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0대 여성 A의 이야기
길을 가는 데 누가 ‘영민씨~’하고 부릅니다. 돌아보니 제가 사는 동네에서 가끔 얼굴을 마주치는 여성 A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함께 걸었습니다.
A : 혼자 있으면 밥은 어떻게 해 먹어요?
미니 : 뭐 그냥 잘 해 먹어요
A : 남자가 혼자서 밥 해 먹는 게 쉽지 않을 건데...
미니 : 별로 어려운 건 없어요.
A : 우리 집 신랑도 그러면 얼마나 좋아......
미니 : 어떤데요?
A : 자기 손으로 냉장고 문을 열기라도 하면 죽는 줄 알아요
미니 : 정말이요?
......
A : 밖에 볼 일 보다가도 때 되면 밥 차려 주러 집에 가야 해요
미니 : 힘들겠어요...
A : 그럼요. 혼자서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미니 : 같이 하자고 해 보시지 그래요.
A : 말 해 봤지요. 젊었을 때는 그런 거 때문에 많이 싸우고 그랬어요.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나요. 절대 안 변해요. 이제는 더 싸우기도 싫고 해서 그냥 참고 하는 거에요. 나이 60이 넘어서 이혼을 할 수도 없고...
미니 : 아이고...
A : 어떤 때는 제가 남편의 수족처럼 느껴져요.
미니 : 네?
A : 나도 힘들어요.
처음으로 A와 나눈 대화는 여기까지였습니다.
그동안 A와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고, 제가 먼저 얘기를 꺼낸 것도 아니고, 그 분의 가족 생활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분이 저리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걸 보니 힘겨운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털어 놓고 싶었나 봅니다.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A의 모습은 언제나 활기차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분의 마음속에 힘겨움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족’이란 말이 내내 마음에 남습니다.
2. 우두머리 하녀
많은 쌍의 부부와 그 자녀들을 포괄하던 옛날의 공산주의적 세대에서 아내들이 가사를 돌보는 것은 남편들이 식료품을 조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공적인, 사회적으로 필요한 산업이었다. 가부장제 가족의 발생과 함께, 더욱이 일부일처제적 개별 가족의 발생과 함께 사태는 변하였다. 가사는 그 공적 성격을 상실하였다. 그것은 더 이상 사회와 아무런 관련도 없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사적인 근로가 되었다 ; 아내는 사회적 생산에의 참여로부터 배제된 우두머리 하녀가 되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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