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소는 이유도 없이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곤 했는데, 얼마나 매력적인지 마치 소녀처럼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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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소 바로 옆에서 자는 홍당무는 누구보다 질투가 심했다. 홍당무는 비쩍 마른 데다 얼굴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듯 희끄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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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론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르소 곁으로 다가갔다. 바로 그때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쏠렸다. 못생기고 사나워 보이는 홍당무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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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는 깨진 유리 사이로 피가 줄줄 흐르는 주먹을 내밀며 비올론 선생님을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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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는 미친 듯이 사나운 눈초리로 비올론 선생님을 쏘아 보고는 다른 유리창을 깨뜨리며 소리쳤다.
“그러게, 왜 마르소한테만 뽀뽀를 해 주고 나한테는 안 해 줬어요?”
홍당무는 피가 흐르는 손을 얼굴에 문지르며 덧붙였다.
“보세요. 내 뺨도 이렇게 빨개질 수 있다고요!”
- 질 르나르, <홍당무> 가운데
괴
벨스는 당 밖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던 호탕한 니더바이에른인 슈트라서를 종종 부러워하였고, 히틀러의 총애와 베를린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경쟁에서 그를 두려워했다. 그리고 괴벨스는 슈트라서가 자신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다고 느꼈기에 그를 증오했다.
-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 가운데
질투-이것은 슬픔처럼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서 상태들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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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질투에는 대상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슬픔으로 인한 고통, 자기애적 상처(그것을 다른 상처들로부터 구분할 수 있는 한에서), 그리고 성공한 라이벌에 대해 느끼는 적대 감정과 자기가 실패한 책임을 자신의 자아로 돌리려고 하는 얼마간의 자기 비판이 혼재되어 있다.
- 프로이트, '질투, 편집증 그리고 동성애의 몇 가지 신경증적 매커니즘' 가운데
홍당무 때문에 저도 슬펐습니다. 오죽 했으면 저럴까 싶었습니다.
홍당무는 비올론 선생님이 마르소의 붉은 뺨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겠지요. 자기도 붉은 뺨을 가게 되면 비올론 선생님의 사랑을 받게 될 거라 생각했구요. 비올론->마르소 사랑이 붉은 뺨 때문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홍당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지요.
홍당무가 비올론 선생님의 사랑을 추구하지 않았다면 마르소에게 질투를 느낄 필요도 없겠지요. 그리고 그 질투 속에는 붉지 않은 자신의 뺨에 대한 원망도 들어 있을 거구요.
사랑과 관련해서 인간이 질투를 느끼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이 점점 커져서 자신을 파괴하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쪽으로 이어진다면...
돈에 빠져 사는 사람은 어쩌면 돈을 통해 사랑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돈을 많이 가지는 것이 사랑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지요. 홍당무가 유리창을 깨고 흐르는 피로 자기 볼을 붉게 만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노동자를 착취하고 자신의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들면서까지 돈을 쫓는 사람은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사람입니다.
권력을 쫓는 사람은 어쩌면 권력을 통해 사랑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사랑을 갖는다고 느꼈을 수도 있지요. 게다가 자신이 권력이 없어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겼다 여기게 되면 권력을 쫓는 마음은 커지고 또 커지겠지요. 홍당무가 보기에 마르소의 붉은 뺨이 비올론 선생님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었듯이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았겼다는 커다란 질투와 분노가 더 큰 힘으로 권력을 쫓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권력을 쫓는 사람은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사람인 거지요.
돈을 많이 벌고, 권력을 많이 갖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홍당무가 마르소에게 느꼈던 질투와 경쟁심이 작동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홍당무가 유리창을 깨고 흐르는 피로 자기 뺨을 붉게 만들었다고 해서 비올론 선생님의 사랑을 얻었을까요?
누군가 돈을 왕창 벌고 엄청난 권력을 갖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사랑을 얻게 될 수 있을까요?
수많은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에게 보내던 환호와 열광이 히틀러의 마음을 안정과 평안으로 이끌었을까요?
왜 수백만 사람들의 열광을 한 몸에 받던 수퍼스타는 깊은 외로움 속에서 삶을 마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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