정당, 교육과 언론, 폭력과 법이란 것이 왜 만들어지고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올바르지 못할 경우에는, 우리는 이득을 얻게 될 것이며, 도가 지나친 짓을 하고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신들한테 탄원을 하여 신들을 동하게 함으로써 벌을 받지 않고 풀려나게 될 것입니다. - 140쪽


전도연과 송강호가 나왔던 [밀양]이란 영화가 있죠. 한 남자가 전도연의 아들을 살해합니다. 살인자를 찾아간 전도연에게 그가 남긴 말이 걸작이었죠.

하나님이 저를 용서해 주셨어요

이건 종교를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 살인자가 스스로 죄 없음을 선언할 수 있도록 만든 게 종교 아닐까요?

바로 그것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글라우콘이 다시 한 번 소크라테스에게 올바름이 무엇인지 말하라고 다그칩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에게 비단 올바름이 올바르지 못함보다도 더 낫다는 주장만 밝히실 것이 아니라, 그 각각이 그것을 지니고 있는 당사자에게 그 자체로서, 즉 신들이나 남들에게 발각되건 또는 그렇게 되지 않건 간에, 무슨 작용을 하기에, 한쪽은 좋은 것이지만, 다른 한쪽은 나쁜 것인지도 밝혀 주십시오. - 143쪽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올바름엔 한 사람의 것도 있지만, 나라 전체의 것도 있다’며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라가 생기는 것은 우리 각자가 자족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것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일세...한 사람이 한 가지 필요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맞아들이고, 또 다른 필요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을 맞아 들이는 식으로 하는데, 사람들에겐 많은 것이 필요하니까, 많은 사람이 동반자 및 협력자들로서 한 거주지에 모이게 되었고, 이 ‘공동 생활체’에다 우리가 ‘나라’(도시 국가polis)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네. - 146, 147쪽

‘나라’라는 말을 잘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국어사전에 ‘나라’를 검색하니까 ‘국가’라고 나옵니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따라가면 개인과 개인이 관계를 맺어가면서 ‘공동 생활체’를 구성한다고 하니 이를 ‘사회’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국가권력이라고 할 때의 국가와 비교하기 위해서요.

우리 각자는 서로가 그다지 닮지를 않았고, 각기 성향에 있어서 서로가 다르게 태어나서, 저마다 다른 일에 매달리게 될 것이라는 걸세. - 148쪽

각각의 것이 더 많이, 더 훌륭하게, 그리고 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을 ‘성향에 따라’ 적기에 하되,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한가로이 대할 때에 있어서이네. - 149쪽

앞에서 ‘기능’에 대해서 얘기 했었는데 여기서는 사람의 ‘성향’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각 부류의 사람들이 생산하게 되는 물건들을 이 나라 자체 안에서는 서로들 어떻게 나누게 되겠는가?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협력(공동) 관계’를 맺고 나라를 수립했었지.”
“그야 팔고 사는 것을 통해서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가 말했네.
“그러니깐 우리한테 시장과 교환을 위한 표인 화폐가 생기게 되는 것은 이로 인해서일세.” - 151쪽

인간은 저 혼자 벼농사 짓고, 옷 만들고, 스마트폰 만들며 살 수 없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협력(공동) 관계’를 맺고 삽니다. 각자 만든 물건은 시장에서 화폐를 이용해 교환을 하는 것일 거구요. 이 글에서 시장과 화폐는 이윤이나 부의 축적과는 관련 없는 듯 보입니다.

이들은 지적인 일에서는 이 나라 사람들의 동반자 관계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힘든 일들을 능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체력을 지니고 있네. 그런데 체력의 사용을 파는 사람들은, 그 대가를 우리가 임금이라고 부르므로, 임금 노동자(고용인)들로 불리는 것으로 나는 생각하네. - 152쪽

체력의 사용 곧 노동력의 사용을 판 대가를 임금이라고 했네요. 그런 사람들을 임금 노동자라고 했구요.

지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지적인 일을 하고, 육체적인 일을 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은 육체적인 일을 하자 뭐 그런 것 같아요. 만약 인간이 서로 동등한 채 계급에 따라 지배하고 지배 받지 않는 사회라고 한다면 서로의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서 적절하게 일을 나누면 될 겁니다.

그게 아니고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가 있고 일을 지시하는 자와 수행하는 자가 따로 있는 사회라면, 앞의 말은 사대부는 사대부의 일이 있고 백성은 백성의 일이 있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서로가 제 역할을 하며 물건들을 만들어서 교환하며 사는데, 처음에는 집과 옷, 신발 따위의 필수적인 것들을 만들고 교환했지만 점점 회화, 자수, 황금, 상아, 장신구 등등도 필요하다고 하겠지요.

영토 역시 그때에는 그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이젠 충분하기는커녕 작아 빠질 것으로 생각되는군...우리가 목축하고 경작하기에 넉넉한 땅을 가지려 할 경우에는, 우리로서는 이웃 나라 사람들의 땅을 일부분 떼어내야만 되겠고, 다시 그들은 그들대로, 만약에 그들 역시 필요 불가결한 것들의 한도를 벗어나, 재화의 끝없는 소유에 자신들을 내맡겨 버리게 될 때는, 역시 우리 땅을 떼어 가져야만 되지 않겠는가? - 157쪽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듯 욕망하는 것이 점점 많아지면서 다른 사람의 땅을 넘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서 전쟁을 하게 되는 거구요.

그러니까 우리의 이 나라는 한층 더 확대된 것이어야만 되겠는데, 이는 소규모가 아니라고, 모든 재산과 방금 우리가 언급한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 출진하여 침략자들에 대항해서 싸울 전체 군대만큼의 확대일세. - 157쪽

다른 사회의 것을 욕망하면서 전쟁을 하게 됩니다. 전쟁을 하려면 군대가 있어야 할 거구요. 재산을 지킨다고 했는데 누구의 어떤 재산인지는 더 생각해 봐야겠지요.

수호자들의 일(기능)은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이 업무에 대한 종사 자체에는 적성이 또한 요구되지 않겠는가?...지키는 일의 관점에서 보아, 혈통 좋은 강아지의 성향이 가문 좋은 젊은이의 성향과 실상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자넨 생각하는가? - 159, 160쪽

사회와 전쟁, 군대가 어떻게 생기게 되는지에 이어서 수호, 곧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정치가는 뼈대 있는 집안 출신이어야 한다고 하구요.

장차 우리 나라의 ‘훌륭하디훌륭한’ 수호자로 될 사람은 의당 천성으로 지혜를 사랑하며 격정적이고 날래며 굳셀 걸세...이제 우리가 이들로 하여금 어떤 방식으로 양육되고 교육받도록 해야 할 것인지? - 163, 164쪽

수호자는 좋은 성향만 가지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신화를 들려 줄 때도 신들끼리 싸웠다느니와 같은 좋지 못한 것은 빼고 좋은 것만 들려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들은 대로 생각하게 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