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것들/스치는생각

그리움 때문인지 걱정 때문인지

순돌이 아빠^.^ 2012. 3. 17. 07:09

 

 

 

1.


전화기 울리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깹니다. 눈을 떠보니 세상은 어둡습니다. 장난인가, 보이스 피싱인가, 아니면 실수인가 생각해 볼 법도 하지만 아무 의심도 없이 전화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부재중 통화. 국제전화입니다.

 

국제전화로 부재중 통화가 와 있습니다. 보이스 피싱 아니면 팔레스타인이겠네요.

 

‘확인’ 단추를 누르니 저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의 번호가 뜹니다. 002로 시작하네요. 002만 봐서는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전화인지 확인하려면 맨 끝 쪽 번호를 확인하면 됩니다.

 

988

 

전화번호부를 눌러 988을 검색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있는 슈룩입니다.

 

전화기를 잠깐 울리고 끊는 부재중 통화의 의미는 ‘니가 보고 싶어’ ‘니 생각하고 있어’입니다. 한국이 새벽 5시30분이니 팔레스타인은 밤 10시30분이겠네요.


저도 슈룩에게 전화를 겁니다.


뚜우 뚜우


두어 번 울리고 종료 단추를 누릅니다.

 

 

엄마 일하는 공장에서 슈룩

 

2.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맛있는 거 먹는 것보다 잠자는 걸 더 좋아하고, 애인과 헤어진 날에도 때 되면 잠은 꼭 자는 놈인데 웬일인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잠이 오기는커녕 함께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나디아는 얼마 전에 큰 수술을 했다던데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마라․아이야․자밀라, 우리 꼬마 세 자매는 잘 있는지. 아부 마흐무드의 허리는 좀 어떤지, 아부 이합은 여전히 담배를 많이 피우는지...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실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누워 있어봐야 다시 자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그들과 함께 마시던 커피마냥 작은 잔에 커피를 따라 책상에 앉았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만났던 하얀 꽃

 

3.


10년 전에 울리던 총소리 여전히 울리고
한 해 전에 끌려갔던 사람들 여전히 감옥에 있고
어제 들리던 누군가의 죽음은 오늘도 이어지고

 

혹시 시간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저에게는 흐르는 시간이 그들에게 멈춰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리움 때문인지 걱정 때문인지 다시 잠들지 못하고 아침은 밝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