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뱃속에서 나오면서부터
아니,
어쩌면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우리는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살았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조금은 막연하게 엄마로부터 전해지던 고통과 두려움이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배고픔, 추위, 더위, 아픔, 가려움
그리고 외로움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고
덥지 않고
아프지 않고
가렵지 않고
외롭지 않기 위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소리를 내기도 하고
눈과 귀를 쫑긋하기도 하고
손발을 움직이기도 한다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통과 두려움을 다시 갖지 않기 위해
마음을 쏟고 행동하는 것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돌멩이이거나 기계라면
갖지도 않았을 것들 때문에
인간이라서 가져야 하는
생각이나 감정이라는 것 때문에
깨어있을 때나
잠들어 있을 때나
정신의 촉수는 사람과 세상을 향해
멈출 수 없는 움직임을 계속하는 게 아닌가
휴식을 얻기 위해
휴식 없이 노동해야 하는 존재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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