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부장제 사회의 결혼과 이혼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여성을 만나거나 성적 관계를 갖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온갖 형태의 성매매나 성적 서비스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은 이런 것들을 즐기는 남성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겠지요. 이 남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결혼을 한 사람일 거구요.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배우자 아닌 다른 남성을 만나거나 그와 성적 관계를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여성들은 오직 한 사람과만 사랑하도록 유전자를 타고 나서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가부장인 남성들이 자신들의 욕망은 자유롭게 취하면서 여성들의 욕망은 억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통죄가 여성들의 욕망을 제도적으로 억압하는 것이라면, 사회적인 비난이나 손가락질은 비제도적 억압이겠지요. 여성이 속해 있던 집단에서 완전히 쫓아내기도 하고, 여성이 맺고 있던 인간관계를 차단하기도 하지요.
가부장 남성들은 나만 그녀와 독점적으로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독점적 성관계는 내가 아버지임이 분명한, 곧 다른 남성의 정자가 제공됐을 가능성이 없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안전장치입니다. 이것이 가부장제 사회의 결혼과 가족이 가지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결혼과 이혼이 자유로워지고,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지가 존중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원하는 여성과 독점적으로 성 관계를 갖는 것도, 내가 아버지임이 분명한 자식을 갖는 것도 쉽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여성이 다른 남성들과 성 관계를 가질 수도 있고, 다른 남성의 정자와 자신의 난자를 결합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여성에게서 다른 남성들과 자유롭게 관계를 맺을 자유를 뺏어야만 여성을 독점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관계라는 것이 꼭 성 관계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한다거나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은 성적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 주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다른 남성을 만날 자유를 빼앗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결혼한 여성으로 하여금 이혼을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2. 결혼과 이혼
어떤 사회에서는 인종, 직업, 나이, 출신지역, 학력 등에 관계없이 A와 B, 두 사람이 합의만 하면 결혼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합의로 결혼이 가능한 사회라면 인종, 직업, 나이, 출신지역, 학력 등에 관계없이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 이상이 이혼 의사가 있으면 이혼도 가능해야 하겠지요. 사회적으로 이혼을 인정해야 함은 물론이고 상대 배우자도 이혼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현실에 닥치게 될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 A가 B와 함께 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여길 경우
- A가 B와 함께 사는 것이 불행하다고 여길 경우
- A가 B가 아닌 C를 사랑하게 될 경우 등입니다.
서로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서 이혼을 할 수도 있지만, 한 동안 같이 살아보니 서로가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큰 어려움 없이 이혼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3. 이혼의 자유
‘힘들어도 참아야지. 그래도 가정을 지켜야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살아 있는 한 명, 한 명의 인간을 위해 가족이라는 제도가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가족이라는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필요한 걸까요? 구성원들을 행복하고 기쁘게 할 수 없는 집단이 왜 필요한 걸까요?
편안한 감정의 교류도, 속 깊은 대화도 없는 부부가 꼭 함께 살아야 하나요?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라는 것을 내세우고, 남들에게 창피 당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결혼을 유지하는 게 좋은 일일까요?
사랑치도 않으면서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억지로 꾸며 배우자를 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부부 아무 이상 없어’라고 보여주기 위해 또 자신의 모습을 꾸며야 한다면 진실한 내 삶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결혼은 사랑의 결실, 이혼은 불행의 시작?
결혼이란 것이 누군가를 고통 속에 빠트리고 소중한 삶을 무의미한 시간으로 가득 채우는 데도 결혼을 유지하라고, 억지로 참으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고통과 무의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나요?
결혼이 선(善)도 악(惡)도 아니듯, 이혼도 선도 악도 압니다.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을 뿐입니다.
이혼이 가족의 해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삶의 기회이자 선택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듯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을 할 수 있는 자유도 보장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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