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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Trauma 또는 심리적 외상

순돌이 아빠^.^ 2014. 6. 23. 08:05

무시무시한 사건을 부정하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큰소리로 외치고자 하는 의지의 충돌은 심리적 외상에서 중심적인 변증법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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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진실을 말하는 것과 은폐 사이에서 주저한다. 마침내 진실이 인정된다면, 생존자들은 회복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은폐될 때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외상 사건은 언어화된 이야기가 아닌 증상으로 떠오른다. ...
외상을 경험한 사람의 심리적 고통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하는 동시에 그 존재를 외면하게 만든다. 마치 외상을 경험한 사람이 사건에 대한 재경험과 감각의 마비 상태 사이에서 동요하는 증상을 보이듯이 말이다. 외상의 변증법은 복잡하고 기묘한 의식의 변형을 불러일으키는데...조지 오웰은 이를 이주 사고double think라고 일컬었으며,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학술적으로 명확한 용어를 찾은 결과 이것을 해리dissociation라고 불렀다. 이는 변화무쌍하고, 극적이며, 종종 기괴한 양상을 띠는, 100년 전에 프로이트가 아동기 성학대 경험의 위장된 표현이라고 했던 히스테리아 증상으로 이어진다.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가운데




정신건강 영역에서 외상trauma'이란 과도한 위험과 공포,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일컫는다.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4>에 따르면, 외상이란 심각한 죽음이나 상해를 입을 위험을 실제로 겪었거나 그러한 위협에 직면했을 때, 혹은 타인이 죽음이나 상해의 위험에 놓이는 사건을 목격하였을 때, 이에 대한 강렬한 두려움, 무력감, 공포를 경험한 경우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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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 대한 재경험 : )사건과 관련된 고통스러운 회상, 이미지, 생각, 지각, 꿈, 플래시백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외상 사건과 유사하거나 외상 사건을 상징하는 여러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 심각한 심리적 고통과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가운데 옮긴이 주







심리적 외상은 무력한 이들의 고통이다. 외상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피해자는 압도적인 세력에 의해 무기력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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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사건은 드물게 일어난다고 믿어질 때가 있었다. 1980년, 진단 편람에 처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등재되었을 때, 미국정신의학회는 외상 사건을 “일반적인 인간 경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기술하였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정의는 부정확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강간과 구타를 비롯한 여러 형태의 성폭력과 가정폭력은 여성의 삶에서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험의 범주 바깥에 있다고 기술할 수 없다. 또한 지난 세기 동안 전쟁에서 죽임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자면, 군인들의 외상 역시 일반적인 인간 경험으로 여겨야 한다. 오로지 운 좋은 자들에게만 일반적이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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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사건은 특별하다. 사건이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 삶의 적응 능력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외상 사건은 평범한 불운과는 다르다. 외상은 대개 생명과 신체적 안녕을 위협하거나 폭력이나 죽음과 직접 맞닥뜨리는 경우와 관련되어 있다. 인간을 무력감과 공포의 극단에 직면시키고, 파국적 반응들을 유발한다. <정신의학교본>에 따르면, “강렬한 두려움, 무력감, 통제 상실, 붕괴의 위협”에 관한 느낌은 심리적 외상의 공통분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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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인간은 위험 앞에서 신체와 정신 모두를 둘러싸고 있는 정교하고 통합된 반응 체계에 따라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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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반응은 행동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못할 때 발생한다. 저항이나 탈출이 불가능해질 때 인간의 자기 방어 체계는 압도당하고 와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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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사건은 생리적 각성, 정서, 인지, 그리고 기억 속에 뿌리 깊고 지속적인 변화를 발생시킨다. 더 나아가, 외상 사건은 건강하게 통합됐던 기능들을 뿔뿔이 잘라낼 수 있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사건에 대한 명확한 기억 없이 강렬한 정서를 경험할 수도 있고, 강렬한 정서 없이 사건을 세밀하게 기억할 수도 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도 모른 채, 과도한 각성과 과민한 기분이 지속된다. 외상 증상은 그 원천의 사건으로부터 단절되어 제 스스로 살아남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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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후 에이브럼 카디너는 전투 신경증의 핵심적인 병리에 관하여 이와 유사한 용어로 기술하였다. 사람이 공포와 무력감이 압도될 때, “‘조화를 이루고, 조율되었으며, 목적이 있는 활동을 위한 모든 장치가 파괴된다.’ 지각은 부정확해지고, 공포가 침투하며, 판단과 분별이라는 조정 기능은 실패한다......심지어 감각 기관이 기능을 멈추기도 한다...공격적인 충동은 와해되어 상황을 분별하지 못한다...자율 신경계의 기능은 나머지 기관과 조응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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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마치 신경 체계가 현재로부터 단절된 것처럼 느끼고 행동한다. 시인인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일상 속에서 살면서도 계속 제1차 세계 대전의 참호 속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행동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나의 정신과 신경은 여전히 그 전쟁을 위하여 조직되어 있었다. 낸시가 나와 함께 있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정이 되면 내 침대 위에서 폭탄이 터지곤 했다. 대낮에 마주치는 낯선 이들의 얼굴에 죽임을 당했던 동료의 얼굴이 떠올랐다. 힘이 생기는 날이면 할레크 성 뒤의 언덕을 올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을 찾아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곳은 미래의 전쟁터로 바뀌었다.”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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