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곡을 들으면 활력, 생동감, 전진, 나아감, 희망 등등을 느낍니다
아침에 길을 걸으며 듣고 있으니 푸른 잎은 더욱 푸르고, 햇살은 더욱 빛나고, 바람은 더욱 상큼하게 느껴집니다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오케스트라 : 런던 필하모니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 아쉬케나지
사실 희망이란 말이 좋기는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희망보다는 고통과 외로움이 더 크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고통은 현실이고 실재하며
희망은 꿈이고 환상인 것처럼 여겨지지요.
그래서 정말 고통은 실재하는 것인데 반해 희망은 환상일뿐인 것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희망이 환상일 뿐이라는 생각은 우리 마음이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우물에 갇힌 개구리에게는 우물이 세상의 전부이며 다른 것은 알지 못하지요
평생 사슬에 묵여 있는 멍멍이에게 사슬은 현실이고 자유는 꿈인 뿐일 겁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도 그리 고통 속에만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들어보기는 했으나 그것이 무언지 직접 느껴볼 수 없도록 말입니다
한 인간으로 10년을 살든 70년을 살든 우리는 온갖 고통과 두려움, 망설임과 떨림, 수줍음과 분노 등을 느끼며 삽니다
가만히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지요
그나마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은 꿈 속에서조차 이리저리 시달릴 때가 많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연인에게조차 언제 버림 받을지 몰라 두려워하지요.
그런 우리에게 고통은 현실이고 희망이 환상일 뿐이라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쉽게 있을 수 있을 법한 일입니다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여기서 인간은 언제나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느냐
희망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이냐 라는 물음을 다시 던져 봅니다
어제밤에 비가 왔습니다
아침 창문을 여니 하늘이 정말 맑고 깨끗하더라구요
없던 맑은 하늘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비 때문에 먼지가 씻겨 나가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우리 마음도 그럴 겁니다
고통과 슬픔, 두려움이 조금씩 걷어지면 맑고 깨끗한 그 마음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우리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지배와 폭력, 학대가 조금씩 줄어들면 서로를 아끼고 도움주는 그런 세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1번 3악장
그러고 보면 희망이란 것은 실재하는 것이냐 환상이냐로 물을 것이 아니라
희망을 위해 오늘도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행동으로 옮길지로 물으면 될 것 같습니다.
희망은 길과 같은 것이다.
길이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처음 누군가가 걸어가고 자꾸 사람들이 가게 되어 그게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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