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일본군 ‘위반부’ 문제의 진상>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일본군 ‘위반부’ 문제의 진상>, 역사비평사, 1997

일본군 ‘위안부’의 개념과 호칭 문제
강만길

식민지 조선에서 정신대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중일전쟁의 수렁에 빠진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던 1941년경인 것 같음, 처음에는 농촌에서 전시체제를 강화하고 농번기 농촌노동력을 조직화하기 위해 만든 산업보국단을 가리킨 것 같다. 그러나 정신대조직은 농민을 대상으로 한 것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으로 확대되어갔다. “증산운동정신대로 1천만 학도의 원군 소학생까지 근로보국”이라 한 것과 같이 학생의 근로보국단을 정신대라 하기도 했고, “부인농업정신대 각 군서 선발하야 내지內地 농촌 견학”이라 한 것처럼 농촌의 남자 노동력조직뿐만 아니라 일본 농촌 견학을 위한 농촌 부인조직을 정신대로 부르기도 했다. - 13, 14

정신대란 말은 전시체제 아래서 일본 제국주의의 전투력 강화를 위해 특별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조직 등을 지칭한 일반명사...1944년에는 여자정신대령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부터 정신대란 말은 대체로 전쟁노동력으로 동원된 여자에 한해서 쓰인 것 같다. - 14

민간이나 군대를 막론하고 일본인 남자들의 해외 진출에는 그들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성들이 따르게 마련이었다.
예를 들면 개항 초기인 1881년 부산 거주 일본인이 남녀 합쳐 325명이었는데 그 중 매춘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6명이었고, 1907년의 경우 당시 우리나라에 나와 있던 일본인 여자가 총 4만 2,332명이었는데 그 중 2,562명이 예창기 및 작부였다. 전체 여자 주민의 6%가 창기나 작부였던 것 - 18

메이지시대 일본 최고의 지식인이요 휴머니스트라 평가 받은 휴명한 후쿠자와 유키치도 “일본국 인민의 해외 이주 식민사업의 발전에 따라 단신 부임하는 남성에게 쾌락을 주기 위해 창부가 필요하다”, “해외 각지에 주둔하는 병사의 기氣를 화(和)하게 하기 위해서는 또한 창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경우 해외에 진출하는 남성을 위한 매춘부 파견은 필수적이며 공공연한 일이 되었고, 이런 유래를 배경으로 하여 일본 제국주의의 만주․중국 침략과 함께 군인들을 위한 집단적 성행위 장소로서 ‘위한소’가 생겼으며, 여기에 이른바 ‘종군위안부’가 집단적으로 수용된 것이다. - 18, 19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이른바 ‘위안소’를 두고 ‘종군위안부’를 집단적으로 수용하여 군인들의 ‘위안’ 대상이 되게 한 이유는, 전쟁 후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점령지구 안에서 주민에 대한 일본군의 강간을 방지하고 군인들의 성병 감염을 방지하며 또 군사기밀의 누설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어느 군의관은 제 나라 군인들이 성 문제에서 이성적이지 못함을 통탄하면서 “군 당국은 군인의 성욕을 억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고 중국 여성에 대한 강간 방지를 위해 위안소를 설치했지만, 강간은 대단히 성행하여 중국 양민들은 일본 군인을 보면 모두 무서워했다, 강간은 대단히 성행하여 중국 양민들은 일본 군인을 보면 모두 무서워했다”, “전쟁하러 온 일본 군인이 틈만 나면 태연한 얼굴로 위안소에 드나드는 것을 보고 중국인들은 비웃었다”고 했다. - 19

일본이 조선과 만주를 식민지로 만든 후 침략 전쟁이 본격화하고 전선이 거의 아시아 전체로 확대되면서, 중국․필리핀․동남아시아․버마에 걸친 광범위한 전선의 도처에 일본 군대의 ‘특수 사정’에 따른 위안소가 설치되었고, 일본 여성만으로 ‘위안부’ 공급이 부족하게 되자 먼저 조선 여성을, 다음에는 중국․인도네시아 등 전투지구 현지의 여성을 조달하게 되었다. - 21

일본이 도발한 중일전쟁의 전선이 확대되고 ‘종군위안부’의 수요가 많아지마녓 조선에서도 대규모의 처녀유괴단이 생겨났다. 1939년의 한 신문기사에 의하면 농촌의 무지한 처녀 65명을 유인하여 창기로 팔아먹은 처녀유괴범 부부가 붙잡혔다. 이들은 경상남북도 및 전라남북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무지하고 도회에 나가고 싶어하는 농촌 처녀들을 유괴하여 중국의 북경․천진․목단강․상해 등지에 700원부터 1,000원까지 받고 창기로 팔아먹었다. - 21

서울에 사는 배명준 부자와 조카 등이 4년 전부터 북선(北鮮) 지방 각 농촌을 돌아다니면 17~18세 소녀를 전문으로 100여 명 유인해다가 북중국 지방과 만주 등지에 팔았다. 이들은 농촌으로 다니면서 가난한 집 딸들을 부유한 집의 수양녀로 알선한다 하여 1년 이상 서울에 데려다 두고 부모들을 안심시킨 후 백지위임장을 받아 중국 등지로 팔아넘기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 22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되고 역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군인들의 성행위 대상이 된 - 27

위안소의 설치 장소나 건물 등에 대해서는 물론, 종업원과 ‘위안부’의 인적 변동상황에 대해서도 일일이 그 지역 병참 담당장교의 허가를 받게 되어 있었고 - 28


일본군 ‘위안부’ 정책 형성의 일본측 역사적 배경
김승태

막번체제 하에서 엄격한 신분제와 함께 가부장제 가족제도가 확립되어 일본 여성의 지위는 더욱더 열악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
사농공상 어느 신분에서든 아버지나 남편인 가장은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자식이나 처에 대해 전제군주였고, 여성은 남성의 완전한 예속물이 되었다. 특히 무사계급에서는 여자가 절대로 상속자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딸일 때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하면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상속자인 아들을 따르는 이른바 ‘삼종三從’이 무가(武家)의 여성에게는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일반 백성들의 경우도 여성의 지위가 가장의 손에 달려 있었음은 막부가 1649년에 내린 경안어촉서가 입증해준다. 여기서 일 못하는 아내와는 이별하라, 자식들이 많으면 남에게 주어버리라고 명령하고 있다. 즉 가족들의 생살여탈권이 남성인 가장에게 있었던 것이다. - 39

근대 일본에서 처음으로 일부일처론을 주장한 사람은 문부상을 지내다가 우익의 테러로 살해당한 모리 아리노리였다. 그는 메이지 7년(1874)부터 8년(1875)에 걸쳐 [명륙잡지]에 ‘처첩론’을 발표하여...연재한 글에서 “부부의 사귐은 인륜의 근본이요, 인간인 한 결혼하면 남녀평등으로 권리와 의무를 서로 나누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현상은 한 남편이 여러 처를 범하여 개․돼지․소․말과 같다. 남편들은 마치 노예들으 주인과 같고, 처는 몸을 파는 노예와 같다. 이렇게 여자를 남자보다도 한 단계 하등동물로 보면서 여자측에만 정절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 39, 40

1914년 5월 일본기독교회동맹이 부인 문제에 관하여 결의한 조항...
1. 부녀 유괴의 형법을 개정할 것
2. 양녀 제도를 개정하여 인도(人道)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여자를 기르는 것을 엄금할 것.
3. 여자 승낙의 연령이 13세인 것을 16세로 개정할 것...
- 40

중국 주재 영국영사관 직원인 클리브의 1920년 7월30일자 제535호 발송문을 동봉한 봉천 정보 보고서...

선교사들이 일본인을 싫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인이 중국인을 다루는 위압감 때문이나 일본인들이 냉담하게 매춘부, 아편, 모르핀으로 중국인의 신체와 저신을 파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선교사들은 특히 더 분개하고 있다. 만주에 살고 있는 일본인 대다수가 매춘이나 마약 사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47

일본인들은 유녀(遊女)가 피정복민이나 노예 또는 귀화인 등 자신들보다 못한 계층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권유린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창기, 예기는 인신의 권리를 잃은 자로서 우마(牛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전통적인 공창제를 운영하던 일본 정부의 견해였다. - 51

일본인들은 개인으로서는 대단히 친절하고 예의를 잘 차리면서도, 상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나 제도적 또는 집단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비록 비윤리적일지라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일본인의 가치의식으로는 그 행위가 어떤 것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상부의 명령이나 집단의 질서에 얼마나 충실히 따랐느냐 하는 것이 더 높은 가치를 갖기 때문 - 53

1868년 메이지 유신에 의해 성립된 일본 ‘천황제’ 국가는 ‘천황제’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 절대군주제 국가였다. 이 ‘천황제’ 이데올로기는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인물들이 전근대적이고 절대적인 국가권력의 확립과 서구적 근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사상적 모순구조를 은폐하고 국민사상을 통일하기 위해서 창출한 거짓 논리이다. 그들은 일본의 전통적이고 고대적인 신도사상과 충효의 윤리를 바탕으로 한 전제적이고 가부장적인 유교사상을 근간으로 ‘천황’의 권위를 신성시하고 절대시하여 통치에 이용함으로써 국민의 정신세계까지 지배하여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절대 복종과 충성을 얻어내려 한 것이다. - 54

‘천황’을 ‘현인신(現人神)’으로 신격화하고 천황의 조상이나 국가적 영웅들을 제신으로 숭배하도록 ‘조선숭배祖先崇拜’와 다신교적인 ‘경신관념敬神觀念’을 철저히 보급함으로써 국민들의 종교적 심리를 ‘천황제’ 이데올로기 확립에 이용했다. - 55

천황제 정부는 민권운동과 노동운동을 비롯한 사회주의운동을 철저히 탄압하면서 체제를 굳혀갔으며 언론, 출판의 통제는 물론 학문과 사상, 종교의 자유까지도 억압 - 55

이러한 ‘천황제’ 이데올로기는 합리적․이성적 사고로서는 설득력이 매우 취약한 것이었다. 일제가 이에 대한 학술적 연구나 토론,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주로 집단적 의식을 통하여 종교적 정취를 포함한 일본인의 민족감성이나 그릇된 자존심에 호소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에 배치되는 모든 사상, 민주주의․자유주의․평화주의․사회주의․개인주의 심지어는 세계 종교인 기독교 사상까지 적대시하고 박멸하려 했던 것...일본과는 민족감정을 달리하는 식민지인들에게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기 위해서 행정력과 경찰력 같은 제도적 폭력을 사용했던 것도 식민지인들의 반발과 함께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가진 논리적 설득력의 취약성에 기인한 면도 적지 않았다. - 56

이러한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성립된 메이지 정부는 일본 국민에게 의무화된 국체교육國体敎育을 통해서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했다...모든 일은 무조건 ‘오가미(御上:상관, 관청, 국가, 천황 등 윗사람이나 윗기관을 뜻함)’에 맡기고 모든 선택에서 오로지 官과 권위의 결단에 기대는 인간, 즉 충실하지만 비굴한 종 같은 인간을 대량을 생산했다. - 56

1868년 메이지유신을 일으키고 ‘부국강병’을 목표로 여러 가지 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개혁은 권력의 중앙집권화였다. 메이지 정부는 1871년 종래의 지방분권적 번을 폐지하고 번의 군대를 모두 해산했다. 그리고 그 정예를 선발하여 중앙 직할군대를 편성하여 병권을 중앙정부에 집중시켰다...11월에는 징병령을 발포하여 전국민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 - 57

전 국가 예산의 적게는 12,8%에서 많게는 51.0%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정비한 군사력으로 1984년에는 청일전쟁을 일으키고 1904년에는 러일전쟁을 일으켜 대륙 침략의 1차적 목표이던 한반도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확립 - 57, 58

마루야마 교수는 메이지 정부가 국체교육을 통해서 일본 국민에게 주입한 국수주의적 국가의식과 대외 침략주의의 상관관계 및 이에 대한 당시 일본인들의 수용심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능률적으로 창출된 국가의식은 잇달은 대외 전쟁에서의 승리와 제국주의의 영토팽창으로 날이 갈수록 강화되었다. 자아의 감정적 투사로서 일본 제국의 팽창이 그대로 자아의 확대로 착각을 일으킴으로 지지를 받았다. 그것과 병행해서 시민적 자유의 협소함과 경제생활의 궁핍에 연유한 서민 대중의 실의를 수단을 가리지 않는 국가의 대외적 발전 속에서 보상을 찾았다.

일본의 구舊 내셔널리즘이 이룬 가장 눈부신 역할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체의 사회적 대립을 은폐하거나 억압해서 대중의 자주적 조직의 성장을 저지하고, 그 불만을 국내외의 어떤 엉뚱한 희생물에 대한 증오감정으로 바꿔치기하는 데 있었다.
...
1886년부터 학교에서 병식훈련이 시작되었으며, 1925년부터는 육군 현역장교가 남자학교에 배치되어 군사교련을 담당했다. 이러한 일본의 군사교련을 포함한 학교 교육은 “일본 학생에게 초국가주의, 침략적 군국주의, 국가에 대한 광신적 충성, 권력에 대한 맹목적 보종, 일본 문화가 세계 다른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관념, ‘대동아공영권’으로 나아가는 것은 일본의 사명이라는 팔굉일우에 대한 신앙 등을 강요한 역할을 했다.” - 59

해외에 파병된 일본군이 현지인에게 저지르는 성적 만행은 일본군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현지인들의 항일의식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리고 무분별한 성적 접촉은 일본군 내에 성병의 만연을 가져와 전투력 유지에도 많은 지장을 주었다...군부 수뇌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군위안소’를 설치하여 군에서 직접 통제, 관리하면서 사병들이 정기적으로 위안소를 찾게 함으로써 군의 정서를 순화하고 불만을 유화시키는 정책을 구상했다. 초기에는 이러한 위안소 시설을 군이 직접 하지 않고 민간업자들을 통해 했지만, 전선의 확대와 수요의 증대, 통제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점차 군이 직접 경영하거나 행정 당국의 협조를 얻어 운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 59, 60

독립산포병 제3연대 응산 연대 본부에서 각 대대장에게 내린 1937년...6월10일자 지시의 ‘정신적 위안에 관한 건이라는 항목...

(3) 특수위안소 이외에 다시 사단에서 판매인을 지정하여 기분 좋은 음식점 또는 카페식의 것을 설치(예컨대 군인 홈)하여 한층 병사의 위안에 힘쓸 것
(4) 현재 특수위안소는 위안부의 수가 적어 단지 정욕을 채우는 데 불과하다. 좀더 위안부를 눌려서 정신적 위안도 줄 수 있도록 지도하기 바람 - 61


1874년의 대만 원정, 이듬해 조선의 문호개방을 위해 의도적으로 일으킨 운양호 사건, 1894년의 청일전쟁, 1904년의 러일전쟁, 1905년의 을사늑약 강요, 1910년 한국병탄 등의 실제적인 식민지 경영을 위한 해외 침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침략전쟁과 식민지 경영은 일본의 자본가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었다...독점자본의 해외 진출과 이권을 보호해주는 것이 바로 해외에 파병된 일본군 무력이었으며, 일본군의 해외 침략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준 것이 바로 일본 독점자본 - 65

자본주의 발달도 인한 주기적인 경제불황과 1920년대 말경에 찾아온 세계 경제공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독점자본과 군부세력은 서로 유착하여 각종 침략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전쟁특수를 만들어냈다. 1930년대의 대륙침략은 이러한 경제적 배경 위에서 감행된 것 - 65

1937년 7월7일 중일전쟁을 일으켜 본격적인 전시 통제경제를 실시했던 것이다. 이듬해 4월에는 제73회 의회에서 국가총동원법을 제정, 공포하여 노동통제․물자통제․무역통제․금융통제․기업통제 등 경제활동 전반을 통제하고, 인적․물적 모든 자원을 군사목적에 총동원하는 막강한 권한을 정부가 갖게 되었다. - 67


일본군 ‘위안부’ 정책 형성의 조선측 역사적 배경
이만열

토지 상실, 경영 파산, 기근 등으로 몰락한 농민들은 대개 농촌에 그대로 집적되어 영세한 농가경영을 더욱 압박하고, 일부는 농외로 이출하여 조선 내 도시의 노동자로 혹은 걸인, 부랑자로 방대한 실업군을 형성하거나, 만주 이후 혹은 일본 도항 등 해외로 이출될 수밖에 없었다. - 77

국민정신총동원운동(이하 정동운동)...정동운동은 정신운동을 통한전시 협력 토대를 마련하고, 농진운동은 이런 정신운동을 토대로 한 생산확충운동인 것이다. - 79

일제는 농민들을 전시 농산물의 ‘증산’을 위한 강제동원과 군수산업에 대한 ‘노무 공출’이라는 2대 ‘임무’를 수행하도록 몰아붙였다. - 81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연맹조직이 중앙에서 도․부․군․면읍․정동리부락․애국반에 이르게 되었다...조선 민중은 정동운동의 애국반을 통해 급속히 파악되어갔고 전시체제에 동화되도록 강제되어갔다. 애국반의 반장은 중앙의 각종 정책의 시행사항과 각종 선전물을 반원에게 회람시키고 전국의 가정에까지 전달했다. 그리하여 애국반은 조선인 개별 가호를 파악하여 황민화정책을 관철했던 것이다. - 85

총독과 정무총감이 각각 조선연맹의 총재․부총재가 되고, 각 지방단체의 장이 연맹의 회장 혹은 이사장으로서 연맹을 관장했다. 또한 각급 지방단체의 관리들과 단체 유지들이 연맹 사무를 분담하여, 관공서․학교․회사․은행․광산․공장․상점 등에서도 빠짐없이 연맹조직이 만들어졌다. - 86

1944년 조선에서 징병제가 실시되었다. 일본으로의 조선인 노무자 동원은 1939년 9월부터 실시되었고 1944년 9월부터 국민징용령으로 강행 - 87, 88

1944년에 전면적인 징병․징용제가 실시되자, 이 방면에 대한 연맹의 조선인 통제가 심화되어야 했다. 연맹의 기구도 증산․징병․근로 통제에 중점을 두어 개편되었다. - 88

조선연맹의 지도목표와 실천요목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화회․좌담회 개최, 신문기사․팸플릿․포스터 등 간행물 배포, 활동사진의 순회영사, 전람회 이용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있었다. 이것이 말단 민중에까지 전달되어 실행되는 것이 총력운동의 핵심이었다. - 89

조선연맹은 1942년도 사업계획 중의 하나로 ‘개로․절약․저축’의 ‘국민 3수칙’의 실천과 [부인계발운동요령]을 발표했다. ‘부인계발운동’이란 “시국 인식․근로정신의 고취로 부인의 노동력을 활용하여 생산력을 확충하고, 부덕 함양․자녀의 육성․전시생활 쇄신을 꾀하고자 하는 것”으로, 부인노동력의 조직화를 꾀하는 것이었다. - 91

총력연맹은 1942년 2월17일 [부인계발운동요강]을 발표...

1. 부덕함양 : 국체의 존귀함에 감명할 것/신명을 경배할 것. 내선일체에 철저할 것...보다 친절하게 일하며 부인 된 본분을 다할 것. 여성다움과 늠름함을 기를 것, 예의를 바르게 할 것. 지식의 향상에 힘쓸 것.
2. 자녀 육성 :...자녀를 바르고 강하게 자애롭게 기를 것. 자녀의 모범이 될 것...
3. 생활쇄신 : 경제지식을 기를 것...저축을 힘써 할 것...가정 단란의 중심이 될 것 - 91, 92


일본군 위안소 정책의 수립과 전개
정진성

분산적으로 지역에 따라 시행되던 군위안소 설립이, 육군성이 주도하여 하나의 정책으로서 본격적으로 일본군 전체에 체계적으로 시행된 것은 1937년 말경부터로 추정된다. 이때부터 위안소의 설치, 경영, 위안부의 모집, 수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군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여기에 내무성, 외무성 등 일본의 정부기관들과, 조선총독부와 대만총독부도 적극 협력하는 체제를 갖추게 된 것 - 107

한국인 전 위안부들의 증언에 의하면, 경찰, 반장, 면장, 면사무소 직원 등, 총독부 관리들이 위안부 동원에 관여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4년 12월 현재, 한국 보건복지부에 신고한 전 위안부들 중에서, 주 동원자를 밝힌 157명 중 51명(32.4%)이 경찰 또는 관리에 의해 연행되었다고 증언했다.
조선총독부가 학교를 이용하거나 또는 관청 자체가 나서서 모집한 근로정신대원의 적지 않은 부분이 군위안부로 보내졌다는 인식이 당시를 산 한국인들 사이에 넓게 퍼져 있다. - 113


일본군 ‘위안부’ 생활에 관한 연구
여순주

군인들은 위안소를 주로 ‘삐야(삐屋)’로 불렀고 ‘위안소’, ‘빵빵야(빵빵屋)’라고 부르기도 했다. 위안부는 ‘삐’ 혹은 민족에 따라 ‘일본삐’ ‘조선삐’ ‘지나삐’ ‘대만쿠냥(처녀)’ 등으로 불리었다. 여기서 삐는 중국어로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말이다...수마트라에서는 위안부를 ‘쟈랑삐’라고 불렀는데, ‘쟈랑’이란 걸어간다는 뜻으로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여자를 가리켰다. - 121, 122

증언자들은 위안소 생활을 할 때 군인을 너무 많이 받아서 생긴 병(성병, 결핵 등), 아편중독, 출산 등의 이유로 많은 여자들이 죽었다고도 했다. 사례 중의 한 명도 두 번까지 병에 걸리면 치료하다가 세 번째 재발하면 군인이 와서 데리고 나가는데, 이 여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였다. 중국 석가장에 있었던 한 군인도 d라고 지내던 위생병에게서 “병으로 몇 번 온 여자는 치료할 방법이 없어서 처분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여기서 처분한다는 것은 죽이는 것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 132


일본군 위안소의 지역적 분포와 그 특징
- 강정숙

이때 연행된 여성들이 꼭 일정 기간이나 일정 형태가 갖춰진 위안소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장교의 첩이나 군인들의 일시적 강간 대상이 된 경우도 있었다. - 219


일본군 ‘위안부’의 귀환 : 중간보고
방선주

피해자들이 입이 있어도 그 특수사정, 즉 수치감에 연유하여 지금껏 입을 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떴고 또 떠나고 있다. - 227

전장터에서의 사망, 후퇴시 밀림에서의 사망, 토착인에 의한 유괴, 인도군이나 소수민족 용병들에 의한 납치 등 - 243

미치나에서의 2명의 중국인 위안부 처형은 영미군에 자신들의 치부를 보이기 꺼려해서 저질러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패전을 맞이한 태국에서나 필리핀에서 군위안부를 종군간호원이라고 속였다는 증언들도 바로 그것이다. - 247



일본군 ‘위안부’의 귀국 후 삶의 경험
이상화

결혼 경험을 분석의 중심 영역으로 한정한 것은 많은 수의 군위안부 경험자들에게 남겨진 가장 큰 원망과 한이 ‘몹쓸 그 경험 때문에’ 여자로 태어나서 결혼도 못하고 살아온 삶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의 삶에서 결혼이 갖는 그 의미가 각별한데, 이는 여성이 사회적 존재(어머니, 아내, 며느리)로 인정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즉 여성이라는 존재는 가족제도를 중심으로 그 존재가 규정되기 때문에 결혼과 여성의 삶은 분리되지 않는 것 - 250

군위안부 경험자에게서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과 특징적인 심리상태는 다음과 같다.

① 대인공포증 ②정신불안 ③울화 ④수치감 ⑤죄책감 ⑥분노․원망 ⑦자기비하 ⑧체념 ⑨우울 ⑩외로움

직접적으로 대인공포증뿐 아니라 남성기피증을 보이는 군위안부 경험자들도 상당수이다. - 251

이런 살아 있는 고통을 그 누군가에게 하소연하지 못하고 안으로만 삭여야 했던 세월은 “가슴이 쿵닥거리고 얼굴이 훅훅 달고 숨이 가쁜” 울화병이 되었다. 자신의 경험을 들어줄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육체의 병마저 없어지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 253

육체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구타 등을 인한 외상 ②불임 ③성병 ④자궁 이상(자궁암 등) ⑤심장기관 이상(고혈압, 가슴앓이, 협심증 등 심장혈관 질환 포함) ⑥소화기관 이상(위염 등 소화성 궤양) ⑦폐 이상(결핵, 기관지염, 천식 등) ⑧장 이상(장염 등) ⑨신장 이상(만성신부전증 등) ⑩기타(당뇨, 약물중독 등)

①에서 ④까지의 경우 군위안부 경험으로 인한 직접적인 후유증인 반면 ⑤에서 ⑨까지는 군안부 경험 이후 고통을 삭이는 과정에서 생기거나 강화된 2차적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 - 253

대부분 가족 배경이 약했던 것에 더해 군위안부 경험은 이들을 빈곤의 악순환에 몰아넣는 계기로 작용했다...군위안부 경험에 위축되어 있었던 이들은 사람들을 접해야 하는 일에 심한 공포와 두려움을 갖기도 했다. 이는 생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 255, 256

해방이 된 후 귀향의 기쁨을 가지면서도 많은 수의 군위안부 경험자들이 떳떳하게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몸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있었다. - 257

유교적 가부장제를 특성으로 하는 한국 사회에서 순결이란 순수형통으로 가문의 맥을 이어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으로 간주된다.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여성의 가치는 순결에 있는 것으로 교육받아왔고, 사회구조적으로도 정숙한 여성은 순결한 여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제재가 여성의 순결을 통제하기 위한 기제로 작용해왔다. 그 결과 순결의 상실은 여성의 인간적 가치의 상실로 직결되어 평가되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여성 스스로 자신의 가치와 정체감을 형성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 것이다. - 258

군위안부 경험자에게 함께 사는 남성과의 성관계는 과거 경험과 맞물려 거부와 공포 속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나타난다. - 264


‘조선 식민정책’의 일환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윤정옥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권 문제이다. 여성이 남성 위주 사회에서 성노예 되기를 강요당함으로써 인권을 유린당한 문제요, 빈곤층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희생된 계급 문제이기도 하다...지배하는 민족이 피지배 민족에게 가하는 차별도 아울러 받아야 했다. - 276

여성 동원은 읍, 면, 리의 장을 시켜 18세쯤에서 25세 가량의 미혼녀의 소재를 조사해놓았다고 한다...안씨의 증언에 의하면 배당받은 인원 수가 모자랄 때는 나이가 내려가기도 하고 아기 딸린 기혼녀도 데려갔다고 한다. 체구가 큰 어린 소녀와 어려 보이는 기혼녀를 잡아 나이를 거짓으로 기입했다는 것이다. - 279

열세 살의 어린 소녀에서 20대 전후의 여성이 하루 20번에서 40번씩 2년에서 4년 동안 성폭행당했다. - 283

‘위안부’는 외출의 자유가 거의 없었다. [110번]의 증언을 보면 위안소는 24시간 경비를 섰다고 한다. 또한 소등 후에는 건물에 자물쇠를 채웠다고 한다. 필자는 1991년 마쓰시로 위안소 건물의 소유주를 만난 적이 있다. 그곳에는 조선인 ‘위안부’가 네 사람 있었는데 건물 소유주는 그들이 마당에 나와 있는 것조차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 285

일본 제국주의는 끌어간 여성을 물건으로 보았다. 중일전쟁이 일어난 후에는 일본 ‘천황’이 그의 적자赤子에게 내리는 하사품으로 보았다. 태평양의 섬으로 가는 배 안에서 “배 안에서 사용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은 물건이었다. - 290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의 전개과정
이효재

1991년에는 정신대운동을 고조시켜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들이 발생했다. 8월14일 교회연에 자신이 정신대 피해자임을 밝히는 첫 생존자가 찾아왔다. 일본 정부가 정신대 관여 사실을 부인할 뿐 아니라 관련 자료와 증거들을 은폐하고 파기한 상태에서 국내에서의 진상조사는 생존자들의 출현과 증언을 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67세의 김학순 씨가 16세 때 강제로 구속당한 상태에서 당한 치욕적인 경험을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당시 당했던 일이 하도 기가 막히고 끔찍해 평생 가슴 속에만 묻어두고 살아왔지만...국민 모두가 과거를 잊은 채 일본에 매달리는 것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