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치유

집단 치료는 무엇보다도 환자들에게 비밀이라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기회를 제공한다...모든 집단 참가자들 역시 근친 성 학대 피해자이며 처음부터 비밀 보장이라는 원칙이 강력하게 작동했기 때문에, 틀림없이 집단은 매우 특별하고 어떤 권한을 지닌 청중이다. 선택된 초보자 집단과 비밀을 공유하는 일은 소속감을 느낄 기회를 제공하며, 피해자가 지닌 고립감을 극복하게 하려고 치료자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집단 치료는 또 수치심과 죄의식이라는 감정을 해소할 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그동안 개개 여성은 스스로를 끔찍한 죄인이라 믿었지만, 대체로 집단에 속한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이 강요에 의해 피해자가 된 방식을 더욱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집단 참가자 가운데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그 여성들 모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전혀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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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집단 치료는 집단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 주고 서로의 치료자가 되어 주기 때문에, 환자의 역할이 지닌 굴욕감을 감소시킨다. 적어도 각 상담 회기의 한 부분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 봄으로써, 일반적으로 스스로 무가치하다는 생각을 하던 근친 성 학대 피해자에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욱 즉각적으로 관심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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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자는 이렇게 말한다. “학대당한 거라고 편안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흥분돼요. 그동안 저는 수치심과 죄의식을 지나치게 드러냈었거든요. 저는 부끄러워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저에게 일어났던 거죠.”

이런 결과는 피해자들이 서로를 돕는 일에서 드러낸 비상한 잠재력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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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문제를 내놓으며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데 성공한 많은 여성들은 강간 위기 센터, 가출 여성 쉼터, 가정 폭력 쉼터, 그리고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는 여러 시설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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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프로젝트에 관여한 여성들은 점차로 수동적인 피해자의 정체성을 떨쳐 낸다. 아마도 난생 처음으로 여성들은 힘센 남성의 애첩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여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우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어느 정도 힘을 지녔음을 느낄 것이다.

- 글출처 : 주디스 루이스 허먼, <근친 성폭력, 감춰진 진실>

정대협은 다음과 같은 피해자 지원 활동을 벌여왔다. 첫째, 같은 피해를 입은 여성끼리 공감을 통해 치료하는 활동이다. 이를테면 지난 1992년 5월2~3일 이틀간 ‘위안부’ 피해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첫 모임은 예상을 뛰어넘는 치유 효과가 있었다. 같은 상처를 지닌 여성들 사이의 연대감과 일체감이 치유의 중요한 실마리가 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말할 수 없었던 피해자끼리 공감을 느끼면서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언니, 동생’하고 부르며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이는 과거 반세기의 고독감을 치유하는 활동을 출발점이었다. 호주에 사는 네덜란드인 피해자 얀 루프 오헤른과 한국의 피해자가 만났을 때도 그러했고, 한국인 피해자와 타이완·필리핀인 피해자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다른 할머니와 만나기 전에는 혼자뿐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혼자만 비밀을 감추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자신의 과거 기억에 갇혀버린 채 빠져나오지 못했던 피해자가 같은 상처를 입은 여성과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 전쟁과 여성 대상 폭력에 반대하는 연구행동센터, <그들은 왜 일본군 위안부를 공격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