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피아노의 숲> 그리고 자유로운 마음

순돌이 아빠^.^ 2015. 10. 19. 14:51





우리 마음이 너무 오랫동안 억눌리거나 너무 강하게 어딘가에 매어 있다 보면, 자유로운 마음이 무언지조차 잊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 앞에서 아니면 내가 나 앞에서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며 살다보면, 내가 정작 자유로운 때가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를 자유로웠던 순간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있지요. 여행하다 만난 빛나는 밤하늘의 별이 그렇고, 내 마음을 온통 드러내도 좋을 사람 앞에 있을 때가 그렇지요

그리고 또 하나가 나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만났을 때인 것 같습니다. 음악이 기분을 좋게 하거나 슬프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을 자유롭게 하고 해방감을 느끼게도 하는 거지요. 








어째서 이 피아노는 심장을 울리는 거지?

어째서 이렇게도 망설임 없이...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오는 거야?!

이 일체감은 뭐지? 이 해방감은 또 뭐고...?! - <피아노의 숲 24> 가운데




카이가 쇼팽의 곡을 연주합니다. 연주를 듣는 사람도 함께 연주하는 사람도 마음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느낍니다. 눈과 귀가 한 곳으로 모이고, 몸에 조금은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도 하지요.

배낭을 메고 높은 언덕을 오르자마다 다가오는 시원한 바람마냥 무언가가 내 몸 속으로,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나 아닌 것이 내 안으로 들어와 어느새 내가 있던 자리를 대신하는 것도 같습니다. 마음이 떨리고 몸이 떨립니다.

나 아닌 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더니 어느새 하나가 되어갑니다. 함께입니다.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음악도 인간도 하나가 되어갑니다. 연주자-연주-청중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음악 속에서 한데 섞여 하나가 됩니다. 연주자가 청중에게 나의 연주를 들으라고도 하지 않고, 청중이 연주자에게 당신의 연주를 듣겠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가슴 떨리는 사랑을 만났을 때와 같습니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자유로워지고 해방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연주회장을 떠나면 다시 우리를 옥죄는 삶이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음악과 하나된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자유로워진 것은 아닐까요? 우리 마음을 짓누르는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그 순간이 해방의  순간은 아닐까요?


카이의 피아노 소리가 내 몸 구석구석을 관통하고 있어...내 의식을 숲으로...숲으로 인도하고 있어. - <피아노의 숲 24> 가운데


카이의 연주를 듣고 있던 친구는 음악을 통해 숲을 느낍니다. 카이와 함께 뛰어놀던 숲을 느끼는 거지요.

음악은 어떤 하나의 마음을 다른 마음의 상태로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설레게 할 수도 있고, 들뜨게 할 수도 있고, 우울하게 할 수도 있고, 환호하게 할 수도 있지요. 너무 평범한 이야기라 또 할 필요조차 없는 말 같지만...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윽박질러도 되지 않던, 돈을 주겠다고 해도 되지 않던, 마음을 고쳐먹어야지 먹어야지 되뇌고 또 되뇌어도 되지 않던 일이 음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음악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음악도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고 사느냐에 따라 우리의 마음이 달라지고, 우리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지겠지요.








아아...음악은...음악은 이다지도...자유로운 거구나!!...자유롭다! - <피아노의 숲 24> 가운데


인간에게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힘이 있고,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특별한 인간만이 가지는 능력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그렇겠지요.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말입니다.

예술을 통해 인간은 다른 사람이 표현한,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낍니다. 예술을 통해 인간은 내 마음을 느끼며, 내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지요.

그것이 다른 사람의 마음이든 나의 마음이든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느낀다는 것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외톨이처럼 어딘가에 내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마음이 다른 사람의 것이든 내 마음의 것이든 무언가를 느끼면서 어둔 구석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되니까요.

까닭도 모르게 울분에 차 있던 마음이 다른 사람의 것이든 내 마음의 것이든 우리 마음 속 슬픔과 아픔, 상처와 고통을 느끼면서 점점 안정을 찾아가듯이 말입니다.

무엇을 하며 사는지 모르게 바쁘게만 지나가던 세월 속에서 다른 사람의 것이든 내 마음의 것이든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아끼며 꿈꾸는 것을 느끼면서 삶의 의미가 한 발 두 발 다가 올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자유로워지는 거겠지요.





다른 예술이 그렇듯 음악은 어쩌면 우리 마음을 비추는 작은 불빛일지 모릅니다. 불빛은 우리가 갈 길을 안내하지만 불빛은 길이 아니고 불빛이 걸을 수도 없지요.

걷는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 자신이 걸을 수 있는 힘이 있고 능력이 있기 때문에 불빛을 만났을 때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거겠지요.

우리는 그렇게 잠깐 길을 잃은 건지도 모릅니다. 길지만 아주 잠깐 묶여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구요.



우리를 이끄는 불빛을 따라 어둠에서 벗어날 때, 

그 어둠이 그리 깊지도 단단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