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평화.함께 살기/생명.인간.마음

마음의 상처와 술, 마약, 약물

순돌이 아빠^.^ 2014. 5. 16. 12:14


만성적인 외상을 경험한 이들이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겪는 일은 너무나 흔하다. 호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호소는 이해받지 못한다. 이들이 약물 조제서를 수집한다는 것도 실제로 있는 일이다. 하나는 두통용, 다른 하나는 불면증용, 또 하나는 불안용, 그리고 우울용. 잘 드는 약이 있을 리가 없는데, 왜냐하면 기저의 외상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호자들도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이 만성적으로 불행한 사람들에게 질려 버렸다.

- 글 출처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이런 방법 그 자체를 기피한다. 자기가 겪은 비극적인 경험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거나, 털어놓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자기 자신에게 접근하는 통로를 완전히 상실하고 가면 속에서 허구의 인격으로만 살아야 하는 위험에 빠졌을 때에도, 그들은 항상 풍부하게 널려 있는 마약과 술, 약물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다.
...
알코올은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코올보다 더 강한 마약으로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진실하지 못하고 몸의 진정한 과거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에 남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갈수록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하게 된다.
.................


2003년 7월7일자 <슈피겔>지의 한 기사에서 기자로서, 그것도 <슈피겔>에서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던 한 젊은이는 자기가 수년 동안 헤로인중독에 빠져 지냈다고 밝혔다.
...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마약이 그의 불안과 고통을 억제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효가 떨어지면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이 감정들이 그만큼 더 거세게 그에게 달려들 것이다.
...

지난 몇 주 동안에는 자주 욕실에 들어가 몇 시간씩 안장서 아직 완전히 파손되지 않은 혈관을 찾기 위해 씨름을 하곤 했다. 정백이 부식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코카인 때문이었다. 나머지 혈관들이 망가진 것은 멸균처리가 안 된 주사기로 수없이 약을 투입한 탓이다. 욕실에 있으면, 욕조와 바닥에는 핏자국이 엉겨 있고 벽과 천장에는 피가 튀어 있는 것이, 마치 푸줏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모든 것을 진정시켜주는 헤로인의 효과에 대해서도 기억이 났다. 그것은 일종의 영혼의 유연제 같은 것으로, 태포胎胞가 태아를 감싸주듯 따뜻하게 감싸줄...


...
이 남자는 마약을 투여하지 못할 때, 진정한 욕구와 감정들이 얼마나 거세게 솟구치는지를 아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결핍, 고독, 분노와 같은 진정한 감정들은 극심한 공포감을 조장한다. 그때마다 그는 헤로인의 힘을 빌려 이와 싸우는 수밖에 없다.


.............
약물의 강제력에 종속될 경우,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감정과 느낌에 이르는 길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 앨리스 밀러, <폭력의 기억 -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 가운데






여러 형태의 중독이 필요한 이유 또한 힘겨운 마음의 상처를 떠올리지 않기 위해, 무언가에 빠져 있을 때만이라도 잊기 위해서인 것은 아닐까요?



그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중독된 것을 끊는 것도 필요겠지만

그와 더불어 중독에 이르게 했던,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는 것 필요한 게 아닐까요?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우울해 지고 불안해 지고 두려움이 밀려 오고

때로는 강하기도 하고 때로는 약하기도 하고

때로는 오래기도 하고 때로는 짧기도 하고

지구가 태양를 도는 것마냥

내가 어찌할 수도 바꿀 수도 없을 것 같은

대로 있기에는 너무 괴로워

할 수만 있다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잠깐이라도 피하고 싶은

그 상처와 고통


왜 그런 중독에 빠졌냐고 따져 묻기 전에

어떤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는지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