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1
중딩들과 책읽기 모임을 하다 자본주의와 노동자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미니 : 너희들도 고등학교 졸업하거나 대학교 졸업하면 99%는 노동자가 되겠지.
학생들 : 노동자요? 히히히
노동자란 말이 왠지 불쌍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풍경2
찻집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저쪽에 앉아 계시던 분들이 자녀들 얘기로 바쁩니다.
영어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느니, 어느 학원이 좋으니 한창을 얘기하시더니
어떤 분이 그 많은 얘기를 정리하는 한 마디를 날리십니다.
그래봐야 나중에 별로 할 거는 없어.
그분이 말을 마치자 순간 침묵이 흐릅니다.
풍경3
학생들에게 미래에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돈 많이 벌고 편한 직업을 갖고 싶어요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직업이 돈 많이 버는 직업일까요?
[한국고용정보원] ( http://www.keis.or.kr )이 진행한 <2009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OES)>가 있습니다.
(파일첨부)
돈 많이 벌고 싶으면 위 그림에 나타난 10가지 직업을 목표로 준비하면 되겠네요.
풍경4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 실제로 갖게 되는 직업은 어떤 것들일까요? 한국고용정보원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직업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는 분야는 [상점판매원]이라고 하네요.
어느 부모나 교사도 상점판매원이 되라고 말하지 않을 거고
어느 학생도 커서 상점판매원이 될 거라고 하지 않겠지만
어쨌거나 현실은 가장 많은 사람이 상점판매원이 된다는 거네요.
상점판매원이라는 직업이 좋다 나쁘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구요.
풍경5
학교나 가정에서 꿈이니 희망이니 하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될 가능성이 아주 적은 직업을 제시하며 도전해 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런 직업들이 우리에게 돈과 명예 말고 어떤 것을 안겨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구요.
텔레비전에서도 맨날 보는 게 어느 기업 회장 아들 아니면 무슨 무슨 팀장이지요.
MBC 드라마 [애정만만세]
현실에서 과연 몇 명의 여성이 부자집 아들이자 변호사인 남자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노동자인 여성이 노동자인 남성과 사랑을 사랑하는 건 안 되는 걸까요?
만약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의사나 공무원이 아니라 일반 기업의 노동자가 된다면
노동자로써 살아가는 데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 알고 배울 기회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꿈이라는 이름으로 다다를 수 없는 것만 보여 주지 말구요.
꿈 속을 헤매며 그곳에 이르지 못한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기 보다
현실을 살면서 조금 더 나은 삶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노동자가 어떤 존재인지, 임금체불이나 성희롱 같은 부당대우를 받았을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노동조합이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학생들이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더욱 쉽게 해고 되는 노동자들
학생들 대부분이 노동자가 될 거고 노동자의 1/3이 비정규직이라는데
정규직에 비해 해고 위험성은 높고 임금이나 복지수준은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조건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들 우아하게 살고 싶다고 해서 이슬 먹고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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