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트니까 하더라구요. 처음부터는 못 봤지만...
1. 성욕과 환상
한울복지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많은 여성을 강간합니다. 그런데 이놈의 말이 가관입니다.
지들도 좋아서 소리를 질렀어
자신이 좋아서 소리를 지르니 상대도 좋아서 소리를 질렀을 거라고 상상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범죄를 심리적으로 은폐하기 위해 강간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사장의 환상과는 달리 여성들이 소리를 지른 것은 고통과 두려움 때문이었겠지요.
2. 폭력
1) 개인적 폭력
강간을 가능케 했던 것은 이사장이 가진 폭력 때문입니다. 그가 가진 힘에는 신체적인 힘과 칼도 있겠지만, 남성이라는 점도 있지 않을까요?
여성이 혼자 있는 집에 갑자기 나타난 남성. 소리 지르고 달아나고도 싶지만 상대가 남성이라는 점은 여성을 위축시키고 공포 속으로 빠뜨려 무력감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2) 사회적 폭력
경찰이 점점 포위망을 좁혀 오자 이사장은 자신이 아는 검사에게 전화를 겁니다. 검사는 경찰서에 연락을 하고, 경찰서장은 경찰들에게 이사장을 건드리지 말라고 합니다.
한국의 ‘장자연 사건’이 그렇습니다. 검찰과 경찰 등 국가기구 나서서 장자연이라는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했던 남성들을 보호합니다. 그 남성들은 지금 또 어디서 다른 여성을 학대하고 있겠지요.
미국이 이라크 여성을 강간합니다. 세상이 잠깐 시끄러우면 미국은 가해자들을 처벌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잠깐 시간이 지나면 미군은 처벌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국가가 성폭력 가해자들을 보호하고 재생산하는 거지요.
3. 위선
운전학원 원장이기도 한 이사장은 한울복지재단을 만들어 좋은 일을 하는 척 합니다. 후원의 밤 행사 때는 자신이 그동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했던 일들을 사진으로 보여 주며 자신을 착한 사람으로 만듭니다. 위선이지요.
온갖 부정부패 문제가 터지자 삼성의 이건희는 큰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든 것이 자신의 이름을 딴 이건희장학재단입니다. 부정부패 저지른 것을 무마하기 위해 돈을 내어놓는 척하면서 위선의 도구를 또 만드는 거지요.
지배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늘 이렇게 착한 척을 합니다.
4. 공감
오직 실적 쌓기에 바쁜 경찰 박중훈과 이선균이 마음을 고쳐먹는 것은 자기 가족들을 통해서입니다. 박중훈은 자신의 딸들을 보면서, 이선균은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기 사진을 보면서 피해자들과 공감을 시작합니다.
이들이 피해자들과 공감을 시작한 시점을 문책성 전보를 당한 이후입니다. 국가의 손발로써의 역할 수행에서 조금 멀어지자 오히려 피해자들의 심정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거지요.
둘이서 이사장을 체포하려고 계획을 세우다가 박중훈이 ‘잘못되면 우리 옷 벗어야 돼’라고 합니다. 자신들에게 피해가 생길지 모르는데도 이들은 이사장 잡기에 나섭니다. 오직 실적 쌓기에만 마음을 쏟던 국가의 손발에서 피해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인간이 된 거지요.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나의 삶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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