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는 한껏 들떠서 정원의 개암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르픽 씨와 펠릭스를 깨웠다.
“이제 가요!”
...
홍당무는 최대한 천천히 걸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빨리 걷고 싶은 나머지 발가락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홍당무는 장식 없는 수수한 수영복을, 펠릭스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 눈에 확 띄는 수영복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홍당무는 신이 나서 쉬지 않고 중얼거리고, 노래를 부르고, 늘어진 나뭇가지 위를 펄쩍 뛰어넘었다. 두 팔을 벌리고 허공에서 헤엄치는 동작을 하며 펠릭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재미있겠지? 신 나게 놀아야지!”
펠릭스는 홍당무를 깔보듯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까불지 마!”
홍당무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 질 르나르, <홍당무> 가운데
홍당무는 아빠와 함께 수영을 하게 되어 정말 신이 났습니다. 한껏 들떠서 길을 가는데 형인 펠릭스가 "까불지 마"라고 하고, 홍당무는 입을 다뭅니다.
"까불지 마", 낯설지 않은 말이네요. 부모라고 형이나 누나라고, 아니면 우리보다 힘이 센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 쓰는 말이지요.
힘이 센 사람이 그러니 입은 다물고 몸은 웅크리게 되지요.
처음에는 풍선마냥 힘을 주어 누르면 조금 있다 다시 부풀어 올랐겠지요. 이쪽이 아니면 저쪽으로라도 부풀었겠지요.
하지만 마음을 누르는 일이 한 번 되고 두 번 되고 열 번 되다 보면 다시 부풀어 오르지 않게 되겠지요. 풍선이었던 것이 밀가루 반죽처럼 되는 겁니다. 한 번 눌러 들어가면 다시 잡아 당겨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웃게 해 주고 싶고, 용기를 주고 싶고, 희망을 갖게 하고 싶지만 곁에서 이런 저런 노력을 해도 잘 안 되는 사람이있지요.
처음에 10만큼 눌렀을 때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10만큼 부풀러 올랐을 겁니다. 두 번째는 9, 세 번째는 8, 네 번째는 7...나중에는 누르면 누르는대로 가만히 있는 사람이 되었겠지요.
그렇게 세월이 가다보면 누르지 않아도 눌려 있는 있는 사람이 되었을 거구요.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난 것처럼 말입니다.
'사랑.평화.함께 살기 > 생명.인간.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을 찾는 마음, 그리고 외로움 (0) | 2015.02.22 |
---|---|
당신이 외로운 건 (0) | 2015.02.22 |
사랑의 갈망 그리고 자기 바꾸기 (0) | 2015.02.21 |
마음의 상처와 이상 행동 (0) | 2015.02.21 |
분노와 공격성 (0) | 2015.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