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플라톤과 프로이트
1) 플라톤의 이야기.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의 대화.
‘소크라테스, 실로 사랑은 당신 생각처럼 아름다운 것에 대한 게 아닙니다.’ 그녀가 말했네.
‘그게 아니면 뭡니까?’
‘아름다운 것 속에서의 낳음과 출산에 대한 것이지요.’
‘좋습니다.’내가 말했네.
‘분명히 그렇습니다. 그럼 사랑이 왜 낳음에 대한 것일까요? 낳음은 가사자에게 있는 영속적이고 불사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합의한 대로 사랑이란 좋은 것이 늘 자신에게 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로부터 우리가 좋은 것과 더불어 불사를 욕망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따라 나옵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로부터 사랑이 불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지요.’ - 플라톤, [향연], 이제이북스, 2010, 135~136쪽
가사적인 본성은 할 수 있는 한 늘 있기를 즉 불사이기를 추구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이 방법으로만 즉 생겨남으로써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오래된 것 대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늘 남기니까요. - 같은 책, 137쪽
2) 프로이트의 이야기
생물학에서는 성욕을 개체의 다른 기능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성욕의 목적은 개체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새로운 개체들의 생산, 즉 종족 보존을 그 내용으로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자아와 성욕의 관계에 관해 생물학은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를 지닌 두 견해가 있음을 보여 준다. 하나는 개체가 중심이고, 성욕은 개체 활동 가운데 하나이며 성적 만족은 개체의 욕구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견해이다. 반면에 또 하나의 견해는 개체를 세대 진행 과정에서 그 개체가 물려받은 생식 세포질(이것은 거의 소멸되지 않는다)에 붙어 있는 일시적이고 유한한 부속물로 보는 견해이다. - 프로이트, ‘본능과 본능의 변화’, [무의식에 대하여], 열린책들, 1997, 111~112쪽
사랑은 쾌락의 근원으로서의 대상을 향한 자아의 움직임을 표현하게 된다. 사랑을 나중에 나타나는 성적 본능의 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여러 성적 본능들이 완전히 한데 합쳐질 때면 성적 충동 전체와 일치한다. - 131쪽
2. 유전물질A1
유전물질A1이 있다고 하지요. 유전물질A1은 자신을 보존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유전물질A1이 자신을 보존하려면 자신과 같은 종(種)이면서도 다른 유전 형질을 가진, 곧 유전물질B와 결합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전물질A1이 인간의 몸속에 있기 때문에 유전물질B와 결합하려면 유전물질A1이 들어있는 인간과 유전물질B가 들어있는 인간을 먼저 결합시켜야 합니다. 인간A와 인간B의 결합을 통해 유전물질A1이 유전물질B와 결합할 수 있는 겁니다. 유전물질B1과 결합할지, B2와 결합할지, B3과 결합할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B형 유전물질과 결합하면 됩니다.
유전물질B와 결합해서 유전물질C를 생산하고, C를 통해 자신을 보존하게 되는 거지요. 유전물질C는 인간C속에 들어있게 될 거구요.
재생산을 통한 자기 보존.
3. 성과 사랑
유전물질A1이 인간A를 인간B와 결합하도록 유도합니다. B와 결합하려는 욕망을 가지게 만드는 거지요. 유전물질A1이 인간A에게 에너지를 보내면 인간A는 욕망을 갖고 심리적 변화를 느낍니다.
유전물질A1->에너지->성욕->사랑
유전물질A1이 인간A에게 에너지를 투입하면 인간A가 성욕을 느끼고 사랑을 하게 되는 거지요. 사랑을 느낀 인간A는 인간B와 성 행위를 합니다.
성 행위를 통해 인간A와 B의 두 성기가 결합하면 유전물질A1과 유전물질B가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성 행위, 곧 성기의 마주침과 자극은 성 기관을 부드럽게 하고 커지게 만듭니다. 성기에 일정 이상의 자극이 가해지면 액체 상태의 물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동력도 제공됩니다. 수도 호스 두 개를 연결해 놓고 물을 트는 것과 같다고 해도 될까요?
유전물질A1이 유전물질B와 결합하여 유전물질C를 생산하지요. 이것을 인간이 성이라고 하는 겁니다.
4. 인간의 사랑
인간A1이 인간B1과 사랑을 하다 헤어지고 나면 ‘다시는 사랑을 못할 것 같아’ ‘그/그녀를 잊지 못할 것 같아’라고 합니다. 하지만 B1에 쏠려 있던 에너지가 어느 정도 약해지고 나면 B2와 사랑을 하지요. B2와 헤어지고 나면 B3과, B3과 헤어지고 나면 B4와 사랑을 하지요. 아니면 동시에 B2, B3, B4와 사랑을 하기도 하구요.
인간A1은 잘 생긴 사람이 좋으니, 예쁜 사람이 좋으니, 성격 좋은 사람이 좋으니, 돈 많은 사람이 좋으니 등 자기 취향을 얘기합니다. 그런데 막상 연애 하는 사람을 보면 평소에 말하던 자기 취향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물질A1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A1이 인간B1과 만나든 인간B2와 만나든 인간B3과 만나든 중요치 않습니다. 잘 생긴 사람을 만나든 예쁜 사람을 만나든 그런 것도 중요치 않구요.
유전물질A1은 인간A1의 성격이나 취향 등은 고려치 않고 오직 자신의 재생산만 중요하게 여깁니다. 인간A1이 계속 성욕을 갖도록 에너지를 보내며 사랑에 빠지도록 유도할 뿐이지요. 인간A1의 취향은 대세에는 크~은 지장 없는, 그저 인간의 취향일 뿐입니다.
5. 이도령과 로미오
이도령이 성춘향을 보고, 로미오가 줄리엣을 보고 한 번에 푹 빠집니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떤 생각이나 정서를 가졌는지 모르는데도 첫 눈에 반한 합니다.
이도령과 로미오 안에 있는 유전물질이 재생산을 위해 이도령과 로미오에게 강한 에너지를 보냅니다. 이도령과 로미오는 강한 성욕을 품고 있었고, 성욕을 실현하기 위한 대상을 찾고 있던 중 성춘향과 줄리엣이 나타난 것입니다.
영화 [춘향뎐] 가운데
이도령과 로미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사랑에 빠진 것이지만 유전물질 입장에서 보면 이도령과 로미오를 사랑에 빠트린 것이지요.
인간 자아의 차원에서 어떤 대상과 사랑에 빠지고 누구와 성 행위를 할지를 일정 정도 선택할 자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질지 말지, 성 행위를 할지 말지에 대한 자유는 없습니다.
유전물질이 에너지를 보내면 성욕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거고, 유전물질이 에너지를 안 보내면 성욕을 안 느끼고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 것뿐입니다.
사람이 발을 통해 페달에 힘을 주면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고, 힘주기를 멈추면 자전거도 멈추는 것과 비슷하겠지요.
인간이 주체가 되어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수단이 되어 사랑을 하도록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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