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피아노 레슨이 있었습니다. 레슨 준비할 때 꼭 애 먹이는 곡들이 있어요. 이번에는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가운데 짧은 부분을 하는데...중간에 2부분이 정말 박자가 안 맞는 거에요. 치고 치고 또 쳐도 살짝 맞는 듯 하다가 또 안 맞고...나중에는 정말 짜증까지 나려고 하더라구요.
미니 : 이 곡 때문에 이번에 정말 흰머리가 많이 생겼어요
샘 : 그래요?
미니 : 정말 100번은 쳤을 거에요 ㅠㅠ
샘 : 아...네...100번 쳐서 안 되면 1,000번 치면 될 거에요.
미니 : 아...네... ^.^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해 봤어요.
왜 100번 치면 안 되던 게 천 번 치면 되는 걸까?’
그동안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정말 그렇더라구요. 제 딴에는 죽어라고 치고 또 쳐도 안 되던 게 어느 순간엔가는 저절로 되더라구요. 신기하게도 ㅋㅋㅋ. 그래서 지금은 연습하다 잘 안 되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그동안 그랬으니까요.
틀리고 틀리고 또 틀려도 이 틀림 쌓여서 나중에는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틀리는 과정이 싫지 않아요. 이 틀린 소리 또한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과정이라는 마음이 들거든요.
이런 변화는 어디서 오는 걸까 생각해 보니 결국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더라구요. 3도 겹음을 칠 때, 처음에는 2개의 음을 2개의 손가락으로 누르다 보니 소리가 한 번에 나지 않고 ‘띠딩’하면서 2개로 나요. 그런데 자꾸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띵’ 하면서 하나의 소리로 나더라구요. 제 손의 근육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배드민턴을 칠 때도 마찬가지에요. 처음에는 라켓을 들고 스윙한다고는 하는데 몸은 영 뻣뻣하고 공도 딱 딱 맞출 수가 없고 그래요. 그런데 스윙 연습을 하고 하고 또 하면 언젠가는 제대로 된 자세도 나오고 공도 딱 딱 칠 수 있게 되더라구요.
제가 A 상태에서 B 상태로 변화하면서 그 전에는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겠지요. 제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된 거구요. 다만 그 변화의 과정에 연습이 필요했던 거겠지요.
피아노를 연습하고,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게 되어 가장 좋은 점은 자유로워진다는 거에요. 악보를 보고 제가 내고 싶은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니까요. 그 전에는 그 소리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그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지요.
연습이 저를 바꾸고, 제가 바뀌면 자유롭게 되고, 자유롭게 되면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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