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 까사쯔끼는 경력을 쌓아 가는 아주 평범한 젊은 근위병이었다. 그러나 그 내면에서는 복잡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그가 하는 일은 다양해 보였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 하나로 수렴되었다. 어떤 일이든 그에게 주어지면 그는
완벽과 성공을 추구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고 놀라야만 했다. 그게 공부나 학문이면 그는 그걸 붙잡고 사람들이 칭찬하고
귀감으로 삼을 때까지 매진했다.
...
이전에는 여자의 유혹이 세르게이를 괴롭히지 않았는데 새 수도원에서는 그 유혹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솟아나 심지어는 구체적인 형태를 띠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나븐 행실로 유명한 부인이 세르게이를 유혹하기 시작한 것이다.
...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그는 스승에게 그 일로 편지를 써야 했다. 또한 스스로를 억제하기 위해 신참 수도사를 불러 창피함을 무릅쓰고
자신의 약점을 털어놓으며 그에게 자신을 눈여겨봐 줄 것과 예배와 수도원 일이 아닌 곳에는 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
<...
그런데 진정으로 신에게 봉사하려는 열망이 내게 있었을까?> 그는 스스로에게 묻고는 대답했다. <그래, 있었어. 하지만
사람들의 찬양에 더럽혀지고 너무 웃자라 버렸지. 그래, 나같이 사람들에게 찬양받기 위해 살아온 사람에는 신이 없어. 이제 신을
찾아야겠다.>
...
조언을 해주든, 싸우든 사람들을 설득하든, 읽고 씀으로 써 사람들을 돕든, 그는 사람들이 감사의 표현을 하기 전에 떠났다. 그러자 차츰 그의 안에서 신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까사쯔끼는 그 만남에서 한층 더 큰 기쁨을 느꼈다. 세속적인 의견을 무시한 채 가장 단순하고 쉬운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20꼬뻬이까를 공손히 받아 동료인 눈먼 거지에게 주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의견이 점점 더 의미를 잃어갈수록 신의 존재는 점차 더
강하게 느껴졌다.
...
신분증은 어디로 갔는지, 또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신분증은 없으며 자신은 오직 하느님의 종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부랑자 취급을 받았고 재판을 통해 시베리아로 보내졌다.
...
그는 주인집 텃밭에서 일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픈 이들을 돌본다.
- 똘스또이, '신부 세르게이' 가운데
사람의 마음이 하루 아침에 변하는 일이 일어날까요?
만약 하루 아침에 변하는 일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그동안 여러 과정을 지나왔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저런 욕망에 이끌리고
약자를 괴롭히고
잘난 체하고
가난한 자의 삶보다는 나의 화려함에 마음 쏟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지요
우리라고 할 것도 없이 제가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구요
그러다가도 내가 왜 이러나 싶고
자신을 비난하기도 하고 반성도 하고
조금이라도 달라져야지 마음 먹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구요
어쩌면 신부 세르게이의 모습이 우리 자신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온갖 일을 겪고 이랬다 저랬다 혼란 속을 헤매다
한참 뒤에야 조금은 더 편안해진 삶을 찾게 되는 거겠지요
우리 영혼을 둘러싸고 있는 벽이 그만큼 두텁고 단단하기 때문이겠지요.
단단한 벽을 한 방에 깨어버릴 수 있는 망치 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저한테는 그런 망치가 없네요.
그저 가끔 조금씩 톡톡 두드려 약하게 만들고 부드럽게 만들어갈 뿐이네요.
결과만을 놓고 보면 조금씩이라고 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 같아도
모든 것이 과정이라 생각하면 조금씩이라는 것도 소중하겠지요
가다가 멈추었다고 끝이 아니라
가다가 멈추었으니 다시 가면 되겠지요
또 가다가 멈추면
또 다시 가면 되구요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달라지는 거겠지요
서로를 돕고 함께 어울려 기쁨을 찾는 삶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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