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동기는 흔히 아동기에서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사랑에 굶주려서 부모의 애정을 형제 자매들과 나누어 가지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자신의 병으로 인하여 부모가 근심할 때 이 애정이 자신에게로 쏠린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이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방법을 안다. 병을 일으킬 만한 정신적 자료가 주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이 방법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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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그녀의 의지를 억압하고 사정없이 부려먹을 뿐만 아니라 애정을 쏟거나 돈으로 환심을 사지 않으면, 질병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무기가 된다. 질병은 그녀가 바라던 관용을 성취시켜 준다. 그것은 남편으로 하여금 건강한 사람에게는 쓰지 않도도 좋을 돈과 관심을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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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상태는 대개 특정한 인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 인물이 없어지면 자동적으로 사라진다.
- 프로이트, <도라의 히스테리 분석> 가운데
아내에게 자주 두통을 호소하는 남편이 있다고 하지요. 두통약을 먹으면 잠깐 괜찮을 뿐 곧 또 통증이 생깁니다.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약을 먹어봐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상이 없으니 의사도 그저 스트레스성이라며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내가 출근을 하지 않는 주말,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아내가 침대에서 가만히 남편을 안아주며 머리에 '호~호~'하면 두통은 멈춥니다.
남편의 어린 시절, 엄마가 갓 태어난 동생에게 온 관심을 쏟고 있을 때 남편은 엄마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리기 위해 ‘엄마 머리가 아파’라고 했었습니다. 그러면 엄마가 남편을 꼭 안으며 ‘어디 우리 새끼. 머리가 아파? 호~호~’ 했었구요.
엄마와 함께 살 때는 엄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아내와 함께 살 때는 아내의 사랑을 얻기 위해 머리가 아팠던 겁니다.
일부러 아픈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아팠던 거지요. 직장 생활에 바쁜 아내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 병을 얻은 겁니다.
병은 사랑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의사가 진찰을 해도 특별한 이유가 없고, 이 약 저 약 먹어도 별 진척이 없을 때는 혹시 무언가 깊이 바라는 게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도 좋겠습니다.
사랑이 마음의 병 뿐만 아니라 몸의 병도 낫게 하는 이유는 환자가 그 사랑을 얻기 위해 병이 낫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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