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는 새해 첫날 행사를 떠올리며 마음이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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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는 모자 속에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봉투에 ‘사랑하는 부모님께’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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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픽 부인 : 글은 참 잘 썼는데, 글씨가 엉망이라 도무지 읽을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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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가 서둘러 편지를 아빠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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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아! 아!”하는 소리를 내고는 편지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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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네스틴과 펠릭스는 편지를 읽으며 맞춤법이 틀린 곳을 찾았다. 홍당무가 여기서부터 펜을 바꾸었다느니, 이곳부터는 그나마 읽기가 쉽다느니,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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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는 편지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은 꼭 이렇게 되뇌는 것 같았다.
‘누가 이 편지를 갖고 싶은 사람 없어요?’
......
홍당무와 펠릭스는 아이들 틈에서 빠져나와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정말이네! 아빠가 오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홍당무가 즐거워하며 말했다.
“넌 내 얼굴을 봐야 내 생각이 난다는 거냐?”
르픽 씨가 짖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홍당무는 아빠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당황한 나머지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홍당무는 까치발을 하고 아빠에게 입을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르픽 씨는 홍당무의 입술이 수염에 닿자 움찍하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높이 들었다.
...
홍당무는 이내 체념하고 당황스러워하면서 아빠의 이상한 반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했다.
홍당무는 이내 체념하고 당황스러워하면서 아빠의 이상한 반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빠가 날 사랑하지 않는 걸까? 형한테는 입을 맞추셨어. 뒷걸음질도 치지 않으셨지. 그런데 왜 나는 피하셨을까? 질투가 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신 걸까? 하긴, 이런 일을 하루 이틀 겪은 것도 아니잖아. 삼 개월이나 떨어져 지내면서 아빠 엄마가 무척 그리웠는데. 그래서 만나면 강아지처럼 뛰어가 품에 안기려고 마음먹었는데, 서로를 어루만지며 기쁨을 나누려고 했는데. 아빠 엄마는 늘 나에게 차갑기만 하셨어.’
- 질 르나르, <홍당무> 가운데
잘 보이고 싶고, 사랑 받고 싶어서 홍당무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봅니다. 부모님이 좋아할만한 일을 해 보기도 하고, 부모님이 싫어할 일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새해 첫날 편지를 써서 제 마음을 전하려고 해 보지만...
가까이 있는 것 같아 손을 뻗어 보지만 언제나 닿을 수 없는 태양과도 같네요.
처음부터 아예 혼자였다면 외롭지나 않았을 것을...
우리는 서로가 서로게에 닿을 수 없는 태양마냥 너무 먼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닐까요
모든 이의 사랑을 꿈꾸지만 정작 단 한 명도 함께 하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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