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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2의 성>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15. 11. 7. 10:00

마르크스의 <자본>이

자본이란 어떤 것이고

자본주의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속에서 노동자는 어떤 존재인지를 잘 들려줬다면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은

여성과 남성이란 어떤 것이고

남성 지배의 사회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속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잘 들려줬습니다

 

읽는 내내

'그래 맞아. 내가 몰랐었네'

'남성으로써...나에게 이런 잘못이 있었구나'

'그동안 희미하게 느껴지던 게 이런 거였구나'하는 마음이 계속 들었습니다

 

<자본>만큼이나

저의 생각을 일깨우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 <2의 성>, 동서문화사, 2014

 

 

 

 

여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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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자다움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여자다워야 하고, 여자여야 하며,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훈계조의 말을 듣는다. 즉 인류의 암컷이라고 해서 반드시 여자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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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답다는 속성은 난소에서 분비된 것인가? 또는 철학적 공상에서 산출된 플라톤적인 실체(본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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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자체가 우리에게 일차적인 해답을 암시한다. 그런 문제를 물어본다는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그들이 인류에서 차지하고 있는 특이한 상황에 대하여 책을 쓸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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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결코 어떤 성()에 속하는 개인으로서 자신을 규정하며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가 남자라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 13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은 어떤 질적인 결여때문에 여성이다. 우리는 여자들의 본성에 타고난 결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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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남성이고, 남자는 여자를 여자 자체로서가 아니라 자기와의 관계를 통해서 정의한다. 그들은 여자를 자율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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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다도 <유리엘의 보고>에서 남자의 육체는 여자의 육체와의 의미를 제외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여성의 육체는 남성의 육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의미를 갖지 못한다. 남자는 여자 없이도 생각할 수 있지만, 여자는 남자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라고 확언했다. 말하자면 여자란 남자가 규정짓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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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우발적인 존재이다. 여자는 본질적인 것에 대하여 비본질적인 것이다. 남자는 주체이고, ’절대이다. 그러나 여자는 타자(他者)‘이다. - 14

 

자기를 주체로서 정립하는 주체에 의하여 타자타자로서 정의되는 것이다. 그런데 타자가 주체로 변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타자가 상대의 그러한 관점에 복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자의 이런 복종은 어디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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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결코 본질로 복귀할 수 없는 비본질로 보이는 이유는, 여자 자신이 그런 반전(反轉)을 이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스스로를 우리들이라고 부른다. 흑인들도 그렇게 부른다. 그들은 자기들을 주체로서 확립하고, 부르주아나 백인들을 타자로 바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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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자들은 진정한 주체로서 자신들을 내세우지 않는다. - 17, 18

 

영주(領主)인 남자는 가신(家臣)인 여자를 물질적으로 보호해 주고 그 삶의 도덕적 정당화를 책임진다. 그러므로 이 경우 여자는 경제적 위험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기의 목적을 찾아야 할 자유라는 형이상학적 위험도 회피할 수 있다.

 

사실 자기를 주체로서 확립하려는 개인의 윤리적 충동과 더불어, 자유를 포기하고 자기를 사물화하려는 유혹 또한 모든 개인에게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행한 길이다. 왜냐하면 수동적이고 소외되고 자기를 상실한 사람은 초월에서 이탈하고 모든 가치를 상실하여, 다른 사람의 의지의 제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편안한 길이기도 하다. 그 길에서는 저마다 마땅히 감수해야 할 실존의 고뇌와 긴장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타자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는 여자 속에서 뿌리 깊은 공범 기질을 발견한다. 이와 같이 여자는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호성을 인정하지도 않고 자기가 남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또는 타자라는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에, 자기가 주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 20

 

유대인 남자들은 아침마다 이렇게 기도한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지 않게 하신 우리의 주, 모든 세계의 주여, 감사하옵나이다한편 그들의 아내들은 체념하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당신의 뜻에 따를 나를 만들어 주신 주여, 찬양하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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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랭 드 라 바르는 다시 말하고 있다. “법률을 만들고 편찬한 사람들이 남자들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남성에게 유리했다. 그리고 법률가는 법률을 원리로 만들기까지 했다.”

 

입법가·성직자·철학자·작가·과학자들은 종속적인 여자의 신분이 하늘의 뜻이며 지상에 유익한 것이라고 증명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종교도 남자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지배욕을 반영하고 있다. - 21

 

몽테뉴는...말했다. “여자들이 이 세상에 도입된 규칙을 거부한다고 해도 전혀 잘못이 없다. 그런 규칙은 여자들과 상의하지 않고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 사이에는 알력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 22

 

16세기 사람들은, 독신 여성은 자기 재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기혼 여성은 후견인의 감독 아래 두기 위하여 여자는 굳세지도 못하고 확실하지도 못한 짐승이라고 확언한 성 아우쿠스티누스의 권위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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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해방 반대자들은 예전처럼 종교·철학·신학뿐만 아니라 생물학·실험심리학 등의 과학까지 동원해 여성의 열등함을 증명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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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이든 계급이든 성이든 간에 한쪽이 아주 열등한 처지에 놓일 경우, 그것을 정당화하는 방법은 똑같기 때문이다. ‘영원한 여성이라는 말은 흑인의 영혼이나 유대인의 성격이라는 말과 같은 종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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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경우에서 지배계급은 어린애같이 잘 웃는 선량한 흑인이나 순종적인 흑인의 미덕에 대하여, 그리고 경박하고 유치하며 무책임한 여자다운 여자와 남자에게 순종하는 여자의 미덕에 대하여 꾸준히 찬사를 늘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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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의 경구는 잘 알려져 있다...‘미국의 백인은 흑인을 구두닦이로 고정시키면서, 흑인은 구두닦이 말고 다른 직업엔 적합하지 못하다고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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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나 집단이 열등한 지위에 고정되어 있을 때 그 개인 또는 집단이 열등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하다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이 말에 정적(靜的)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불성실한 처사이다. 이 말은 헤겔의 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다는 말은 됐다는 뜻으로, 즉 현재와 같이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다.

 

그렇다. 오늘날 여자들은 대체로 남자보다 열등하다. 여자들은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남성들에 비해 가능성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영속적이어야 하는지를 아는 일이다. - 22

 

억압이 억압자에게 보증하는 이익 가운데 하나는 억압자들 중 가장 하찮은 자조차도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미국 남부의 한 가난한 백인이 자기는 더러운 흑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자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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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평범한 남자들도 여자들 앞에서는 자신을 반신(半神)처럼 생각한다. 몽테를랑의 경우도, 그가 남자들 사이에서 남자로서 자기의 역할을 해야 할 대보다도, 여자(이것도 의도적으로 선택한 여자들이지만)와 마주할 때 자신을 영웅처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웠다. - 24

 

남자들이 여자의 타성을 이용하는 보다 교묘한 방식도 많다. 열등감으로 고민하는 모든 남자에게는 여자의 타성이 기적적인 처방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사내다움을 불안해하는 남자는 여자에게 오만하고 공격적이며 경멸적인 태도를 취한다. - 25

 

여자에게 가장 동정적인 남자도 좀처럼 여자의 구체적인 처지를 알지 못한다. - 26

 

자연 속에서 암수의 구분은 보편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동물만 살펴보더라도, 적충류·아메바·박테리아 등 다세포생물의 경우 번식은 근본적으로 성과 무관하며, 세포가 혼자 나뉘고 세분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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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처음부터 무성無性으로 발생한 개체가 토막토막 나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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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성생식에서 무정란은 수컷의 개입 없이 발생해 유충으로 자란다. 수컷은 아무 구실도 하지 않거나 단지 부차적인 역할만 한다. 예컨대 수정되지 않은 벌의 알은 분열되어 수벌이 된다. - 32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이런 암수의 분리를 설명하지 않고 기정사실로 인정하였다. - 33

 

확실히 임신은 건강과 영양이 좋은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면 모체에 해가 되지 않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모체와 태아 사이에는 모체에 이롭기까지 한 어떤 교류가 행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 공리주의가 너무도 명백히 드러나는 낙관적 학설과는 반대로, 임신은 여자에게 개인적인 이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무거운 희생을 강요하는 고생스런 일이다.

 

임신하면 처음 몇 달 동안은 흔히 식욕부진과 구토가 따른다. 이런 일은 다른 어떤 가축의 암컷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현상은 유기체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종에 대한 유기체의 반항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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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은 그 비중이 감소되어 빈혈증을 초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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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출산 때문에 신체 일부가 변형되거나 일찍 늙어 버린다. 가난한 시골에서는 이런 일이 아주 흔하다. 출산 그 자체가 고통이요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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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시 어린애가 죽는 일이 생기고, 또 출산이 어머니를 죽이는 일도 있으며, 어머니에게 만성질환을 가져오기도 한다. 젖을 물리는 일도 고역이다. - 75

 

페니스는 주체에 의하여 자기 자신이면서도 자신 이외의 다른 것으로 생각된다. 페니스 속에는 종으로서의 초월이 쉽게 손에 잡히는 형태로 구현되어 있으며, 그것은 자랑의 원천이 된다. 페니스는 자신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남자는 거기에서 넘치는 생명력을 자기 개성에 통합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페니스의 길이와 오줌의 분출력, 발기와 사정 능력이 남자에게 스스로의 가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것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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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스가 그토록 가치를 갖는 것은 그것이 다른 영역에서 실현되는 절대적 권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자가 주체로서 자기를 확립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녀는 페니스와 대등한 것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를테면 아이가 원하는 미래를 구현하는 인형이 페니스보다 더 귀중한 소유물이 될 수도 있다. 일부 모계사회에서는 여자가 가면(假面)’을 독점하고 있는데, 그 집단은 이 가면 속에서 자기를 소외시킨다. 이때 페니스는 자기의 영광을 상실한다. 인간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때 비로소 우리는 육체적인 특권이 인간에게 진실한 특권이 되는 이유도 알게 된다. - 76

 

대부분의 원시인들은 자식의 출산에서 아버지가 하는 역할을 모르고 있었다. 단지 특정한 나무나 바위 주위, 신성한 장소에서 떠돌아다니는 조상의 영혼이 여자의 몸 속에 들어가 환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민족은 이 침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여자가 처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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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기서는 처녀성의 상실이 중요하지 않았고, 신비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것은 남편의 특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명백히 아기를 낳는 데 필요했다. 자기 몸 속에서 정자를 보존하고 육성하는 것은 여자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 씨족의 생명이 전파되는 것은 어머니를 통해서였다.

 

따라서 어머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아기는 대개 어머니의 씨족에 속하며, 어머니의 성을 따르고 어머니의 권리에 참가하며, 특히 그 씨족이 점유한 토지를 소유한다. 이리하여 공동체의 재산은 어머니를 통해 전해진다. 여자들은 전답과 수확을 씨족 구성원에게 보장한다. - 95

 

우리는 레비 스트로스의 논문에서 먼저 인용한 부분의 좀 다른 형태 안에서 이런 견해의 확증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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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자기 씨족의 남자와 성교하는 것이 부정(不淨)이라고 할 아무런 직접적인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여자가 물물교환의 일부가 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유용하다. 이 물물교환을 통하여 각 씨족은 자기를 폐쇄시키는 대신 다른 씨족과 상호관계를 수립한다.

 

이족 결혼은 적극적이기보다 더 소극적인 의미를 지닌다...동족결혼을 금지하는 것은...확실히 혈족 결혼에는 생물학적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 아니라, 이족결혼의 결과 사회적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재산의 일부를 구성하는 여자들을 개인 권리로 소비해서는 안 되고 교류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 103

 

남자들은 신을 만들고 여자들은 신을 숭배한다라고 프레이저는 말했다. 그들의 최고 신을 여성으로 하느냐 남성으로 하느냐 결정하는 것은 남자들이다. - 106

 

가부장제가 강력하게 시행될 때에는...여자는 남자의 세습재산의 일부가 된다. 우선 자기 아버지, 다음에는 남편 재산의 일부가 된다...딸에 대하여 아버지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결혼하면 그 권한은 고스란히 남편에게 넘어간다. 여자가 노예나 우마(牛馬)나 물건 같은 남편의 재산이라면, 남편이 자기 좋을 대로 많은 아내를 거느리는 것이 당연하다. - 11

 

모권사회에서는 금기는 있어도 아주 자유로운 풍기를 허용하였다. 결혼 전의 정조는 거의 요구되지 않았고 간통도 그다지 엄격하게 눈총받지 않았다. 반대로 여자가 남자의 소유물이 되자, 남자는 여자에게 처녀성을 원하고 엄벌을 통해 완전한 정절을 요구한다. - 112

 

아테네의 여자는 자기 방에 갇혀 법률에 의하여 엄중히 구속받으며 특별한 관리의 감시를 받았다. 여자는 일생 동안 미성년으로 살아가고, 후견인의 권력 밑에 놓여 있다. 후견인은 아버지나 남편, 혹은 남편의 상속인인데, 이들이 없을 때에는 관리는 뽑아 국가가 관리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여자의 주인이다.

 

그들은 상품을 다루듯 여자들을 마음대로 처분한다. 후견인의 권력은 인격과 재산에까지 미쳤다. 후견인은 그 권리를 마음대로 양도할 수도 있다. 아버지는 자기 딸을 양녀나 결혼상대로 내어준다. 남편은 아내와 이혼하고 그녀를 새 남편에게 넘겨줄 수 있다. - 117

 

이후 한 세기 동안 여자의 운명을 결정지은 나폴레옹법전은 여성의 해방을 크게 뒤처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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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전반을 통해서 법률은 나폴레옹법전의 엄격성을 더욱 강화하고 특히 여자에게서 모든 양도권을 박탈해 버렸다. 1826년 왕정복고는 이혼폐지를 불렀고, 1848년 입법의회도 이혼의 부활을 거부했다. 이혼의 자유는 1884년에 겨우 부활되었는데, 그것을 획득하기까지가 몹시 힘들었다. - 153

 

여자에게는 교육과 교양과 그녀의 개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을 금지해야 한다. 움직이기 불편한 옷을 입히고, 빈혈을 일으킬 정도의 소식(小食)을 장려해야 한다. 부르주아지는 이 계획을 충실하게 따랐다. 여자는 요리와 가사에 얽매이고, 품행은 엄중히 감시받으며, 독립의 시도를 철저히 제지하는 예의범절과 습관 속에 갇혀 지낸다.

 

이 보상으로 여자들은 존경과 정중한 대우를 받는다. “결혼한 여자는 옥좌에 오를 줄도 아는 노예이다라고 발자크는 말하고 있다. 아무래도 좋은 자리에서 남자가 여자를 드높이고 상석(上席)을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시사회에서처럼 여자들에게 무거운 짐을 들게 하는 대신, 남자들은 여자의 모든 고역과 걱정을 덜어준다. 이것은 여자를 모든 책임에서 해방시켜 주는 행위이다. 여자들은 이와 같은 자기 조건의 안이함에 속아 넘어가서 남자들이 원하는 어머니와 가정의 역할을 수락한다. - 155

 

사슬에 매여 있으면 존경받기 때문에 사슬에서 풀어주는 것보다 사슬에 묶어 두는 편이 한결 쉽다고 버나드 쇼는 말했다. 부르주아 여성은 계급적 특권에 집착하기 때문에 자기들의 사슬에도 집착한다. - 155

 

남성에게서 해방되면 여성에게 노동이 부과될 것이다. 여성은 사유재산에 관해서 남편에 부수된 권리밖에 갖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해도, 그 재산마저 사라지면 더욱 개탄할 것이다. 부르주아 여성은 노동계급 여성과 조금도 연대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그녀들은 직조 여공들보다 자기 남편과 훨씬 더 가깝다. -156

 

남자들에게 필적하는 사업을 이룩한 여성들은 사회제도에 힘입어 모든 성적 구별을 초월했다. 이사벨라 여왕이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러시아의 카테리나 여제는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었다. 그녀들은 지배자였다. 여자라는 점이 사회적으로 사라지면 그것이 더 이상 열등성을 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 179

 

다른 여자들이 세상에 깊은 발자취를 남길 수 없었던 것은, 그녀들이 여자의 조건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들은 소극적 또는 간접적으로밖에 활동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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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으로 열등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인간에게 자아실현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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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인 권리만으로는 여자가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실마리를 확보하기에 결코 충분하지 않다. 남녀 사이에는 오늘날까지도 진정한 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 179

 

신데렐라 신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모두 처녀의 몸으로 행운과 행복을 잡기 위해 어렵고도 불확실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멋진 왕자를 통해 그것을 기대하는 편이 낫다고 장려한다. 특히 처녀는 왕자 덕분에 자기 신분보다 높은 계급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 이것은 그녀가 일생 동안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기적이다. - 185

 

남성들이 장악한 경제적인 특권, 그들의 사회적 가치, 결혼의 영예, 남성의 후원 효과, 이 모든 것이 여성들로 하여금 남자의 마음에 들기를 열렬히 원하게 만든다. - 186

 

여성은 자기 자신으로서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정의하는 대로 자기를 인식하고 선택하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남자가 꿈에 그리는 여자를 묘사해 볼 필요가 있다. ‘남자의 눈에 비친 여자의 존재방식이 여자의 구체적 조건의 기본요인 가운데 하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187

 

천지창조의 모든 신화는 남자가 귀중하게 여기는 이런 확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창세기의 전설은 그리스도교를 통해서 서양 문명 속에 전해 내려왔다. 이브는 남자와 동시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이브는 아담을 만드는 데 사용된 같은 흙으로 빚어진 것도 아니다. 여자는 최초에 남자의 옆구리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 여자는 그 출생부터가 자주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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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여자를 남자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아담을 고독에서 구제하기 위해서였다. 여자의 기원과 목적은 자기 남편 속에 있다. 여자는 비본질적 존재로 남자의 보충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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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반투명의 의식을 지닌 자연이며, 본디 순종적이다. 흔히 남자는 여자가 그런 존재이기를 기대했다. - 190

 

모든 신화는 자기의 희망과 두려움을 초월의 하늘로 던지는 주체를 내포하고 있다. 여자는 자기를 주체로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의 투기(投企)를 반영하는 남성 신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종교나 시()도 가지고 있지 않다. 꿈조차도 남자들의 꿈을 통해서 꾼다. 여자들이 숭배하는 신도 남성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남성들은 자신들을 찬양하기 위하여 헤라클레스, 프로메테우스, 파르치발 같은 위대한 영웅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 191

 

<레위기>에 다음과 같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자기 몸에서 피가 흐르는 여자는 7일 동안 부정하다. 여자에게 손을 대는 사람도 누구나 하루 종일 부정하다. 그녀가 눕는 침대나, 그녀가 앉는 자리는 모두 부정하다. 그녀의 침대를 만진 사람은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어야 하며, 그날 하루 종일 자신도 부정하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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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사회가 출현한 이후로는 여성의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그 수상한 액체에서 불길한 효능만 인정하게 되었다. - 199

 

사실 이 피는 여자를 부정하게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여자의 부정을 증명하고 있다. - 202

 

남자가 성행위에서 구하는 것은 주관적인 덧없는 쾌락뿐만이 아니다. 남자는 정복하고 붙잡고 소유하기를 원한다. 여자를 갖는다는 것은 여자를 정복하는 것이다. 보습이 밭고랑 속에 파고들 듯, 남자는 여자 속에 파고든다. 남자는 자기가 경작하는 토지를 자기의 소유로 하듯 여자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 - 204

 

프랑스의 어떤 마을에서는 아직도 결혼식 다음 날 아침에 부모와 친구들 앞에서 피 묻은 시트를 내보인다. 이것은 가부장제도의 사회에서 남편이 아내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 206

 

남자가 아내를 자기의 개인적 재산으로 생각할 때 처녀성을 요구하는 것은 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이다. 우선 소유의 관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는 언제나 불가능하다. 사실 누구도 결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소극적인 방법으로 소유하려고 한다. 어떤 재산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에게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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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이 손에 넣고 뛰어들 수 있는 그것이, 그에게는 사실 자기가 창조한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모든 욕망이 추구하는 목적의 하나는 욕망의 대상을 소멸시키는 일로 파괴를 내포하고 있다. 처녀막을 파괴함으로써 남자는 여자의 육체를 그대로 두고 침입하는 것보다 더 친밀하게 소유한다. 이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작용으로, 그는 분명히 상대를 수동적인 대상으로 삼고, 그것에 대한 파악을 확실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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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어로 꽃을 꺾는다고 하면 여자의 처녀성을 빼앗는 것을 의미 207

 

여자는 운명적으로 누군가에게 소유되기 마련이므로, 그 육체는 객체의 확고한 수동적인 특질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 남성미는 능동적인 기능에 저응하는 것이다. 그것은 체력과 순발력과 유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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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육체는 하나의 주체성의 구현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내재성 속에 고정된 하나의 사물로 파악되는 것이다. 그 육체는 세계의 다른 부분에 작용을 미쳐서는 안 되며, 자기 이외의 다른 것의 기대가 되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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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습과 유행은 흔히 여성의 육체를 초월에서 강제로 떼어놓는 데 전념해 왔다. 전족을 한 중국 여자는 제대로 걸을 수가 없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할리우드 영화배우는 거의 손을 쓸 수가 없다. 하이힐, 코르셋, 패니어, 파싱게일, 크리놀린 같은 것들은 여체의 곡선비보다는 허약성을 드러내는 게 그 목적이 있었다.

 

너무 살이 쪄서 몸이 무겁거나 또는 반대로 너무 말라서 힘든 일을 할 수 없거나, 불편한 복장이나 예의범절로 마비되었을 때, 여자는 남자의 눈에 자기 소유처럼 보인다. - 211

 

장식품의 기능...일반적인 역할은 여자를 우상으로 변형시키는 것...여자는 자기 육체에 꽃과 모피, 보석과 패각(貝殼)과 깃털을 장식하여 자신을 식물과 표범, 다이아몬드나 진주층으로 만든다. 또한 자기 몸에 향수를 뿌려서 장미와 백합 같은 향기를 발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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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상적인 에로틱한 대상이 되어 온 것은 부자연스러운 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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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 드 구르몽은 여자의 머리칼이 시냇물이나 초원의 풀처럼 자유롭게 물결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시냇물의 물결과 이삭의 파도를 애무할 수 있는 것은 베로니카 레이크 같은 여자의 머리이지, 자연에 그냥 맡긴 더벅머리가 아니다. - 212

 

남자는 페니스를 초월과 활동으로서, ‘타자를 지배하는 방법으로서 파악하고, 그 범위 안에서 페니스를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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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성욕이 타자를 소유하는 한 방법이 될 때만 자기의 성욕을 자랑스럽게 인정한다. - 216

 

마리아는 성욕에 뒤따르는 더러움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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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아내로서의 성격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그녀에게서 어머니인 여자를 보다 순수하게 드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자기에게 할당된 종속적인 역할을 받아들여야만 마리아는 찬미된다.

 

나는 주의 여종이로소이다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어머니가 자기 아들 앞에 무릎을 꿇는다. 어머니는 스스로 자신의 열등성을 인정한다. 그것이야말로 마리아 신앙에서 이룬 남성의 결정적인 승리이다. 마리아 신앙은 여자의 완전한 패배에서 얻은 남자의 권리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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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복종하게 된 것은 어머니로서이기 때문에 여자가 대우와 존경을 받는 것도 우선 어머니로서이다. 모성의 오랜 두 얼굴 중에서 오늘날 남자들은 미소짓는 얼굴만 인정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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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사회에서 확고한 지반을 마련하고, 법률이나 풍습과 조화를 이루면 어머니는 ()’의 화신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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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어머니의 팔을 뿌리치고 모험이나 미래, 전쟁을 향해 출발하는 자기를 찬탄의 눈으로 바라보기를 즐긴다. 아무도 만류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출발은 별로 감동적이지 않을 것이다...또한 어머니의 두 팔이 언제나 자기를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에 흐뭇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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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면서 죽어가는 것이 전통이 된 것은 어머니의 시선 아래서는 죽음까지도 길들여져 탄생과 대칭되어, 모든 육체의 생명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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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관해서 일종의 종교가 창시되고, 이것을 무시하면 불경과 모독의 죄명으로 비난한다. 어머니는 도덕의 수호자가 된다. 남성의 봉사자, 권력의 시종으로서 어머니는 자기 아이들을 규정된 길로 조용히 인도하는 것이다. - 227~230

 

아주 찢어지게 가난한 남자도 자기를 섬기는 여자를 손에 넣으면, 이 세상에서 커다란 무엇을 소유하고 있다고 느낀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주인공은 이웃 사람들을 모두 불러, 자기가 얼마나 단호하게 아내를 길들였는가를 보여준다...모두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생각에서 아내를 내세운다. - 232

 

남자는 자기가 여자에게 끼치는 지배력에 흐뭇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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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으로뿐만 아니라 도덕적·지적으로 남편은 아내를 형성해 간다. 남편은 아내를 교육하고 각인을 찍고 영향력을 남긴다. 남자가 만족해 하는 꿈의 하나는 자기의 의지를 사물에 침투시켜 형체를 빚고, 그 실질 속으로 돌입하는 것이다. 이때 여자는 더할 나위 없는 부드러운 반죽으로 얌전하게 빚어지며 세공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 233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고, 핥아 주고 지켜 주고 생명의 위험에서 구해 주는 암컷은 인류의 모범이다. 남자는 감동을 느끼면서 아내에게 이런 인내와 헌신을 요구한다. 가장이 가정에 거두어 두고 싶은 것은 역시 자연이다. 그러나 그 자연은 사회나 가정, 가장에게 유익한 모든 미덕이 깃든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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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생명을 유지하고, 내재의 영역을 지배하며, 자궁의 온기와 내성을 가정으로 옮겨 온다...여자 덕분에 남자가 세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과 행위 속에서 소마하는 실존은 그녀의 내재 속에 다시 가라앉아 회복된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면 남자는 지상에 닻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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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외부세계에서 어떤 위험에 부딪치든, 여자는 그에게 식사와 수면의 반복을 보장해 준다. 남자의 활동으로 파괴되고 소모되는 모든 것을 여자가 복원해 준다. 여자는 피로한 노동자의 식사를 준비하고, 그가 아플 때 간호해 주며, 의복을 수선해 주고 세탁해 준다. - 233

 

그리스도교의 출현 이래 여성상이 어느 정도 내면화된 것은 분명하다. 남자가 여자를 통해 파악하려는 아름다움과 따사로움, 친밀성은 이제 감각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여자는 사물의 감미로운 외관을 나타내는 대신에 그 사물의 영혼이 된다...여자는 집과 가족, 가정의 영혼이다. 나아가 보다 큰 집단, 도시나 지방, 혹은 국가의 영혼이다...같은 이유로 어머니인 조국이란 말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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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방문한 나라의 열쇠를 여자에게서 찾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탈리아 여자나 에스파냐 여자를 품에 안았을 때, 그에게는 이탈리아나 에스파냐의 달콤한 본질을 손에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234

 

남자는 이상을 본질적인 타자로서 자기 앞에 놓는다. 그리고 그것을 여자가 타자성의 감각적 형상이라는 이유로 여성화한다. - 236

 

성녀 마리아는 다시 태어나 ()’에 몸을 바친 여자 중에서, 가장 완전하고 가장 존경 받는 모습으로, 문학이나 초상화를 통하여 그녀가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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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으신 성녀 마리아, 그대는 풍요의 이슬이요, 환희의 이요, 자비의 운하, 우리의 갈증을 풀어주는 맑은 우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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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모든 선()진수, ‘알맹이, ‘핵심이로다.”

그대는 속임수를 모르는 변함없는 사랑의 여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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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비와 애정의 역할은 여자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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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진통 속에서 아기를 낳고, 남성의 상처를 간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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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엇이 남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의지를 꺾는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남자들을 지배하는 여자의 힘은 남자들에게 자신들의 진정한 조건을 겸손하게 의식하도록 다정하게 일깨워 주는 데서 온다. - 238

 

남자가 타자를 꿈꾸는 까닭은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타자에 의해 확인받기 위해서이다. 자기와 동류인 남자들로부터 확인받기 위해서는 부단히 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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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들의 활동에서 떨어져 경쟁이나 투쟁에 개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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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냐크가 파리를 정복하려고 했을 때 우선 여자를 손에 넣을 궁리부터 하는데, 그것은 그녀의 육체를 소유하기 위해서기보다 오히려 여자만이 남자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명성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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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영웅, 모험가, 개인주의자가 무엇보다 먼저 목표로 삼고 싶어하는 표적의 하나이다...오르페우스가 지옥까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가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아름다운 헬레나를 지키기 위하여 싸운 것을 볼 수 있다. 기사 이야기로 말한다면 사로잡힌 공주를 구출하는 것보다 용맹스런 행위는 없다고 해도 좋다. - 241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깨우기 위해서는 그 미녀가 자고 있어야 하며, 사로잡힌 공주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식인귀나 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243

 

일반적으로 서양 남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은 남자의 지배를 자유의지로 받아들이거나, 토론 없이는 남자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결국에는 그의 이론에 굴복하는, 즉 지성적으로 남자에게 저항하다가 끝내는 설복당하는 그러한 여자이다. 남자는 자존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위험한 모험을 좋아한다. 순종하는 신데렐라를 아내를 맞아들이기보다는 펜데실레이아를 정복하는 편이 한층 더 멋지다. - 243

 

멋진 왕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그 미소이다. 기사의 용맹스런 행동에 진실성을 부여하는 것은 행복과 감사에 넘친 공주의 눈물이다. - 243

 

남자들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정확한 모습 대신, 찬탄과 감사의 후광으로 에워싸여 신격화된 자신들의 이미지를 상대 여자의 살아 있는 두 눈 속에서 찾는다. - 245

 

 

여자는 남자가 자기의 초월을 던지는 관념에 머무는 한 필요하지만, 자기를 위해 존재하고 자기에게 한정된 객관적 현실인 경우에는 유해하다는 말이다. - 246

 

남자는 여자를 하녀로 삼고, 여자에게 초월성을 박탈해 버린다는 조건하에서 비로소 여자를 자기들의 세계에 받아들인다. 여자에게 주어진 자유는 소극적인 용도로밖에 쓰일 수 없다. 그 자유는 자기를 거부하는 데 사용된다. 여자는 사로잡힌 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 248

 

그녀는 객체시되므로 그녀를 자기 것으로 차지하려는 모든 주체에게 바쳐진다. - 249

 

여자의 육체 속에 자주적 존재가 깃들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의식이 거기 깃들자마자 여자의 육체는 가증스러운 것이 된다. 여자에게 어울리는 것은 순수한 육체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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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여성은 완전히 바보이고,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그녀는 언제나 기꺼이 남자를 맞아들이고, 남자에겐 결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 264

 

남을 깔보고 비판함으로써 우리는 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느끼고, 자기는 비난받을 만한 결점이 전혀 없는 것 같은 기분에 마음 편해질 수 있다. 몽테를랑은 일생 동안 인간들에 대한 경멸을 얼마나 도취감에 취해서 표시해 왔던가! 자기가 총명하다고 믿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고발하면 충분하고, 자기를 용감하다고 믿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비겁한 태도를 지적하면 된다. - 271

 

몽테를랑은 모충들에게 오줌을 갈기면서 그 중의 어떤 것들은 살려 두고, 다른 것들은 죽여버리며 즐거워한다. 그는 악착같이 살려는 모충들에게 조소적인 동정을 보내고, 너그럽게 그들에게 살 기회를 준다. 이런 유희에서 그는 황홀감을 느낀다. 모충이 없었다면 소변의 방출은 배설행위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생사를 결정하는 도구가 된다. 기어다니는 곤충 앞에 오줌을 갈기는 남자는 신의 전제적인 고독을 맛볼 것이다. 보복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이와 같이 여자라는 동물을 다룰 때 남자는 높은 곳에 앉아서,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정답게, 공평하다가 변덕스럽게 주기도 하고 다시 빼앗기도 하고, 만족도 시켜 주고 동정도 하고 화도 낸다. 아무튼 남자는 자기 멋대로 즐길 뿐이다. 남자는 자유롭고 유일한 지배자이다. - 271

 

부정적 신비주의자가 자기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부정을 통해서뿐이다. 진정한 초월은 인간의 미래로 향한 적극적인 전진이다. 거짓 영웅은 자기가 멀리 와 있으며, 하늘 높이 날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서 항상 뒤를 돌아다보고, 자기의 발 밑을 살핀다. 그는 경멸하고, 비난하고, 압박하고, 박해하고, 고문하고, 학살한다. 그는 이웃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자기가 그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몽테를랑이 인생과의 밀접한 접촉을 중단하고 교만하게 우리에게 손가락질하는 절정은 바로 이런 것이다. - 278

 

여자는 자기의 실존을 남자의 실존에 종속시켜야만 한다. ‘여자는 당신과 당신이 지향하는 심오한 목적을 믿어야만 한다그렇게 되면 남자는 여자에게 무한한 애정과 감사를 바칠 것이다. ‘! 아내가 당신을 믿고, 당신에게 그녀가 모르는 깊은 기획이 있음을 인정할 때 아내가 기다리는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당신을 사랑하는 아내에 대하여 헤아릴 수 없는 감사를 느낀다...’ - 285

 

로렌스는...자기가 육체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기뻐하고, 자기의 탄생을 받아들이며, 자기 어머니를 몹시 사랑한다. 어머니들은 그의 작품 속에서 참다운 여성의 훌륭한 본보기로 등장한다. 어머니야말로 순수한 헌신과 절대적 관용이다. 그녀들의 뜨거운 애정은 자기 자식에게 고스란히 바쳐진다. - 285

 

여자의 연약함, 소심, 수치 같은 것을 여자는 자기 주인의 것이며 또한 자기 것이기도 한 그 대의에 대하여 충성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여자는 그 허신 속에서 자기를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기구로 만드는 힘을 이끌어 밴다.

 

인간적인 면에서 보면 여자는 복종 속에서 그 위대성을 이끌어 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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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델에 따르면...성스러운 상태란 것은 단념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자는 인간의 계획에 참여하는 경우도, 개인적 의지를 갖는 경우도 비교적 적다. 자기를 주기 위하여 태어났지, 빼앗기 위하여 생겨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자는 완전한 헌신에 보다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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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상의 기쁨은 정당하고 훌륭한 것이지만, 그 기쁨을 희생하는 일은 더욱 훌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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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남편, 가정, 토지, 조국, 교회에 헌신하는 것, 그것이 여자의 역할이며, 부르주아 사회가 여자에게 끊임없이 할당해 온 역할이다. - 298~301

 

여자가 자기를 성취하고 현실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사랑 안에서이다. - 304

 

여자의 숙명에 대해서 물어 보는 한, 그 대답은 상호적 사랑의 이상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자는 사랑 이외의 다른 사명이 없다. - 310

 

역사상 여자 천재가 적은 이유는, 사회가 여자에게 자기표현의 수단을 일체 금하기 때문이다...여자에게 최악의 핸디캡은 교육의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압박자는 언제나 피압박자를 쓸모없는 존재로 약화시키려고 노력한다. 남자는 고의적으로 여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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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때에는 장난꾸러기 사내아이가 지혜로운 사나이가 되고, 여자아이는 요령없고 소심하고 거미까지 무서워하는 바보가 되어 버린다. 그 책임은 그녀가 받은 교육에 있다. 여자들에게도 사내아이들이 받는 것과 동등한 교육을 받게 해야만 한다. 반여성론자들은 교육을 받은 총명한 여자는 여자답지 못한 여자가 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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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자들이 모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교양을 쌓은 기회를 얻는다면, 여자도 남자와 같이 교양을 차곡차곡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312

 

그런데 여기서는 여자가 단순한 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자는 그 자신에게 주체이기 때문이다. 스탕달은 결코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에서만 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여성인물에게 그녀 자신의 운명을 빠짐없이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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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은 이 소녀의 주위에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장애물을 늘어놓는다. 그녀는 가난한 시골처녀로, 무지하고 온갖 편견으로 뭉친 사람들의 손에서 거칠게 자란다. 그러나 그녀가 바보 같다는 짤막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날부터는 자기의 갈 길에서 모든 도덕적인 장벽을 제거해 버리려고 한다. 그녀의 자유로운 정신은 호기심이나 야심, 희열의 온갖 충동을 그녀로 하여금 책임지게 한다. 이렇듯 결연한 마음 앞에서는 물질적인 장애일지라도 조금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 - 321

 

스탕달이 여성의 해방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자유를 위해서일뿐만 아니라, 개인적 행복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는 여자를 해방시켜도 연애는 그로 인해 조금도 잃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여자가 남자와 대등해지기 때문에 남자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어 사랑은 한층 진실하게 된다. - 322

 

스탕달은 자기의 애인이 총명하고 교양이 있으며, 정신도 행동도 자유로운 사람이기를 바란다. 즉 자신과 대등한 여자이기를 바란다. - 326

 

여자들의 분산되고 우연한, 다양한 실존에 대하여 신화적인 사고방식은 유일부동唯一不動영원한 여성을 대립시키려고 한다. 이미 정해진 여자의 정의가 뼈와 살이 붙은 여자의 행동과 모순된다면 나쁜 쪽은 그런 여자들이다. ‘여성이 하나의 본질이라고는 말하지 않으나 여자가 여성적이 아니라고는 한다. 체험은 부정해도 신화에 반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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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현실에서 여자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여자에 관하여 엮인 신화의 하나하나는 여자를 전체적으로 요약한 것처럼 말한다. - 328

 

남자가 여자의 이 비밀의 본질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은 그런 본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334

 

모든 피압박자들처럼 여자는 자기의 객관적인 모습을 일부러 숨기려고 하는 일도 있다. 노예·하인·토착민 등 모두 지배자 마음대로 그들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에 언제나 변함 없는 미소나 수수께끼 같은 무감동으로 지배자를 대할 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진정한 감정과 그들의 진정한 행동을 조심스럽게 감춘다. - 334

 

신화는 상식적이며 사려를 가장한 정신이 분별없이 뛰어들어 빠져 버리는 허위적 객관성의 함정이다. 살아 온 체험과 그 체험이 요구하는 자유로운 판단을 고정된 우상으로 다시 한 번 바꾸어 놓는 것이 문제이다. 자주적 실존자와의 진정한 관계를 여자의 신화는 신기루로 바꾸어 놓으려 한다. - 336

 

신화를 거부하는 것은 남녀간의 모든 극적관계를 깨뜨려 버리는 것도 아니고...그것은 시와 사랑과 모험과 행복과 꿈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행동·감정·정열이 진리 속에 존재하기를 요구하는 것뿐이다. - 336

 

진정한 여자타자로서 자기를 받아들이는 여자이다. - 337

 

오늘날 여자들은 여성스러움의 신화를 뒤엎고, 자신들의 독립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확립하기 시작하였다. - 341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출생의 드라마는 물론, 이유離乳의 드라마도 남녀 유아에게 모두 똑같이 전개된다. 그들은 같은 흥미와 쾌감을 느낀다. 우선 빠는 행위가 그들에게 최초이자 최대의 쾌감의 원천이 된다. 곧이어 항문기에 접어들면 그들은 남녀 곹오의 배설작용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낀다. 그들의 성욕 발달도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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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동생이 태어나면, 그들은 똑같이 질투하고 그 질투를 행동으로 나타낸다. 즉 화를 내거나 토라지거나 비정상적으로 배설한다. 그들은 어른들의 애정을 얻으려고 똑같이 아양을 부린다. 열두 살까지는 여자아이도 남자형제들 못지않게 튼튼하며, 결코 뒤지 않는 지적 능력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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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자이아가 성인이 되기 전부터, 때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미 성적으로 특별한 것처럼 우리들 눈에 비쳐지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신비한 본능이 그 여자아이를 태어날 때부터 수동성·교태·모성애에 어울리게 해 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거의 처음부터 아이의 생활에 타인이 개입하여, 아이는 강제적으로 그 인생의 직분을 떠맡게 돼 버렸기 때문이다. - 323

 

처음 3,4년 동안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태도 사이에서 차이를 찾아볼 수 없다...여자아이와 마찬가지로 남자아이에게서도 과시와 교태행위가 엿보인다. 남자아이도 여자형제들 못지않게 사람들로부터 귀염, 미소,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 344

 

어쨌든 어린아이는 자신을 안아 주는 엄마의 육체에서 분리되고 만다. 또 남자아이에게는 점차 뽀뽀와 애무의 횟수가 줄어든다. 그러나 여자아이는 여전히 귀염을 받고 계속 엄마의 치마폭에서 생활하도록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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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에게는 교태조차도 금지된다. 아양을 떨거나 감상적인 태도를 취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얻는다.

 

사내녀석이 안아 달라고 하다니...남자는 거울 같은 걸 보는 게 아냐...남자란 눈물을 짜서도 안 돼이런 면박을 받기 일쑤이다. - 345

 

어머니와 할머니가 누이동생을 귀여워할 때 질투했다고, 모라스는 그의 회상기에서 말한다. 그때 아버지는 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남자다. 여자들은 그냥 내버려 두자남자아이에게 여러 가지가 요구되는 까닭은 그 우월성 때문이라는 식으로 어른들은 남자아이를 설득한다.

 

그 험난한 앞날을 격려받으면서, 남자아이는 남성으로서의 긍지를 주입당한다. 남자다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남자아이에게서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를 취한다. , 그것은 페니스 속에 화신化身으로 나타난다. 그가 자기의 무기력한 작은 성기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낀느 것은 자발적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서이다. - 346

 

어떤 아버지가 나에게 말하기를, 자기 아들 가운데 한 아이는 세 살이 될 때까지 앉아서 소변을 봤다고 한다. 주위에 여자형제와 여자 사촌들뿐이라 그 아이는 겁 많은 울보로 자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그의 아버지가 그를 화장실로 데려고 가서, 지금부터 남자가 소변 보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그 아이는 서서 소변 보는 것을 아주 뽐내며, ‘구멍으로 소변을 보는여자아이들을 경멸하게 되었다. - 347

 

부모와 주위로부터의 존중은 남자아이의 위신을 높여 주는데, 여자아이의 눈에 페니스가 그 위신의 이유와 상징이 된다는 사실은 아들러가 강조하는 그대로이다. 그녀의 남자형제는 우월해 보이며, 그 자신도 자기가 남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여자아이는 남자형제를 부러워하고 자기를 비관하게 된다. - 354

 

그가 자신을 소외시킬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자주와 초월과 권력의 한 상징이 된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페니스의 길이를 재고 친구들과 오줌의 사정거리를 겨룬다. 나중에는 발기와 사정이 만족과 도전의 원천이 된다. - 355

 

 

여자아이는 자기 몸의 어떤 부분에도 자신을 구현할 수 없다. 여자아이에게는 그 보상으로서, 그녀 곁에서 제2의 자아 역할을 이행할 외부의 한 물체가 주어진다. 그것이 바로 인형이다.

....

남자아이가 페니스 속에서 자주적 주체로서의 자기를 추구하는 데 반하여, 여자아이는 자기가 인형과 같이 예쁘게 단장되어 귀염을 받고 싶다고 공상하는 그대로 인형을 꾸미며 귀여워한다. 더 나아가 그녀는 자기 자신을 신기한 인형으로 생각한다. 칭찬과 꾸중, 시각과 말을 통하여, 여자는 예쁘다또는 밉다는 말의 뜻을 발견해 간다. 그녀는 이윽고 귀염을 받기 위해서는 그림처럼 아름다워야만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한 폭의 그림을 닮으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분장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동화 속 공주나 요정과 자기를 비교해 본다. - 355

 

여자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자기의 자주적 존재와 타자 존재사이에 충돌이 있다. 그녀는 남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자신을 객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그 결과 자율성이 부정된다. 그녀는 마치 살아 있는 인형처럼 다뤄지고 자유를 금지당한다.

 

이리하여 일종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세계를 발견하고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하여 자기의 자유를 행사하는 일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만큼 세계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 역시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주체로서의 자기를 확립할 용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식으로 마음대로 하라고 격려를 받는다면,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와 같은 활력과 탐구심, 진취적인 기상과 대담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여자아이가 남성적인 교육을 받았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 357

 

어머니는 남자아이의 남성다움을 존중하며, 남자아이는 곧 그녀의 손에서 벗어난다. 한편 어머니는 딸을 여성의 세계에 완전히 입문시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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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딸이 자기에게 맡겨졌을 때, 오만과 한()의 감정이 뒤섞인 열의를 가지고 딸을 자기와 닮은 여자로 변형시키는 데 열중한다. 그리고 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관대한 어머니조차 딸을 진정한 여자로 키우는 것이 우선 안전하다고 대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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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의 운명을 깨우쳐 주는 책이나 놀이를 택하게 되고, 귀에는 현명한 여자로서의 귀감이 주입되며, 여자로서의 미덕을 배우고, 요리·재봉·가사와 함께 화장·매력·수치 등에 대해서도 교육받는다.

...

우아해지기 위해서 그녀는 활발한 동작을 억제해야만 한다...과격한 운동은 물론 싸움을 해서도 안 된다. - 358

 

여자아이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어머니의 몫임을 눈으로 보고, 또 주위에서도 그러게 가르친다.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나 읽은 책, 그녀의 사소한 경험은 남김없이 그것을 확인해 준다. 그녀는 그와 같은 미래를 만족할 만한 행복으로 여기게끔 유도되고, 그것이 훗날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그녀에게 인형이 주어진다. 이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사명을 꼼짝없이 떠맡게 된다. - 360

 

다음 날 어머니는 안나가 스커트 밑에 인형을 집어넣었다가, 그 인형 머리를 앞으로 슬슬 끄집어 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 보세요. 아기가 나오고 있어요. 벌써 거의 다 나왔어요” - 362

 

많은 여자아이들이 앞치마 밑에 방석을 집어넣고 임신 흉내를 내거나, 스커트의 주름을 이용해서 인형을 요람 속으로 떨어뜨리거나, 인형에게 제 젖을 먹이기도 한다. - 364

 

보통 남자아이는 가사를 면제 받지만, 자매는 비질하고, 먼지 털고, 채소를 다듬고, 갓난아기를 씻기고, 불에 올려놓은 냄비를 지켜보도록 명령을 받는다.

...

여자아이가 과중한 일을 걸머지게 되면, 일찍부터 노예가 되어 즐거움이 없는 생활을 강요받기도 한다. - 364

 

그녀들은 나무·사다리·지붕 위에 올라가는 것을 금지당하는데, 이것을 몹시 분하게 생각한다. 아들러는 높낮이의 관념이 대단한 중요성을 지닌다고 지적한다. 많은 영웅신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간적 상승의 관념은 정신적 우월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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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용감한 행위가 금지되어, 나무나 바위 밑에 앉아서 의기양양한 남자아이를 올려다보아야 하는 여자아이는 몸과 마음 모두에서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낀다. 달리기나 높이뛰기 시합에서 뒤처지거나, 싸우다가 밀려 넘어져 땅에 나둥그러지거나, 또는 예외 취급을 받을 때도 그녀는 역시 같은 열등감을 느낀다. - 366

 

여자아이는 우선 남녀의 계급 차이를 가정에서 발견한다. 아버지의 권위가 평소에 흔히 느껴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녀는 최고의 권력을 쥔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서서히 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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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실제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어머니라고 하더라도, 그녀는 항상 아버지의 의사를 존중하는 기술을 잘 터득하고 있다. 중대한 순간에 어머니가 명령하고 칭찬하고 벌을 주는 것은, 반드시 아버지의 이름 아래 행해지거나 또는 아버지를 통해서 실현된다. - 366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아버지이다. 그는 집안의 책임자이며 가장이다. 평소에 아버지는 밖에서 일을 하므로, 그를 통해서 가정과 바깥 세상이 연결된다. 아버지는 이 파란만장하고 광대무변하며 곤란하고 신기한 세상의 화신이다. 또한 초월이며 신이다. 여자아이가 자기를 안아 올리는 억센 두 팔 속에서, 자기의 몸을 의탁하는 늠름한 육체 속에서 육감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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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는 아버지가 그녀에게 찬성해 주길 소극적으로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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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과 찬미 속에 자기를 객체로 만드는 데 동의해 버린 주체의 철저한 자기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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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딸에게 애정을 표시하면 그 딸은 자기의 존재가 훌륭히 정당화되었다고 느낀다...그녀가 일생 동안 이 충일감과 평화를 그리워하며 추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애정을 거절당한 경우에는, 그녀는 자기에게 죄가 있어서 벌을 받았다고 영구히 느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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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세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남자들은 남성으로서의 위엄과 권위를 나누어 갖고 있다. - 367

 

모든 것에 여자아이에게 이런 성적 차별을 확신시키도록 되어 있다. 여자가 받는 역사적·문화적 교육과, 여자아이를 달래는 데 쓰이는 노래나 동화 등은 모두 남자를 칭송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제국, 프랑스, 그 밖의 모든 나라를 만든 것도 남자들이며, 지구를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는 도구를 발명한 것도 남자들이고, 지구를 다스리면서 조각·그림·서적들로 가득 채운 것도 남자들...전설, 동화, 이야기 등 모든 아동문학은 남자들의 오만과 욕망이 만들어 낸 신화를 반영한다. 여자아이가 세계를 탐구하고 거기에서 자기의 운명을 읽어 내는 것은 남자들의 눈을 통해서이다. - 368

 

서양 종교에서 아버지인 신은 남자이며, 특히 남성적 특성인 탐스러운 흰 수염을 기른 노인으로 정해져 있다. 그리스도교도에게 그리스도는 더욱 구체적이어서 긴 금발의 수염을 늘어뜨린 살과 뼈로 된 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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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는 무릎 꿇고 천사의 말을 들으며 나는 주의 종입니다라고 대답한다. 막달라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긴 머리로 그 발을 씻는다. 성녀들은 무릎을 꿇고 찬란히 빛나는 그리스도에게 사랑을 맹세한다. 여자아이는 무릎을 꿇고 향내에 싸인 채 신과 천사의 시선, 즉 남자의 시선에 자기 몸을 맡겨 버린다. - 369

 

스칸디나비아나 앵글로색슨 같은 프로테스탄트 나라보다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가톨릭 국가에서, 여성은 훨씬 더 수동적이며 남자에게 맡겨지고 비굴하며 굴욕적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여자 자신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모 숭배·고해 등이 여자들을 마조히즘으로 이끈다. - 370

 

여자의 성적 감정이 발달해 갈 때, 어린시절부터 여자가 남자에게 느끼던 종교적인 감정이 이미 거기에 스며드는 것이다. 여자아이가 고해신부 곁에서, 심지어는 쓸쓸한 제단 아래서, 뒷날 자기 애인의 품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은 전율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여자의 사랑이란 하나의 의식이 그 의식을 초월하는 존재에 대하여 스스로를 객체화하는 경험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신앙심 깊은 처녀가 교회에서 은밀하게 맛보는 것도 역시 이런 수동적인 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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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신의 팔에 몸을 맡김으로써 구름과 천사에 에워싸여 승천할 수 있다. 그녀는 이 놀라운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가 지상에서 맞이할 미래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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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녀가 남자들의 품에 북받치는 감격으로 몸을 맡겨 영광의 천국으로 옮겨지도록 권유한다. - 371

 

여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랑받아야만 하며,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사랑을 기다려야만 한다고 배운다. 여자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이고 당나귀 공주이며 신데렐라이고 백설공주이다. 사랑이 오기를 기다리고 참는 것이다.

 

유행가나 동화에서 젊은 남자는 여자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여자는 탑 또는 성이나 궁전, 동굴 속에 갇혀 있거나 사슬에 매여 있고 잠들어 있다.

 

여자는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는 나의 왕자가 찾아와 주리라...언젠가는 그가 오리라. 나의 연인이 될 사람이...’ - 371

 

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비록 억척스럽고 용감한 성격일지라도 뭇 여주인공들이 간절히 바라는 건 바로 이것이다. 게다가 대개 그녀들에게 미모 이외의 다른 감정은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자아이의 경우 외모에 대한 걱정이 진짜 강박관념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공주든 양치기 처녀든, 사랑과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뻐야 한다. - 372

 

흔히 빛나는 미래가 약속된 미녀는 희생자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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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신이든 남자든, 여자아이는 가장 철저한 자기포기에 동의함으로써 자신이 절대적인 힘을 얻는다는 점을 배운다. 그녀는 최고의 승리를 약속해 주는 마조히즘을 즐긴다. 사자 발톱에 찢겨 하얀 피부를 피로 물들인 성녀 블랑딘, 유리관 속에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는 백설공주, 잠자는 미녀...수동적으로 상처 입고 괴롭힘을 받고 굴욕과 모욕을 당하는 가련한 여주인공들은, 그 후배들에게 학대받고 버림받고 체념한 미녀의 매혹적인 위엄과 권위가 이러하다고 가르쳐 준다.

 

남자 형제들이 영웅놀이를 하는 데 비하여 여자아이들은 순교자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이 못 된다. - 372

 

어머니가 마치 사형집행인처럼 어린 아이를 상대로 자기의 지배본능과 사디즘을 만족시키는, 정신이상에 가까운 경우-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다-에도 그렇듯이, 딸은 지배적인 주체로서 자기를 주장하려는 어머니에게 딱 맞는 객체이다. - 375

 

C. 오드리는 정상적인 여자아이가 정상적인 어머니에 대해 갖는 반항심을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

 

내가 어머니를 비난했던 것은 그녀의 권위도, 그 독단적인 명령이나 금지도 아니고, 단지를 나를 정복하려는 것에 대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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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부인들에게, 아이들은 벌을 받고 나면 한결 유순해진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 말은 나의 목에 걸려서 잊히지가 않았다. 나는 그 말을 토해 버릴 수도, 삼켜 버릴 수도 없었다.

 

이 분노 때문에 나는 그녀 앞에서 죄의식을 느꼈고, 나 자신 앞에서는 수치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결국 나는 그녀가 두려워서, 어떤 난폭한 말이나 불손한 태도 외에는 복수가 될 만한 행동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375

 

대담하든 소심하든 남자아이는 열린 미래를 향하여 돌진한다...예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기다리는 미래를 앞두고 소년은 자유로운 자기를 느낀다.

 

여자아이는 장차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될 것이다...그녀의 일생은 12살에 벌써 결정된다. 그것을 그녀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발견해 나간다. 그녀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지만, 그 모든 단계가 이미 결정되어 하루하루가 그녀를 무시한 채 그 방향으로 끌려가는 일생을 상상할 때, 모골이 송연하지 않을 수 없다. - 380

 

대개 그 육체적인 무엇은 대소변의 배설계와 결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아이들은 남자가 여자 몸 속에 오줌을 눈다고 상상하기 쉽다. 그러므로 성적 활동을 더러운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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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람들이 처음으로 남녀 사이의 성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을 때, 나는 있을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것을 긍정한다면 우리 부모님도 그런 관계를 가진 셈이 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그런 관계를 가졌으리라고 믿기에는 나는 부모님을 너무도 존경했다. 그런 추잡한 짓은 너무도 기분 나빠서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나는 말해 왔다...리프만 박사의 <청소년기와 성욕>에서 인용 382

 

여자아이는 자기가 처녀로 봉인된 상태에서 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자의 성기가 자기를 관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심한 분노를 느낀다. 노출증이라는 도착증상이 세상에 퍼져 있기 때문에 많은 여자아이들은 발기한 페니스를 보아 왔다...그녀들이 그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 387

 

열두서너 살 무렵부터 사춘기의 위기가 시작된다. 이 사춘기의 위기는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 훨씬 더 일찍 시작되면, 한결 더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다. 여자아이는 불안과 불쾌한 기분으로 사춘기를 맞게 된다. 유방과 모발조직이 발달하는 시기에는 특수한 감정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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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는 돌연 수치심을 느끼고, 자기 자매나 어머니 앞에서도 알몸이 되기를 꺼린다. 그년느 놀람과 혐오가 섞인 심정으로 자기의 몸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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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드랑이나 하복부의 새로운 발모가 그녀를 짐승이나 해초로 변신시켜 버린다. - 390

 

<강박관념과 신경쇠약>이란 저서에서...나디아라는 이름으로 묘사한 환자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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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와 가슴의 발달로 인한 두려움이 그녀의 공로를 더 가중시켰다. 그녀는 11살 때부터 짧은 스커트를 입었다. 그런데 모두가 자기를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긴 스커트를 입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발이나 허리 같은 데를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월경의 시작은 그녀를 반미치광이로 만들었다. 그녀는 음모가 나기 시작했을 때 이런 추악한 게 난 사람은 세상에 자기 혼자뿐이라고 확신했고, ‘이 야만인의 장식을 제거하기 위하여’ 20살 때까지 제모에 열을 올렸다. - 392

 

여자아이에게 자기 외모에 대한 수치심을 갖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대개 부모의 태도이다. 어떤 여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집에서 늘 듣는 비평으로 육체적 열등감에 시달렸다...우리 어머니는 허영심이 매우 강해서, 항상 나를 되도록 남의 눈에 돋보이게 하려고 극성을 부렸다. 특히 나의 결점인 축 처진 어깨, 너무 긴장된 허리, 납작한 엉덩이와 가슴을 감추기 위해, 어머니는 늘 양재사에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주문을 하는 것이었다. - 394

 

사춘기는 양성(兩性)에게 근본적으로 상반된 의미가 있는데...그들은 자신을 남자로 만드는 자기 다리에 난 털을 자랑스럽게 내보인다. - 402

 

페니스가 사회적 관계에서 특권의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월경을 일종의 불운으로 만드는 것도 이 사회적 관계이다. 페니스는 남성을, 월경은 여성을 상징한다. 월경의 시작이 수치스런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여성이 타자성과 열등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녀의 생활은 그녀에게 이런 감지할 수 없는 본질로써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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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으로 평등한 사회라면 소녀는 월경을 성인의 생활에 도달하는 여성 특유의 수단으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의 육체는 남자든 여자든, 이보다 더 불쾌한 속박을 많이 경험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것에는 쉽사리 적응한다. 왜냐하면 그런 속박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것이어서 아무에게도 결점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월경이 처녀에게 혐오감을 주는 것은, 그것이 그녀를 열등적·불구적 범주로 던져 넣기 때문이다. 이런 추락의 감정이 그녀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녀가 인간이라는 자존심을 잃지 않는다면, 피 흘리는 자신의 육체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만약 이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간직하는 데 성공한다면, 자기의 육신에 대한 굴욕을 느끼는 일도 훨씬 적어질 것이다. 스포츠·사회·학문·종교 등의 활동분야에서 초월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은, 자기가 거세되어 있다는 사실(여자라는 것) 속에서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며, 또 그것을 쉽게 극복한다. - 402

 

이렇게 어떤 여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 다른 소년 8, 9살 무렵 70살의 친척 할아버지가 자기의 생식기를 만졌을 때 심각하게 충격받은 일을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그녀를 무릎 위에 앉히고 슬며시 그 질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여자아이는 몹시 아팠지만 감히 아프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성적인 것 모두를 무척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런 사건은 여자아이들이 수치심 때문에 발설하지 못하므로 침묵 속에 지나가 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또 만약 그 일을 그녀가 부모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면, 부모는 의외로 그녀를 꾸짖는 경우가 많다. “바보 같은 소리 말아라...넌 생각부터가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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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는 리프만 박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구둣방 지하의 방 한 칸을 빌려서 살고 있었다. 집주인은 내가 혼자 있을 때면 찾아와서 나를 껴안고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무척 오랫동안 키스했다...하지만 그가 아주 무서웠기 때문에 그것을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 407

 

젊은 남자가 자신의 정욕적 취향을 내세우는 것은, 자기가 남성이라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성욕은 공세적이며 파악적(把握的)이다. 그는 거기에서 자기의 주체성과 초월성의 확립을 본다. 그는 친구들에게 성욕을 자랑한다. 그의 성기는 관능적 존재지만 그에게 여전히 자랑스러운 분신이다. 그가 여성 쪽으로 내던지는 충동은, 그를 세계로 던지는 충동과 같은 성질이다. 그는 거기에서 자신을 인정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여자아의 성적 생활은 항상 비밀리에 이루어진다. 그녀의 에로티시즘이 변형되어 온 육체를 침범할 때 그 비밀은 고뇌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그녀는 그 동요를 마치 수치스러운 병처럼 괴로워하며 견딘다. 그 동요는 능동적인 것이 아니다. - 409

 

육체적 소유의 가장 명백하고 가증스러운 상징은 남성 성기에 의한 관통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과 하나인 이 육체를 남자들이 마치 가죽을 뚫듯이 뚫고, 천을 찢듯이 찢을 수 있다는 것을 증오한다...“내 몸이 남자에게 관통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무섭다라고 언젠가 한 소녀가 내게 말한 적이 있다...관통의 관념은 대개 여자에게, 속으로 지저분하고 굴욕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 410

 

사춘기의 처녀가 어떤 비극으로 괴로워하는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 그녀는 자기의 성이 자기를 불완전하고 무력한 존재로 운명지었다는 현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그 성을 불결한 병과 아리송한 죄의 형태로 발견하고 있다. 그녀의 열등성은 무엇보다도 먼저 결핍처럼 이해되었다. 페니스의 결여가 오욕과 결점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상처를 입고 치욕을 느끼며 불안과 죄의식을 간직한 채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417

 

사실 여자의 겸양은 어떤 선천적인 열등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이 온순한 태도야말로 그녀의 모든 무능을 낳는다. 그 겸양의 근원은 그 처녀의 과거 속에,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사회 속에, 그리고 정확히 말해서 그녀 앞에 제시된 미래 속에 있다. - 417

 

소년들이 실제로 폭력을 배워 공격성, 권력욕, 도전정신을 표명하는 것은 13살 무렵이다. 그때는 마침 소녀가 거친 장난을 그만둘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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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어렸을 때보다 한결 더 명확하게 한계를 지어, 자기들에게 주어진 세계 저편에 나타나거나다른 사람들 위에두각을 나타내는 일을 단념해야만 한다. 가능성의 한계를 찾고 과감히 도전해 개척하는 일이 그녀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다. - 418

 

순종과 체념에 몸을 맡긴 그녀는 사회에서 기성의 위치만 받아들인다. 그녀는 사물의 질서를 처음부터 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여성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로는, 그녀는 사춘기 때 자기기만을 통해 자기의 육체적 연약성을 무척 완강하게 부정했는데, 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지적이거나 정치적인 영역에서조차 무엇을 계획하는 의욕과 용기를 잃게 했다고 한다. - 420

 

여성, 특히 처녀의 육체는 이른바 정신생활과 그 생리학적 현실 사이에 거리가 없다는 의미에서 히스테리 성()’ 육체이다. 소녀가 사춘기의 여러 가지 불안한 변화를 발견함으로써 생기는 놀라움은 그 불안을 더욱 격화시킨다. 그녀는 자기의 육체를 의심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탐색하기 때문에, 자기 육체가 항상 병에 걸린 것처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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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들은 그들을 찾아온 환자 가운데 90퍼센트는 상상에 의한 환자로, 그녀들의 불쾌는 생리학적 문제를 전혀 수반하지 않거나 기능적 혼란 자체가 심리적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다시 말하면 여성의 육체를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여성으로서의 고뇌인 것이다. - 421

 

여성의 지적완성을 어렵게 하는 것 또한 이 콤플렉스이다. 소녀들이 사춘기가 시작된 뒤, 지적이고 예술적인 영역에서 퇴보한다는 것은 흔히 지적된 바이다.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자주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소녀들은 자기 형제들이 받는 격려를 주위에서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의욕을 꺾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녀도 역시한 사람의 여자가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녀는 직업적 활동에서 오는 책임과, 여성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책임을 모두 짊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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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여학생이나 갓 취직한 딸에게 마구 시키는 가사나 잡무는 그녀들을 피로에 지치게 하고 만다. - 422

 

만약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처럼 즐겁게 떼를 지어 거리를 활보한다면 구경거리가 되고 만다. 성큼성큼 걷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큰 소리로 지껄이거나, 깔깔대며 웃거나, 사과를 깨물어 먹거나 하면, 그것은 일종의 도발행위로 간주되어 남자들이 그녀들을 모욕하거나 따라와 시비를 걸 구실이 된다. 조심성 없는 것은 곧 단정치 못한 것과 통한다.

 

여성의 의무이자 명문가 처녀의 제2의 천성이 된 이 자기억제는 자발성을 완전히 죽여 버린다. 처녀의 생생한 활력은 항상 억압받는다. 거기서 긴장과 권태가 생기고, 그 권태는 감염된다. 그녀들은 곧 서로 싫증을 내게 되며, 자신들의 좁은 관계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그녀들에게 그토록 남자친구가 필요하게 되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이다. - 423

 

이 패배주의의 근본적 이유는, 처녀가 자기 미래에 대한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데 있다. 그녀는 자기 운명이 결국 자기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많은 걸 요구해 봤자 소용없다고 판단한다.

 

자신이 남자보다 열등함을 알기 때문에 남자에게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에게 바쳐진 몸이기 때문에 스스로 열등하다는 생각을 받아들여 그렇게 되는 것이다. - 424

 

가장 비천한 여자부터 가장 존귀한 여자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은 모두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자기의 긍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어머니들은 딸들에게, 이제부터는 사내아이들을 동등한 친구로 대하지 말고, 나서지도 말고 언제나 수동적인 역할을 감수라고 엄명한다. - 424

 

너무 대담하고, 너무 교양 있고, 너무 총명하고, 너무 개성적인 여자는 남자를 불안하게 한다. - 424

 

주체이고 능동이며 자유이기를 바라는 그녀의 타고난 욕구와, 그녀에게 수동적인 객체이기를 요구하는 색정적 경향 및 사회적 요구 사이에 알력이 생긴다. - 425

 

그녀는 자발적으로 자기를 본질로서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비본질이 될 결심을 하게 되겠는가? 만약 타자로서만 자기를 완성할 수 있다면, 어떻게 자아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젊은 여성은 이런 괴로운 딜레마에 직면해서 몸부림치는 것이다. - 425

 

그것은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에게서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반대 감정의 병존이다.

 

엄마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 정말 나는 왜 이렇게 총명하담! “나타샤는 정말 예쁘구나!”하고 나는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면서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극구 찬탄해 마지않는 어떤 훌륭한 남성의 입에서 그런 감탄이 새어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총명하고 상냥하고 예쁘고 재치 있는 여자이다. 수영도 잘하고 말도 잘 타고 노래마저 잘 부른다. 그래, 정말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운 미성이다!” - 428

 

젊은 처녀의 이런 자기숭배는 자신의 육체만 사랑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기 전체의 소유와 예찬을 바라고 있다. - 429

 

아름다운 미래가 현재의 평범한 생활을 보상해 주길 기대한다. 그녀는 꿈에 의해 이 답답하고 초라한 생활에서 탈출한다. 그녀는 항상 꿈꾸기를 좋아했고, 이제부터는 더욱 이런 경향에 빠질 것이다. 자기를 위협하는 세계를 판에 박은 시구(詩句)로 감춘다. 그녀는 달빛이나 장밋빛 구름, 벨벳 같은 밤으로 남성을 꾸민다. - 430

 

몽상은 어떤 병적인 형태를 취하는 수도 있고, 다음의 경우처럼 존재 전체를 위협하는 수도 있다.

 

지적이며 공상적인 소녀 마리 B14살 무렵 사춘기를 겪으면서, 과대망상과 더불어 정신착란의 발작을 일으켰다. ‘갑자기 그녀는 부모에게 자기가 스페인 여왕이라고 선언하고, 위엄 있는 태도를 취하며, 커튼을 몸에 둘렀다. 그녀는 웃고 노래 하며, 지휘하고 명령했다’ 2년 동안 월경 중에는 이런 상태가 반복되었다. - 431

 

많은 처녀들은 오랫동안 현실세계를 통해서 자기들의 꿈을 실현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녀들은 다른 남자보다 지위나 자질, 지성 면에서 우수해 보이는 남자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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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과 명성은 그녀들을 매혹한다. 선택된 남자는 사랑을 통해 그녀들에게 그의 영예와 가치를 나눠주는 절대적 주체인 것이다. 그의 우월성은 젊은 처녀가 그에게 쏟는 사랑을 이상화한다. 처녀가 모든 것을 그에게 바치는 까닭은 그가 남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에게 선택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 442

 

어떤 처녀들은 지도자나 선생의 필요를 보다 구체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그녀들은 부모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날 때, 아직 익숙지 않은 자유에 적잖이 당황한다. 그런 자유의 부정적인 사용 외엔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녀들은 변덕과 무절제한 행동으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자기들의 자유를 포기하고 싶어한다. 변덕스럽고 교만하고 반항적이며 뻔뻔스러운 처녀가, 교양 있는 남자에게 길들여져 귀엽고 상냥해진다는 이야기는 영화나 통속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 443

 

루이자 올컷의 <좋은 아내들>에서 독립심이 강한 조는 장차 자기의 남편 될 사람에게 반하는데, 이는 그녀가 저지른 경솔한 행위를 그가 가차없이 나무랐기 때문이다. 그 역시 그녀에게 잔소리가 심하다. 그러면 그녀는 얼른 사과하고 다소곳이 순종한다. - 444

 

사춘기 소녀에게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반항의 하나는 냉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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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뤽상부르 공원의 연인들의 거리를 일부러 장난 삼아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보았다. 어떤 여학생은 터키탕에 가서 배가 나오고 유방이 늘어진 뚱뚱한 부인들을 놀려 주기도 한다. 여자의 육체를 비웃고, 남자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연애를 조소하는 것은 성본능을 부인하는 한 방법이다.

 

이런 냉소에는 어른들에 대한 도전과 함께 자신의 혼란을 극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녀들은 성의 위험한 마력을 없애기 위해 아미지와 말로 장난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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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이 주고받는 음담패설은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성본능을 부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녀들은 성행위를 기계적이거나 반쯤 외과적인 수술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만 생각하려 한다. - 447

 

젊은 처녀가 자기 가슴에 민달팽이를 올려놓거나 아스피린 한 병을 삼킬 때, 자기 몸에 상처를 낼 때, 그녀는 미래의 애인에게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당신은 내가 내 몸에 가한 것보다 더 심한 짓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이런 것은 성적 모험에 대한 병적이며 오만한 입문이다.

 

수동적인 먹이로서 바쳐질 그녀는 고통과 혐오를 참아 내면서까지 자기의 자유를 주장한다. 자기 몸을 칼로 긋고 불등걸로 지질 때, 그녀는 자기의 처녀성을 박탈하는 관통에 항의하는 것이다. 즉 그런 항의로 처녀성의 박탈을 무효화하는 것이다. 자기의 행위 속에서 자진하여 고통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마조히스트라고 할 수 있는 그녀는 사디스트이기도 하다. 자주적 주체로서 이 의존적 육체, 즉 굴복할 운명인 육체를 채찍질하고 비웃고 괴롭히기 때문이다. - 449

 

객체가 되길 거부하는 것이 결국 자기를 객체로 만드는 점은 별반 놀랄 일이 못 된다. 그것은 모든 부정적인 강박관념의 공통과정이다. 히스테리성 마비에 걸린 환자는 마비를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바라고 결국 그렇게 되고 만다. 이것은 단 하나의 감정 때문에 일어난다. 병에 대한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이 병은 낫지 않는다.

 

신경쇠약 환자의 틱증도 마찬가지이다. 젊은 처녀를 편집증, 틱증, 반항, 도착증 등의 신경병 환자 유형에 근접시키는 것은 바로 기만의 깊이이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욕망과 불안의 상반성 때문에 신경증 징후가 많이 발견된다. - 451

 

타인의 운명에 간섭하는 것도 실은 주위의 관심을 자기에게 집중시키기 위함이다. 수단은 뭐든지 상관없다. 그녀는 자기 비밀을 털어놓고, 있지도 않은 비밀을 만들어 내며, 남을 배신하고, 중상모략한다. 자기 생활 자체에서 구원을 발견하지 못하므로, 스스로 사는 보람을 느끼려면 자기 주위에 비극이 필요한 것이다. - 455

 

그녀는 비타협적인 까다로운 위치에 자기를 놓고 싶어하며, 결정적이고 절대적인 것을 좋아한다. 즉 미래를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영원한 것을 손에 넣으려고 한다. ‘나는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모든 것을 필요로 한다. 나는 내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것을 특별히 좋은 것으로 만들어야만 한다고 마리 르네뤼는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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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시간과 장애물을 제거해 주지만, 그 꿈이 빈약한 현실을 보충하려면 끝까지 과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실한 계획을 세운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구체적인 힘의 증거가 되는 한계를 알고 있다. 젊은 처녀는 자기에게 속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때문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 455

 

마가렛 케네디의 <영원한 처녀>에 나오는 야성적이고 헌신적인 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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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장신구, 화장, 변장, 위선, 부자연스러운 애교, 신중, 여성적 복종 따위를 싫어한다. 사랑받기를 원하나 가면은 쓰지 않는다. 루이스의 기분을 맞추지만 비굴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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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전력을 다해 돕는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는 상냥함, 자연스런 호의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타인을 위해 자기를 잊을 때라도 완전히 자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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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하고 너그러우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열적인 젊은 처녀는 언제든지 위대한 연인이 될 수 있다. - 458

 

그녀는 이따금 자연의 저편에서 좀더 먼, 한층 매혹적인 현실을 찾는다. 신비로운 황홀 속에서 자신을 잊고 싶어한다. 믿음이 두터웠던 시대에는 많은 처녀들 영혼의 자기존재의 공허를 매워 달라고 신에게 빌었다. - 462

 

젊은 처녀의 성격과 행동은 그녀의 상황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녀의 처지가 변한다면 그녀의 모습도 다르게 나타난다. 오늘날은 처녀가 자기의 운명을 남자에게 맡기는 대신, 그것을 자기의 손아귀에 쥘 수도 있게 되었다. 그녀가 연구, 스포츠, 직업적 훈련, 사회적·정치적인 활동에 몰두하면, 남성에 대한 강박관념으로부터 해방되어 연애나 성에 관한 갈등에 시달리는 일이 훨씬 적어진다. - 468

 

그토록 인종적 편견이 심한 남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남북전쟁 전이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흑인여자와 동침하는 것은 관례에 따라 허용되고 있다...그러나 만약 백인여자가 흑인과 관계를 가졌다면 노예시대에는 사형당했을 것이고, 오늘날에는 무자비한 폭력에 희생됐을 것이다.

 

남자는 어떤 여자와 동침했다는 말 대신에 그녀를 소유했다거나 가졌다고 말하지만, 거꾸로 여자는 남자를 가졌다고 말하고 싶을 때는 속된 말로 그와 잤다고 말한다. 그리스인들은 남성을 모르는 여성을 가리켜 정복되지 않은 처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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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남자에게 성행위는 정복이며 승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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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섹스 용어는 군대 용어에서 유래했다. 사랑하는 남자는 병사처럼 혈기가 왕성하고, 그의 성기는 활처럼 팽팽하며, 사정할 때는 발사한다’...남성은 공격이니, 습격이니, 승리니 하는 말을 함부로 지껄인다. 그의 성적 흥분 속에는 어떤 영웅적 취미가 있다.

 

한 존재의 다른 존재에 대한 지배로 성립되는 생식행위는, 한쪽에는 정복자의 느낌을, 다른 한쪽에는 피정복자의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 473

 

남성의 특권적 지위는 그의 생물학적·공격적 역할이, 우두머리이자 주인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잘 결합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생리학적인 차이가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사회적인 역할을 통해서이다. - 474

 

많은 처녀들은 너무 굵은 장딴지와 너무 빈약하거나 너무 큰 가슴, 지나치게 가느다란 허리와 사마귀 때문에 매우 괴로워한다. 또는 신체 어느 부위에 남모르는 기형이 있다며 그것을 걱정한다. 슈테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젊은 처녀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감히 고백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우스꽝스러운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 자기의 육체가 비정상적이라는 강박관념에 괴로워하고, 그 때문에 남몰래 고민하는 처녀가 얼마나 많은지 그 수는 정말 상상을 못할 정도이다. - 482

 

레슬링에서 승리는 상대의 어깨를 바닥에 닿게 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여자는 침대에서 패배의 자세로 눕는다. 남자가 고삐나 재갈에 매여 있는 짐승을 올라타듯 여자를 대할 때는 더욱 상황이 나빠진다. 아무튼 여자는 자기를 수동으로 생각한다. 그녀는 남자에게 애무를 받고 관통되며, 그가 능동적으로 자기 몸을 움직이는 동안 수동적으로 성교를 참고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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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자세를 택하고 성교 시간과 횟수를 정하는 것은 특히 여자가 경험이 없다면 남자이다. 그녀는 자기를 도구처럼 느낀다. 자유는 전적으로 그의 수중에 있다. - 487

 

남성의 발정에 영광스런 성격을 부여하고 여자의 성적 흥분은 불명예스런 패배로 간주하는 집단적 표상 - 488

 

보통 어떤 문명사회에서든 사생아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에게 사회적·경제적으로 커다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젊은 처녀가 임신하게 되면 자살하거나, 미혼모가 갓난아기를 목졸라 죽이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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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자기 뱃속에 투입하는 무서운 위험에 공포를 느낀다. 슈테켈이 인용하는 실례 중 하나로는, 성교를 하는 동안 계속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겠지요! 괜찮겠지요!”하고 부르짖는 젊은 처녀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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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가 끝나자마자 본의 아니게 자기 뱃속에 들어간 생명의 싹을 추출하기 위하여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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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정액이 오염된 유해한 싹처럼 생각되는 것은 바로 그때이다. 여자는 더러워진 꽃병을 닦듯 자기 몸을 씻는 반면, 남자는 침대 위에서 태연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 489

 

많은 처녀들이 임신의 위협에 대해 아무 방어책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운명이 그녀들이 몸을 맡기는 남자의 선의에 달려 있음을 불안하게 느낀다. - 490

 

색정적인 경험이란 사람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존재 조건의 애매성을 발견하게 하는 인생 체험의 하나이다. 그들은 그 속에서 육체로서, 정신으로서, 타자로서, 주체로서 스스로를 경험한다. 이 충돌이 특히 극적인 성격을 띠는 것은 여성의 경우이다.

 

여자는 우선 자기를 객체로서 파악할 뿐, 당장은 쾌락 속에서 확실한 자주성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육체의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자유로운 초월자인 주체로서의 권위를 회복해야만 한다. - 511

 

남자는 공격적이지 않은 레즈비언보다, 활동적이며 자주적인 이성애의 여자를 더욱 불쾌하게 여긴다. 남성적 특권에 항의하는 것은 이런 이성애의 여자뿐이다. - 516

 

주체적인 태도를 취하는 여자는 비본래적인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해석의 기초가 되는 중대한 오해는, 인간 여성은 여자다운여자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세상이 인정한다는 데 있다. 이 여자다움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성애자거나 어머니인 것으로도 아직 충분치 않다.

 

참다운 여자란 전에 카스트라토들이 그랬던 것처럼 문명이 만들어 낸 인공적 산물이다. 교태와 순종 같은 이른바 여자의 본능, 남자에게 남근적 자존심이 불어넣어지는 것처럼 여자에게 불어넣어진다. 남자라고 해서 반드시 남성적 사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여자 역시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그렇게 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충분한 이유가 있다. - 517

 

대부분의 소녀들은 자기 몸의 우연한 구조가 그녀들의 자유로운 행동과 소망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알게 되면, 똑같은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 콜레트 오드리는 12살 때 자기가 뱃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대단히 분개했다.

 

미래의 여자가 자기의 성()이 강요하는 제한에 분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녀가 그런 제한을 왜 거부하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은 방법이 틀린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왜 그녀가 그 제한을 수락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녀의 타협성은 순종과 소심함에서 온다. - 518

 

사회가 전통적으로 여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혼이다. 오늘날도 대부분의 여자들은 혼인한 상태이거나, 과거에 결혼했었거나, 앞으로 결혼할 생각이거나, 혹은 결혼을 못해서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독신녀는 본인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불신하고, 반항하고, 무관심하더라도, 반드시 결혼과 연관해서 정의된다. - 537

 

여자가 하나의 인격으로서 완전한 품위와 모든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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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처녀들은 장래 계획에 관해 물으면 오늘날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결혼하겠어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젊은 남자는 누구도 결혼을 자기의 근원적 계획으로 생각지 않는다. - 543

 

확실히 결혼하면 물질적 만족-‘음식점보다 자기 집에서 먹는 쪽이 더 낫다’-와 함께 색정적 만족-‘남자는 집에 상주하는 매춘부를 갖게 된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개인은 고독에서 해방되고, 가정과 아이를 얻음으로써 공간과 시간 속에서 안정을 찾는다. - 544

 

미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어머니와 언니들, 여성 주간잡지들이 끈끈이가 파리를 잡듯 남편을 잡는기술을 처녀들에게 노골적으로 가르친다. 그것은 대단한 솜씨를 요하는 낚시이며 사냥이다...교태에 수줍음을 곁들여라, 지나치게 바라지도 말고 너무 적게 바라지도 말라... - 547

 

그녀가 결혼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선택이랄 수 없다. - 547

 

일반적으로 결혼을 결정하는 요인은 사랑이 아니다. ‘남편이란 말하자면 사랑하는 남자의 대용이지, 결코 그 사랑하는 남자는 아니다라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이런 분리는 조금도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결혼제도의 본질적인 성격에서 유래한다. 결혼의 목적은 남자와 여자의 경제적·성적인 결합을 통해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지, 그들의 개인적 행복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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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없으면 사랑도 개성도 없으므로 남자에게 평생 보호받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사랑을 단념해야 한다. 나는 어떤 신앙인 가정의 어머니가 딸들에게 사랑이란 남자들이나 갖는 야비한 감정이므로, 훌륭한 여자는 그런 것을 몰라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 549

 

남자는 남편 및 생식자로서 종()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분명히 쾌락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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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여자의 성생활에 윤리적 품위를 부여한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여자의 성생활을 말살하는 것이다.

 

이런 여자의 성적 욕구불만을 남자는 유유히 인정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남자들은 낙천적 자연주의에 의거하여 여자들의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인정했다. 그것이 여자의 운명이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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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까지도 여자가 쾌락을 추구하면 남성의 분노를 산다. - 551

 

아들러도 처녀막 파괴의 심리적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남자가 모든 권리를 획득하는 이 최초의 순간은 종종 여자의 온 생애를 결정한다. 경험이 없고 과도하게 흥분한 남편은 그때 여자에게 불감증의 씨를 뿌리기도 한다. 그리고 남편의 졸렬과 난폭이 거듭되면 불감증이 영구적인 지각 마비로 변하는 수도 있다. - 561

 

부부의 의무가 흔히 여자에게 불쾌한 노역에 불과하다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디드로는 말한다.

 

싫어하는 남편에게 복종하는 것은 여성에게 형벌이다나는 남편이 몸을 접촉해 오면 혐오감으로 몸서리치는 어느 정숙한 부인을 보았다. 그녀는 목욕을 해도 그 의무의 더러움은 결코 깨끗이 씻어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 564

 

모리아크는 <테레즈 데케루>에서 이성적으로 결혼한젊은 여성의 결혼 전반에 대한, 특히 부부의 의무에 대한 반응을 그렸다.

 

어릴 때부터 현실적이고 또 부러진 아이였던 그녀는 자기의 지위를 확보하고, 확고한 자리를 발견하려고 서둘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가족이란 블록 속에 잘 들어가 박혔다. ‘정착하여하나의 질서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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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같은 결혼식 당일...그날 테레즈는 이제 끝장 났다고 느꼈다. 몽유병자처럼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가 무거운 덧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는 순간, 그 불쌍한 처녀는 갑자기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혼자서 파멸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나뭇가지 밑을 맴도는 음험한 불처럼, 이제부터 그녀는 가정에 깊숙이 묻혀 있게 될 것이다.... - 565

 

사랑이나 욕망이 두 당사자에게 완전한 동의를 끌어내면, 첫경험의 어려움은 쉽사리 극복된다. 애인들이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기쁨을 주고 받으면, 육체적인 사랑은 그 기쁨에서 힘과 품위를 얻는다. 그때 그들의 행위는 어느 하나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그런 행위는 억지로 부과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바란 것이기 때문이다. - 568

 

두 사람 사이에 적의·혐오·냉담이 생겨 서로 더 이상 감명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 에로틱한 매력은 사라진다. - 570

 

여자는 자기 주위를 벨벳·실크·도자기들로 장식함으로써, 평소의 성생활로는 채워지지 않는 관능욕을 얼마쯤 가라앉힌다. - 575

 

여자가 가사일에서 적극적인 만족을 발견하려면 자기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가정을 바지런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노력에 대한 유일한 보상, 즉 일의 성과를 황홀히 바라보는 기쁨을 결코 맛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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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자들이 그 숙명 속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는 투쟁 끝에 얻는 것이라곤 피로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끝없이 거듭된다. 보다 혜택을 누린다 해도 최종적인 승리는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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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면 날마다 그릇을 닦고, 가구의 먼지를 털고, 바느질을 해야 하지만, 내일 또 더러워지고 먼지가 앉고 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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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단지 현재를 영속시킬 뿐이다. 이것은 매일 반복되는 싸움이다. - 578

 

여자는 보다 좋은 세계를 건설하도록 요구 받지 않는다. , , 빨래, 마루는 응결된 물건이다. 여자는 그러한 물건에 섞여 든 악의 원리를 한없이 쫓아 버리는 수밖에 없다. 여자는 먼지·얼룩·흙탕·때를 공격한다. 여자는 죄와 싸우고 사탄과 싸운다. 그것은 적극적인 목표로 향하는 대신, 끊임없이 적을 격퇴해야 한다는 것은 슬픈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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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사람이 그녀의 영역으로 침범하면, 그녀의 눈은 곧 흉악한 불꽃으로 일렁인다. ‘신발을 닦아라.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마라. 거기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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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냉혹한 눈과 걱정스럽고 긴장한, 늘 불안한 얼굴르 하고 있다. 신중함과 인색함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그녀는 창을 닫는다. 햇빛과 더불어 벌레와 풀씨와 먼지가 날아 들어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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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앉지 않았나 하고 흰장갑을 끼고 훔쳐 보는 시골의 부르주아지 주부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화제에 오른다. 몇 해 전에 피팽 자매가 살해한 것도 이런 종류의 여자이다. 그녀들의 더러움에 대한 증오는 하인들에 대한 증오이며, 세상과 그녀 자신에 대한 증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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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충분히 사랑하는 여자는 남을 증오하는 일이 없다. - 581

 

불감증이나 욕구불만인 부인, 노처녀, 배반당한 아내, 무례한 남편 때문에 고독하고 공허한 생활을 해야 하는 여자들은 바로 이 같은 신경병에서 기쁨을 찾아왔다.

 

나는 특히 이런 노부인을 안다. 그녀는 아침 5시에 일어나, 옷장을 살펴보고 그것을 다시 정리했다. 이 부인도 20살 때에는 명랑하고 멋쟁이였다고 한다. 자기를 거들떠보지 않는 남편과 외아들과 같이 인적 없는 시골 소유지에 갇혀서, 남들 같으면 술병이라도 기울일 텐데 이 부인은 물건을 정리하는 버릇을 들였다. - 582

 

<남편의 기록> 속 엘리즈의 경우, 살림에의 집착은 하나의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 병적인 욕망과, 과도한 생활의욕, 목표없이 헛도는 지배욕의 결과이다. 이것은 또한 시간과 공간, 인생, 남자들,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도전이다. - 582

 

한때 젊은 처녀는 부모의 권위에 보호되어 반항과 희망 속에서 자신의 자유를 행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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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는 결혼한 여자이다. 더 이상 그녀 앞에 다른미래는 없다. 가정의 문은 그녀를 안에 가둔 채 닫혀 버렸다. - 593

 

에디스 워튼은 그의 소설 <순진한 시절>에서 1870년대 미국 청년이 자기 아내가 될 여자 앞에서 느끼는 부담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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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남자의 의무가 자기 약혼녀에게 과거를 숨기는 것이고 처녀의 의무는 과거를 갖지 않는 것이라면,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정말 무엇을 안단 말인가? - 599

 

젊은 여자와 젊은 남자가 일반적으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라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이 두 사람이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고 머지않아 충돌을 빚는다. - 601

 

결혼은 흔히 여자를 남편에게 종속시키기 때문에 부부관계의 문제는 여자에게 특히 날카롭게 나타난다. - 601

 

K. 맨스필드는 이런 상반성이 지닐 수 있는 형태의 하나를 중편소설 <서곡>에서 묘사하였다.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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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그가 그렇게 큰 소리로 외치며, 그렇게 탐욕스럽고 욕정에 불타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덤벼들지만 않는다면!...소녀시절부터 그녀는 자기에게 덤벼드는 것은 무엇이고 질색이었다. 그녀는 그가 무서워져서, 정말 무서워져서, 한껏 비명을 지를 뻔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 602

 

보통 젊은 여자는 결혼 생활을 자기기만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녀는 자기가 남편을 매우 사랑한다고 애써 믿는다. - 603

 

사랑하는 남편에 대한 혐오가 일생 동안 자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그것을 우울 혹은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고 샤르돈느는 말한다. - 605

 

베르트보다 나이와 교양과 지식이 더 많은 알베르는, 아내가 자기 생각에 어긋나는 의견을 내놓으면 그것에 대한 일체의 가치를 거부하며 우월성을 과시한다. 그는 자기가 옳음을 끈질기게 증명한다.

...

그는 아내의 독서를 지도하거나, 자기 말을 호락호락 듣는 경청자라고 생각하며 기뻐한다. 지식이 부족한 탓에 언제나 지게 마련인 젊은 아내는, 침묵과 눈물과 거친 태도 이외에는 대항할 방도가 없다. - 606

 

여자는 가끔 투쟁을 시도한다. 그러나 대개는 싫든 좋든 간에...남자가 자기 대신 생각해 주는 것을 받아들인다...소심·무능·나태로 인해 그녀는 모든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사항에 대한 공통의견을 만드는 수고를 남자에게 일임한다.

 

13년간 남편이 자기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매우 존경했다는 총명하고 교양있고 자주적인 한 여자가, 남편이 죽고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때가 오자 참을 수 없이 불안하더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녀는 여전히 이럴 때 남편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결정할지를 추측하려고 한다. - 606

 

남편은 일반적으로 이런 지도자나 우두머리 역할을 좋아한다. - 607

 

하루 종일 동등한 사람과 곤란한 관계를 겪고 손윗사람에게 복종하고 온 날에는 집에서, 자기가 절대적인 우월자라고 느끼고 흔들림 없는 진리를 마음껏 즐기고 싶어한다. 낮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상대보다 자기가 정당함을 주장하며, 아내에게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을 느낀다. 아내에게 새로운 신문기사나 정치 정세를 설명해 주고, 일부러 큰소리로 읽어 준다. - 607

 

문화와 아내의 관계 자체가 자율성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권위를 신장하기 위하여 그는 일부러 여성의 무능을 과장한다. 아내는 다소간에 순종적으로 이 종속적 역할을 받아들인다.

 

남편이 곁에 없는 것을 진심으로 아쉬워하면서도, 그 기회에 지금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자기의 능력을 발견하고 놀라며 기뻐하는 아내가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녀들느 남의 손을 빌지 않고도 일을 처리하고 아이를 양육하고, 결정하고 관리할 줄 안다. 그래서 남편이 돌아와서 다시 자기가 무능하게 되어버리는 것을 괴로워한다. - 607

 

결혼은 남자를 더욱더 제멋대로인 제국주의로 이끈다. 지배욕은 누구에게나 있는 가장 유혹적인 것이다. 아이를 어머니에게, 아내를 남편에게 맡기는 것은 지상에 전제정치를 가꾸는 것이다. 흔히 남편들은 인정받고, 찬미 받고 조언하고, 지도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명령하며 군주의 역할을 한다. 소년시절 이래로 다른 남자들 사이에서 얻은 상처와 그간 쌓인 원한을, 집에서 아내에게 권위를 발휘함으로써 모두 해소하는 것이다.

 

그는 폭력을 쓰거나 권력이나 강경한 태도를 보여준다. 준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거나, 소리를 지르고 탁자를 두드린다. 이런 희극이 여자에게는 매일의 현실이다. 자기의 권리를 확신하기 때문에 아내가 조금이라도 자주성을 보이면 반란으로 생각한다. - 608

 

부부 사이에 성실과 우정이 존재하려면, 두 사람이 서로 자유롭고 구체적으로 평등해야 한다. 남자만이 경제적으로 자주적이고-법률과 풍습 덕분에-남자라는 이유로 특권을 쥐고 있는 한, 대부분의 남자가 폭군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이것이 여자에게 반항과 책략을 꾸미도록 선동한다. - 616

 

부부애라 부리는 애착·원한·증오·구속·체념·태만·위선의 혼합을 사람들이 존중하는 이유는 그것이 핑계로 쓰이기 때문이다. 우정도 육체적 사랑과 마찬가지이다. 진정한 우정이 되려면 우선 자유를 전제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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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인 어떤 구속에도 좌우되지 않고, 두려움 없이 느껴질 때 감정은 자유이다. - 622

 

약간의 특별한 경우에는, 아내도 남편의 진정한 반려자 역할을 훌륭히 할 수 있다. 그녀는 남편의 계획을 검토하고, 조언하고, 그 일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그 일로 자기의 개성적인 일을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역시 남자만이 행동적이며 책임을 지는 유일한 자유인이다. - 624

 

부르주아 사회가 이 이상으로 위선을 드러내는 주제는 많지 않다. 낙태는 흉악한 범죄이며, 그것을 암시하는 것조차 추잡하다. 작가는 출산의 기쁨과 고통을 그리는 것은 괜찮지만 낙태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품위 없고, 인간을 비열하게 묘사한다고 비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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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이토록 열성적인 사회가 태어난 아이들에 대해서는 매우 무관심하다는 사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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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한 주일 동안에 낙태수술을 행한 외과의사가 유죄를 선고받고 자살한 사건과, 자기 아이를 거의 죽을 만큼 때린 아버지를 3개월의 금고(집행유예)에 처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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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의 아라비아 부인들은 낙태를 하지 못한다. 아이를 10명 낳으면 그 중 7, 8명은 죽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괴롭고 무의미한 출산을 반복하는 사이에 모성적 감정이 죽어 버린 것이다. 이런 것이 도덕적이라면, 그런 도덕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까?

 

태아의 생명을 무엇보다 존중하는 남자들은, 전쟁에서 성년 남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데 가장 열심인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합법적 낙태에 반대하는 실제적 이유는 조금도 타당성이 없다. 도덕적 이유는 요컨대 가톨릭교의 낡은 논법일 뿐이다. 태아에게도 영혼이 있는데, 세례도 받지 못하고 죽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기독교 교회가 경우에 따라서는 성장한 사람을 죽이는 것을 허락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전쟁 혹은 사형의 경우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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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여자를 해방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무조건 거부하기 위해 드러내는 집념을 보면, 반여성론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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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주택난과 여성이 밖에서 일해야 하는 필요성이 가장 많은 낙태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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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없고 고독한 젊은 처녀는 주위에서 용서해 주지 않는 과실을 지우기 위하여 를 범해야만 하는데, 여자가 이런 상황에 몰리는 것만큼 비참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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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출산은 여전히 치명적인 오점이므로, 미혼모가 되기보다는 자살이나 영아살해 쪽을 선택한다. 어떤 형벌도 그녀들에게 낙태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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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설득하는 것은 대개 유혹한 남자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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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한시골여자는 곳간 사닥다리에서 일부러 떨어지든가, 계단 위에서 뛰어내린다. 그러나 대부분 효과는 보지 못하고 부상만 당한다. - 638

 

아내가 남편에게 적의를 느끼는 경우에는 상황이 또 달라진다. 아버지에게는 아이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고 부정하고, 아이에게 모든 애정을 퍼부을 수도 있다. 반대로 그 아이를 싫어하는 남자의 씨앗으로 생각하고 증오의 눈길로 바라보기도 한다.

 

앞에서 본 슈테켈의 결혼 첫날밤 이야기에서 H.N. 부인은 곧 임신했으나 그 난폭한 첫날밤의 공포 속에서 수태된 딸을 일생 동안 미워했다고 한다. - 653

 

그녀의 육체에서 생겨난 다른 작은 살덩어리가 자기 속에서 날마다 살쪄가고 있다. 그녀는 신비의 법칙을 부과하는 종의 먹이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런 소외는 그녀를 두렵게 한다. 그 두려움은 입덧으로 나타난다. 이 입덧은 우선 그 시기에 일어나는 위 분비의 변화 때문에 생긴다. 그러나 다른 포유동물의 암컷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반응이 심한 까닭은, 그 원인이 정신에 있기 때문이다.

 

이 반응은 인간 여성에 있어서 종과 개체 사이에 일어나는 투쟁의 예리한 성격을 나타낸다. 여자가 아이를 몹시 원할 때라도 막상 낳아야 할 때가 되면 그녀의 육체는 반항한다. 슈테켈은 신경적 불안상태에서, 임신한 여자의 입덧은 언제나 아이에 대한 어떤 거부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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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들은, 입덧이 임신이나 태아에 대해 반감의 표시일 때는, 심리적 원인으로 그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가르친다H.도이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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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적 허기증·식욕부진·거식증 등은 태아를 보존하려는 욕망과 없애 버리고 싶은 욕망의 중간에서 동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젊은 여성은 심한 구토와 악성 변비로 고생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녀가 나에게 말하기를, ‘태아를 버리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보존하려고 애쓰는 심정이라고 하였다. - 657

 

분만은 때로 24시간 이상을 소요하는가 하면, 2, 3시간만에 끝나기도 하므로 일반화할 수 없다. 어떤 여자들에게는 해산이 일종의 수난이다.

 

이사도라 던컨의 경우가 그렇다....그녀는 이렇게 쓰고 있다.

 

사람들은 스페인의 종교재판에 관해서 제멋대로 떠들어대지만 아이를 낳은 여자는 그런 것쯤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비교해 보면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전혀 멈추지 않고, 가차없이, 그 보이지 않는 잔인한 악마는 내 목덜미를 잡아 누르고 뼈와 신경을 갈가리 찢었다. 이런 고통조차 곧 잊혀진다고 했던가.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눈을 감기만 해도 나의 비명과 신음을 다시 듣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 665

 

해산 때 창조의 힘 같은 것을 느꼈다는 여자도 있다...많은 여자들은, 그와 반대로 자기를 수동적 존재로, 고문으로 괴로움을 당하는 도구처럼 느꼈다. - 666

 

딸에게 젖을 주지 못한 콜레트도 그런 경우이다. 그녀는 평소의 솔직함으로 초기의 모성 감정을 이렇게 쓰고 있다.

 

집 안에 새로 들어온 인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나는 충분한 애정을 담고 바라보았을까?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확실히 나는 놀라며 평소처럼-지금도 그 습관은 여전하다-감탄했다. 나는 아기라는 놀라운 기적의 집합에 경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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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딸에게 바친 세심한 찬미를 무어라고 형용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사랑이라고는 느끼지 않았다. - 668

 

새로운 책임을 두려워하는 어머니도 적지 않았다. 어떤 여자들은 병원에서 즐겁고 걱정 없이 있는 동안에는 아이를 귀엽게 애무해 주지만, 집에 돌아가자마자 아이를 부담스럽게 여기기 시작한다. 수유조차도 그녀들에게는 아무 기쁨을 주지 못하며, 도리어 가슴 모양이 이지러질까 봐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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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녀는 아이가 자기의 힘과 생명과 행복을 빨아 먹고 과중한 노예 노동을 강요한다고 여긴다....그녀들은 자기의 육체·자유·자아 전체를 위협하는 이 작은 타인을 적의를 품고 바라본다. - 669

 

불감증이거나 성적으로 만족을 얻지 못하고 우울한 여자가 아기에게서 친한 친구, 온정, 자극을 얻어 불만과 우울을 잊으려고 해도 언제나 실패한다. - 670

 

가장 참기 괴로운 것은 그녀가 자기의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척할 수도 없었다...아이들에게 줄 따뜻한 입김이 더는 그녀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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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이를 자기 품에 안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이가 발치에 누워 있는 동안에도 그녀는 냉담하였다. - 671

 

이와 같은 예는 모성본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모성본능이란 말은 어떤 경우에도 인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어머니의 태도는 그녀의 상황 전체에 따라, 그녀가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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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확실히 불리하지만 않다면 어머니가 아이에게서 자기를 풍요롭게 하는 무엇을 발견하는 것도 사실이다. - 672

 

아기는 아무 가치도 지니지 않고, 아무 가치도 줄 수가 없다. 아이를 앞에 둔 여자는 오로지 혼자이다. 그녀는 자기가 주는 것에 대해서 아무 보상도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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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량은 남자들의 한없는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모성의 종교가 어머니는 모두 모범적이라고 선언하면, 기기에서 속임수가 시작된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헌신은 모두 완전힌 진정 속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보통, 모성이라는 것은 나르시시즘·타애주의·모상·성실·기만·헌신·쾌락·멸시의 기묘한 혼합이다. - 675

 

우리의 풍습은 아기에게 대단히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를 어머니에게 몽땅 맡기는데, 그 어머니는 거의 언제나 욕구불만에 빠져 있다. 그러한 여자는 성적으로 불감증이거나 욕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남자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 그러한 여자는 세계와 미래에 몸 붙일 곳이 없다. 그녀는 아기를 통하여 욕구불만을 보상받으려고 한다. 현재 상황이 얼마나 여자의 자기실현을 가로막고 있는지 안다면, 얼마나 많은 욕망·반항심·자부심·요구가 그녀의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지 이해한다면, 그들은 무방비 상태인 아기가 그러한 여자에게 맡겨지는 것에 공포를 느낄 것이다.

 

그녀가 인형을 어르고 못살게 굴던 때처럼, 이 행동은 상징적이다. 그러나 이런 상징은 아기에게 가혹한 현실이 된다. 자기 아이를 채찍질하는 어머니는 단지 아이를 때리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녀가 때리는 것은 아이가 아니다. 그녀는 남자에게, 사회에게 또는 그녀 자신에게 복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구타를 당하는 것은 아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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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의 이와 같은 잔인한 양상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위선적인 수치심에서 악한 어머니라는 개념은 살짝 밀어 두고, 계모라는 유형을 만들어 냈다. 죽은 선량한 어머니의 아이를 학대하는 것은 계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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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르 르나르의 <홍당무>이래로 이런 어머니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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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에 묘사된 인물이 다소 예외적으로 보이는 것은 대다수의 여자들이 도덕심과 예의에서 자기들의 자연스러운 충동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억압된 것은 싸움·손찌검·분노·모욕·처벌 등을 통해서 번개처럼 표출된다.

 

전적으로 가학성향의 어머니는 젖혀 놓더라도, 유별나게 변덕스런 어머니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그녀들이 좋아하는 것은 지배이다...아이가 성장해도 그녀들은 조그만 노예가 맹목적으로 복종하기를 바란다. 이런 어머니는 허영심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를 재주 부리는 동물처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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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이를 통하여 하나의 상상적인 존재를 만든다. 이 존재가 자기를 훌륭한 어머니로 대접하고 그 은혜에 감사할 것이며, 그로 인해 자기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

 

코르넬 리가 자기 아이들을 내 보이면서 이것이 나의 보배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을 때, 그녀는 후세에 가장 좋지 못한 실례를 남기고 말았다. 너무도 많은 어머니들이 이 자존심에 가득찬 몸짓을 언젠가는 해 보이겠다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다. .이 목적을 위하여 살과 뼈로 된 작은 개인을 주저없이 희생시킨다. - 676

 

상당히 흔하고 또 아이에게 좋지 못한 다른 태도는 자학적인 헌신이다. 어떤 어머니들은 마음의 공허를 보상하기 위하여 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기의 증오를 벌하기 위하여 스스로 자녀들의 노예가 된다. 그녀들은 병적인 불안을 한없이 키워간다. 아이가 자기들 곁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그녀들은 용서하지 못한다. 그녀들은 일체의 쾌락과 개인 생활을 단념한다. 그렇게 해서 희생자의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희생을 이유로 그녀들은 아이에게 일체의 독립을 부인할 권리를 얻는다.

 

슬픈 어머니는 자기의 고통을 가학적인 무기로 삼는다. 어머니의 이런 체념은 아이에게 죄의식을 안겨 주고, 그 죄의식은 아이의 일생을 무겁게 짓누른다...때로는 구타로, 때로는 눈물로 아이를 죄인으로 만든다. - 678

 

여자가 남자에게 부여하는 위신과 남자들이 구체적으로 장악한 특권 때문에 많은 여자들은 아들을 원한다...여자들은 영웅낳기를 꿈꾼다. 이 영웅은 당연히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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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세우지 못한 집, 탐험하지 못한 나라들, 읽지 못한 책, 그것을 아들이 줄 것이다. 그녀는 아들을 통하여 세계를 소유할 것이다. - 680

 

아들이 무한하기를 바라면서도 자기 수중에 꼭 잡아두고 싶어하고, 온 세계를 지배하면서도 자기 앞에 무릎 꿇기를 희망한다. - 681

 

자기 생애에 만족하여 딸에게서 자기를 다시 한 번 구현하려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사내아이가 아니라고 실망하지 않고 딸을 받아들이는 여자들도 있다. 이런 여자들은 딸에게 자기가 했던 경험, 또는 자기가 못보지 못했던 기획까지 주고 싶어한다. 자기 딸에게 행복한 청춘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

 

콜레트는 이처럼 균형이 잘 잡힌 너그러운 어머니의 한 초상을 묘사하였다. 시드는 딸을 자유롭게 키우며 사랑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서 기쁨을 이끌어 내므로, 딸에게 무엇 하나 요구하지 않고 바라는대로 모두 들어준다. - 681

 

진정한 정신적 갈등이 생기는 것은 소녀가 성장했을 때이다...딸은 어머니에게 반항하여 자주성을 확립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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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에게서 맛보는 쾌감, 즉 자리를 절대적으로 우세하다고 느끼는 것, 이런 쾌감을 여자는 아이들, 특히 딸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다. 이런 특권이나 권위를 버려야 한다면 그녀는 자기가 훼손당했다고 느낀다. 정열적인 어머니든지 냉정한 어머니든지, 아이의 독립은 어머니의 희망을 좌절시킨다. - 683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두 가지 편견은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 명백하다. 우선 모성애라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 여자를 충분히 만족시킨다는 생각이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불행하고 히스테릭하고 불만스런 어머니가 얼마든지 있다. 열두 번 이상이나 출산한 톨스토이 부인의 예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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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25, 한순간 흥분한 뒤에 그녀는 이렇게 썼다.

 

나는 모든 것을 원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단지 아기를 돌보고, 먹고, 마시고, 잠자고,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할 뿐이다. 결국은 이것이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슬퍼지고 어제처럼 울고 싶어진다. - 686

 

아이가 여자의 만병통치약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동시에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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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울증이나 신경병에 걸린 여자에게 아이 갖기를 치료법처럼 권장하는 것은 범죄이다. 그것은 여자와 아이를 모두 불행하게 한다. 균형 잡히고 건전하며 자기의 책임을 자각하는 여자만이 현명한 어머니가 될 수 있다. - 687

 

세상에서 여자에게 주는 경멸과 어머니에게 주는 존경이 양립한다는 것은 괴상한 아이러니이다. 여자에게 일체의 공적 활동을 금지하고 남성의 직업에 손을 못 대게 하여 모든 영역에서 여자의 무능을 공언하면서, ‘인간 형성이라는 가장 어렵고 가장 중대한 기획을 여자에게 맡긴다는 것은 모순으로 가득찬 범죄행위이다. - 688

 

사생활이 가장 풍부한 여자야말로 아이에게 가장 많이 주고 가장 적게 요구한다. 노력과 투쟁 속에서 참다운 인간의 가치를 획득하는 여자야말로 가장 좋은 교육자일 것이다. - 690

 

어머니가 된 미혼자는 아직도 경멸을 받는다. 그러므로 어머니가 찬양을 받는 것은 결혼했을 때, 즉 남편의 종속물일 때에 한해서뿐이다. - 691

 

우선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여자의 화장에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부인의 사회적 품위(생활수준, 재산, 그녀가 속해 있는 환경)를 나타낸다. 동시에 여자의 나르시시즘을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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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풍습은 이처럼 여자에게 자기의 이미지에 자기를 몰입시키도록 권장한다. 남자의 의복은 그의 육체와 마찬가지로 그 초월을 표시해야 하고, 남의 시선을 끌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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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는 사회 자체가 에로틱한 대상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자가 유행을 뒤쫓는 목적은, 자주적인 개인으로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기를 남성의 욕망의 먹이로서 제공하기 위하여 그 초월성을 제거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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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트는 바지만큼 편리하지 못하고, 하이힐은 걷기에 불편하다. 가장 우아한 것은 가장 비실용적인 드레스와 무도화, 가장 상하기 쉬운 모자와 스타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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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자기를 보아 주었으면 하는 어린 소녀들에게 화장은 매혹적인 유희이다. - 693

 

소녀는 꽃장식이나 리본만 꽂으면 자기가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그 신기한 장식과 일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 695

 

여자는 대상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치장하느냐에 따라서 그 본질적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크양말·장갑·모자에 여자가 그토록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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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자는 모양을 낼수록 존경을 받는다. 일자리를 찾을 필요가 절실하면 할수록 번듯한 외모가 더욱 필요하다. 맵시는 무기이며, 간판이며, 호신용 물건이며, 추천장이다. - 699

 

비록 어떤 여자들은 나는 나 자신을 위하여 옷을 입어요하고 확실하게 말하지만, 나르시시즘에도 타인의 시선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앞에서 보았다. - 702

 

선망과 감탄의 눈길이 얼마나 모이는가로 여자는 자기의 아름다움·우아함·, 즉 자기 자신의 절대적인 긍정을 찾는다. 여자는 자기를 보이기 위하여 몸단장을 한다. 자기를 존재하도록 하기 위하여 자기를 보인다. 그로 인해 여자는 괴로운 종속상태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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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여자의 노력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새겨지지 않는다면 무익하다. - 704

 

대개는 원한보다 실망 때문에 애인의 품에 몸을 던지는 여자들이 많다. 그런 여자는 결혼해서 사랑을 찾아 내지 못한다. 그녀가 청순시절에 기대하였던 감각적인 쾌락과 희열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체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결혼은, 여자들에게서 모든 에로틱한 만족을 박탈하고 감정의 자유와 개성을 부인함으로써, 필연적이고 모순적인 논리에 따라 여자들을 간통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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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남편의 품에서는 영원히 불감증으로 머물게 된다. 애인 곁에서라면 그녀는 처녀성을 상실할 때의 괴로움도 수치스러운 굴욕도 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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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보다 더 솔직하고 덜 예민하고 더 유능한 그녀는, 이상적 사랑과 육체적 욕망, 감정과 흥분을 더는 혼동하지 않는다. 그녀가 애인을 만드는 것은 애인을 원하기 때문이다. - 720

 

그녀가 애인에게 끌리는 이유는 많은 경우 그가 남편과 근본적으로 정반대되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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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처녀가 아버지의 집에서 자기를 해방시켜 줄 해방자를 꿈꾸는 것처럼, 결혼생활의 멍에에서 해방시켜 줄 애인을 기다리는 아내도 있다. - 722

 

여자는 남자만큼 성욕을 분출해야 할 일이 없다고 사람들은 주장한다. 이 주장보다 더 불확실한 것은 없다. 욕망을 억압받은 여자들은 화를 잘 내는 아내, 변태 성욕의 어머니, 괴벽스런 주부, 불행하고 위험한 인간이 된다. 아무튼 그녀들의 욕망이 남자보다 희박하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이 쓸데없다고 생각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 724

 

여자가 자기의 사슬에서 해방되는 시기는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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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미 쓸모없게 되었을 때 이 자유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런 반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자가 하는 모든 역할에 예속의 형태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자는 모든 효력을 상실하는 순간에 비로소 노예상태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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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할 것만을 배워 온 여자에게 이제는 아무도 헌신을 요구하지 않는다. 필요치도 않고 쓸모도 없게 된 그녀는 아직 살아가야 할, 아무 희망도 없는 긴 세월을 지켜 보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 759

 

자기 아이를 인간으로서 진정 존경하고, 실패하여도 그의 자유를 인정하고, 무슨 일에나 뒤따르게 마련인 위험을 그와 더불어 책임지는 어머니 762

 

그녀는 자기의 신에게 자기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느끼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 거짓도니 헌신은 가장 무참하게 드러난다. 즉 며느리가 그녀에게서 그 직책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자기에게서 아들을 빼앗는이 외부 여자에 대하여 그녀가 느끼는 적의는 지금까지 종종 거론되어 왔다. - 763

 

그녀는 자기 며느리를 살펴보고, 며느리를 비평하고, 며느리의 새로운 방식에 대해서 하나하나 과거와 습관에 대입시켜, 침입자의 존재 자체를 나쁘게 본다. - 763

 

새로 들어온 여자가 임신했을 때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다툼이 격화된다. ‘아이의 출생은 부모의 죽음이다’...자기 아들 속에 살아 남길 희망했던 어머니는 그때 사형 선고받았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아들에게 생명을 주었다. 그러나 그 생명은 그녀 없이도 계속되어 간다. 이젠 어머니가 아니라 그저 사슬의 한 고리에 지나지 않는다. - 764

 

바늘이나 뜨개바늘로 여자는 서글프게 그날그날의 허무를 짜 나간다. 수채화·음악·독서도 똑같은 역할을 한다. 일거리가 없는 여자는 이 세계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권태를 메우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미래를 열지 못하는 행동성은 반드시 내재의 허무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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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모든 결혼식에 참석하고 장례식도 빼놓지 않는다. 자기 생활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존재에 기대어 살아간다...그녀는 주위를 관찰하고 비평한다. 자기의 무위無爲, 주위 사람들에게 비평과 충고를 흐트려 놓음으로써 보상한다. 요청하지도 않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 769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자에게 가해진 비난에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는 이유를 우리는 이제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여자의 근본적인 신분은 여전히 마찬가지여서, 이 신분이 그대로 여자의 성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773

 

여자는 남성의 권위를 받아들이도록 배웠다. 따라서 자신을 위하여 비판하고 검토하고 판단하는 것을 단념하고, 자신보다도 우월한 계급에 모든 것을 맡긴다. 그래서 남성의 세계는 여자에게 초월적 현실이며 하나의 절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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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자기들이 가는 길에서 거대한 조각상을 만날 때 그것들이 누구의 손으로 만들어졌는지 생각지 않고 공손히 엎드려 머리를 조아린다. 특히 그녀들은 질서이 한 사람의 지도자 속에 구현되는 것을 좋아한다...올림푸스 전체를 통틀어 단 하나의 최고 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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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대상물에 대하여 여자는 권리포기와 무릎을 꿇으려는 유아기의 꿈을 충분히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프랑스에게 블랑제, 페탱, 드골 같은 장군들은 항상 자기들의 편이 되어 주는 여자들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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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남성 세계의 영웅이나 법률에 제공하는 존경은 그녀들의 무력과 무지에서 생긴다. 그녀들은 그 영웅과 법률을 판단이 아니라 신앙으로 인정한다. 신앙은 지식이 아니기 때문에 광신적인 힘을 이끌어 낸다. 신앙은 맹목적이고 정열적이고 완고하고 어리석다. 신앙이 하는 말은 무조건적이며 반이성적이며 반역사적이며, 모든 반증을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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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기 아버지나 형제나 남편이 제시한 우상이 깨어진다면 여자는 공허해져 하늘을 어떻게 섬겨야 할지 모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자는 그 우상을 악착같이 지키려고 한다. 미국 남북전쟁 때 남부인 중에서 노예제도를 열렬히 주장한 것은 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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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행동의 무력함을, 감정을 격렬하게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보상하려고 한다. 승리했을 때는 육식동물처럼 쓰러진 적에게 덤벼들고, 패배 했을 때는 모든 화해에 완강히 거부한다. 그녀들의 이념은 단순한 태도에 불과하므로, 시대에 뒤진 여러 주의·주장을 지키려고 한다...남자는 때로 미소를 지으면서 일부러 여자를 부추기기도 했다. 자기는 자제하면서 자신이 제시한 의견이 광신적인 형태로 여자에게 반영되는 것을 보고 기뻐한다. - 777

 

여자들의 성격을 나타내는 특징의 하나는 체념이다. 예를 들면, 폼페이의 폐허에서 시체를 발굴했을 때, 남자는 하늘을 향해 도전하거나 도망가려고 애쓰는 반항적인 자세로 죽은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여자들은 몸을 굽히고 얼굴을 땅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화산·경찰관·보호자·주인 같은 것에 대하여 자신들이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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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그러운 여성에게서 이런 체념은 관용의 형태를 취한다. 여자는 모두 용서하고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 인간도 사물도 있는 그대로밖에는 달리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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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파괴하고 새로 재건하기보다는 보존하고 수리하고 조정하려고 한다. 혁명보다 타협과 화해를 더 좋아한다.

 

19세기의 여자들은 노동자해방운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소심한 주부들이 플로라 트리스탕이나 루이스 미셸 같은 여자에게, 자기 남편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지 몰도록 애원했는지 모른다! 그녀들은 파업이나 실업이나 빈곤을 무서워하였을 뿐만 아니라, 반항은 잘못이 아닐까 두려워했다. 그녀들은 복종을 위한 복종을 하고, 모험보다는 인습을 택했다. 길거리보다 가정에서 보잘것없는 행복이나마 마련하는 것이 한결 더 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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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자유로운 주체만이 시간을 초월하여 자기를 확립함으로써 모든 파멸을 배격하고 그것과 싸워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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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해방을 믿지 않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자유의 능력을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 생각에, 세상은 보이지 않는 숙명에 지배되므로 그 숙명에 반항하는 것은 주제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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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주면 그녀는 이제 과거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제시된 목적에서 그들의 이익을 인정한다면 그녀들은 남자들 못지않게 대담하고 용감해질 것이다.

 

여자들이 흔히 비난받는 많은 결점, 즉 용렬·옹졸·소심·초라함·게으름·경박함·비굴함은 단순히 여자들에게 앞길이 막혀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여자를 내재 속에 가둬 둔 것은 남자들이다. - 778

 

실제로 인간다운 기획에 참여하게 될 때 여자는 남자 못지 않게 활발하고 효과적이고 묵묵한 태도를 보이며, 또한 어떤 괴로움에도 견뎌낸다. - 781

 

여자는 자기가 굴복하는 것이 본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누구와도 의논한 적 없이 여자가 된 것이다. 여자는 감히 반항할 용기가 없다. 마지못해 복종하는 것이다. 그녀의 태도는 끊임없는 항의이다. 여자의 고백을 듣는 많은 사람들...은 여자의 가장 습관적인 어조가 불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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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차게 불평을 늘어놓는 여자에게 여러 가지 해결법을 제시하여도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녀는 아무것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여자는 자기가 아는 상황에서 그대로 살고 싶어한다. 무력한 분노 속에서 살려고 한다. - 783

 

행동하는 개인은 타인과 마찬가지로 자기도 선과 악에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그는 어떤 이상을 설정하고, 그 이상을 실현시키는 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행동 속에서 모든 해결의 애매성을 경험한다. 정의와 부정, 이익과 손해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자는 누구든 행동 밖에 앉아 있으면서 마음속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생각하는 것조차 거부한다. 선은 실현되어야만 한다. 만약 선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거기에 잘못이 있는 것이며, 죄가 있는 자는 벌해야만 한다. - 784

 

마니교는 선택의 고민을 없앰으로써 정신적으로 안정시킨다...마니교도에게 좋은 곡식과 나쁜 이삭은 분명히 구별되어 있어서 나쁜 이삭을 뽑아 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먼지는 그 자체가 나쁜 것이다. 청결은 더러운 것이 완전히 없는 것이다. - 784

 

그는 입으로는 인구증가의 필요성을 늘어놓으면서도, 영리하게도 자기에게 필요한 이상의 아이는 낳지 않는다. 그는 정조가 있는 아내들을 찬양하면서도 이웃에 있는 남의 아내를 유혹한다...남자들은 스스로 낙태를 범죄라는 것을 법령으로 발표했으나, 프랑스에서는 매년 100만 명의 여자들이 남자 때문에 낙태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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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상황에서 남자는 여자를 상대로 자기의 체면은 조귿모 손상하지 않고 여자에게만 불명예가 되는 공범행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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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자신들이 저지른 부도덕의 모든 결과를 여자에게 넘긴다. 훌륭한 신사들이 사는 화려하고 건전한 궁전을 위하여 하수구가 되는 것은 창녀만이 아니라 여자들 전체이다. - 792

 

모든 인간은 아무리 필사적으로 자기를 부인하려고 해도 역시 주체임에는 변함이 없다. 남자는 여자를 객체로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자기를 객체로 만든다. 여자가 스스로 그렇게 되려는 순간에 그녀는 일종의 자유로운 활동을 개시한다. 여기에 그녀의 근본적인 배신이 있다. 가장 순종적이고 가장 수동적인 여자도 역시 의식적이다. - 793

 

그녀는 과학적 설명보다도 이웃 여자의 험담을 쉽사리 믿는다. 필시 그녀는 인쇄된 책을 존중할 것이다. 그러나 이 존중은 글씨가 씌어진 페이를 따라 미끄러질 뿐 그 내용을 파악하지는 못한다. 이와는 반대로 쇼핑 행렬이나 사교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이야기한 일화는 곧 의심할 바 없는 권위를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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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엇이 진실인가 하는 그 기준을 모른다. 단지 직접적인 경험에만 확실을 두고 있다. 그녀 자신의 경험이라도 좋고, 혹은 충분히 강력하게 주장된다면 다른 사람의 경험이라도 무방하다. - 795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될 수 있는 이론보다도 자기 마음에 일어나는 영감을 믿는다. 그러한 영감은 신이나 세계의 어떤 신비한 정령이 보낸 것이라고 쉽게 인정해 버린다. - 796

 

그녀 역시 그 내부에 초월성을 지닌 실존이기 때문에, 그녀가 갇힌 이 영역을 변형시킴으로써만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798

 

사회가 여자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보상이 있다. 바로 종교이다. 서민에게 그것이 필요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여자에게도 하나의 종교가 필요하다. 어떤 성, 어떤 계급을 내재 속에 가두려면 거기에 초월의 환상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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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경외하면 압박자의 마음속에서 모든 반항심은 질식해 버린다. 그러므로 잘 믿는 여자의 성질을 이용할 수 있다. 여자는 남자의 세계 앞에서 존경과 신앙의 태도를 취한다. - 801

 

여자에게 초월이 거부된다는 사실은 보통 영웅적 행위·반항·해탈·창조와 같은 보다 고차적인 인간의 태도를 여자가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금하는 것과 상관이 있다. - 804

 

여자는 자기 처지의 애매성을 자존심 속으로 도망쳐서 얼버무리지 않는다. 여자는 인간 품위의 가면 뒤에 숨지 않는다. 자기의 자유로운 생각, 자기의 감동, 자기의 자발적 반응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 때문에 여자와의 대화가 그녀의 남편과 대화하는 것보다 훨씬 덜 따분하다. 여자가 남편의 충실한 아내로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서 말을 할 때 그렇다는 소리다.

 

남자는 일반적인 사상을 말한다. 즉 신문에서, 혹은 전문서적에서 읽은 말이나 표현을 지껄인다. 여자는 제한됐지만 구체적인 경험을 전달한다. - 805

 

남성미는 초월성의 표시이고, 여성미는 내재의 수동성을 지닌다. 여성미만이 시선을 멈추도록 되어 있으므로 여자는 거울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자기를 능동성·주체성이라고 느끼고 또 그렇기를 원하는 남자는 응결된 자기의 이미지 속에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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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자기가 객체임을 알고 또 그렇기 되기 때문에 거울 속에서 정말로 자기를 본다고 생각한다. - 811

 

내가 사랑하는 것은 바로 너다라고 마리 바슈키르체프는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고백한다. - 813

 

미모와 인기와 행복을 얻을 수 없는 여자는 자진하여 희생적 인물이 되는 길을 택할 것이다. 그녀는 완강하게 슬픈 어머니나 진실을 인정받지 못하는 억울한 아내가 되려고 고집부린다. 스스로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가 되려는 것이다. 슈테겔이 말하는 우울증에 걸린 여자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H.W부인은 창백한 얼굴에 검은 옷을 입고 자기의 운명을 하소연하기 위해 우리 집에 온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하는 이야기는 슬프기 짝이 없다. 실패한 일생이며 엉망이 된 가정이었다. 처음 그녀가 왔을 때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눈시울이 뜨거워져 그녀와 함께 그냥 울음을 터뜨릴 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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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는 이 비극의 역할에서 위안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라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녀를 활기찬 생활로 끌어들이려는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 817

 

이런 착각은 정말로 정신착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클레랑보가 색정광증을 일종의 직업병으로 간주한 것도 일리가 있다. 자기를 여자라고 느끼는 것은 자기를 욕망의 대상으로서 느끼는 것이며, 사랑 받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사랑받는다는 망상에 거린 열 사람의 환자 중 아홉 명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다. 그녀들이 공상의 연인에게 바라는 것이 자신들의 나르시시즘의 반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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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대단히 우수한 남자의 사랑으로 아름답게 꾸며지고 찬양된다. 여자는 남자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그녀의 매력에 이끌려서 우회적이지만 단호히 그녀에게 자기의 감정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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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런 착란증은 쉽사리 피해망상으로 변한다...나르시시즘의 여자는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정열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녀는 자기가 열렬히 사랑받지 못한다는 명백한 증거를 잡으면, 곧 자기가 미움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타인의 비평을 질투나 원망으로 치부한다. - 824

 

주체이며 자기 자신인 개인이 초월을 향한 고귀한 희망을 품는다면, 그는 세계에 대한 행동력을 확장하려고 노력한다...그러나 비본질적 존재는 자기의 주체성 속에서 절대를 발견할 수 없다. 내재를 운명으로 여기는 존재는 행위를 통해 자기를 실현할 수 없다.

 

여자는 예속의 영역에 갇혀서 유년시절부터 남자의 예속물로서 성장했기에, 남성에게서 지배자를 발견하는 데 익숙하다. 인간으로서의 살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르지 않는 여자가 바라는 것은, 이런 우월적인 존재 중 하나에 대하여 자기의 존재를 초월하는 것이며, 절대적인 주체에 자신을 일체화시켜 그것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완전한 것, 절대적인 존재라고 배워 온 남자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 외에 그녀에게는 다른 방도가 없다.

 

어쨌든 여자가 예속될 수밖에 없다면, 부모나 남편이나 보호자와 같은 폭군에게 복종하기보다는 차라리 신을 섬기는 편이 낫다. 그녀는 자신하여 예속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자기의 예속을 자유의 표현처럼 생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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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육체나 감정이나 행위를 통해서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가장 높은 위치에 올려놓고 최고의 가치와 실재의 존재로서 설정한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자기를 소멸시키려고 한다. - 830

 

자기의 실패한 인생을 선택받은 인간에게 바침으로써 단번에 재기할 기회를 발견했을 때, 그녀들은 이 희망에 정신없이 자기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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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그때까지 어떤 목적도 발견하지 못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며, 연애 이외에는 도망갈 길이 막혔던 것이다. - 831

 

여자는 한 개인을 다른 개인 속에서 재현하기를 원한다. 그것은 그녀가 소녀시절에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며 경험한 것이다. 그녀는 가정 속에 깊숙이 융합되어 수동적인 평화를 경험했다.

연애는 그녀에게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더욱이 유년시절도 돌려준다. 그녀가 소망하는 것은 자기 머리 위에 있는 지붕을, 세계 한가운데 버려진 자기를 보호해 주는 네 벽을, 그녀의 자유에서 그녀를 지켜 주는 법률을 발견하는 일이다. - 832

 

자네가 연구한 신경쇠약증 환자는 이 태도를 누구보다 뚜렷하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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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심하고 맹목적으로 복종할 만한 사람, 그리고 나를 신뢰하고 내가 어떤 실수도 피하게 해 주며, 친절하게 넘치는 사랑으로 완성을 향하여 나를 이끌어 줄 사람을 찾고 싶다.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의 이상적인 사랑을 나는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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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품속에 완전히 안겨서 그의 보호 속에 아주 작게 웅크려 완전히 그의 것이 되어, 더는 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례에서 우리가 이미 증명한 것처럼, 이 자기소멸의 꿈은 실제로 존재하려는 격렬한 의지이다. 모든 종교에서 신에 대한 숭배는 신장에게는 자기구원의 염원과 일치한다. - 833

 

종교적 사랑이 그런 것처럼, 인간적 사랑의 최고 목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가치의 척도와 세계의 진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의식 속에 있다. 따라서 애인에게 봉사하는 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여자는 그의 눈을 통해서 보려고 한다. 그가 읽는 책을 읽고, 그가 좋아하는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며, 그와 같이 보는 경치와 그에게서 들은 사상에만 흥미를 기울인다. 그녀는 그의 우정과 적의와 의견을 그대로 자기의 것으로 한다. 그녀가 자기 마음에 물어보거나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의 대답이다. - 842

 

연애하는 여자의 최고 행복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그의 일부분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그녀는 그의 위신을 나눠 갖고 그와 함께 세계의 나머지 부분에 군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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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필요한 목적을 향해 자신을 투사하고, 그녀에게 필요한 세계를 회복시켜 주는 절대적 존재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에서, 여자는 자기 원리를 포기하는 대신 굉장한 소유를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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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랑하고 사랑을 받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이상, 그녀는 이것으로 완전한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평화와 행복을 맛본다. - 843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우연성, 즉 상대의 결점, 한계, 그리고 천성적인 무상성無償性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진정한 사랑은 구원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844

 

진정한 연애란, 반드시 두 자유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한다. 이때 두 사람은 모두 서로를 자기 자신처럼 또는 타자처럼 느끼고, 어느 한편에서도 자기의 초월을 버러지 않고 또 자기를 불구로 만드는 일 없이 함께 세계 속에서 가치와 목적을 발견할 것이다. - 861

 

여자는 무릎을 꿇고 사는 데 습관이 되어 있다. 그녀들은 대개 남성들이 옥좌에 앉아 있는 천국으로부터 자기에게 구원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 863

 

프랑스 법전은 이미 아내의 여러 의무 중에서 복종을 제외시켰기에 여자도 시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시민으로서의 자유도 경제적 자립을 수반하지 못했을 때는 허울 좋은 간판에 불과하다...남자에게 부양되는 여자는 투표용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남자에게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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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 사이의 거리를 대폭 좁힌 것은 노동이다. 노동만이 여자에게 실질적인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다. 여자가 기생물이 아니게 되면서 여자의 의존성을 토대로 세워진 제도는 붕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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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품팔이하는 여자가 호텔의 홀 바닥을 닦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난 누구에게 무엇을 도와 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오로지 혼자 힘으로만 살아 왔지그녀는 록펠러처럼 자립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 874

 

남자가 노예가 아닌 대등한 사랑을 한다면 우월감이나 열등감이 없는 남자들이 그렇게 한다 여자도 여자다워야 한다는 걱정을 지금만큼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자는 기기서 자연스럽고 담백해질 것이다. 요컨대 그녀는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에 그다지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 881

 

남녀 두 사람이 서로 대등하다고 인정한다면 사디즘이나 마조히즘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남자나 여자 어느 쪽이든 약간의 겸손과 얼마간의 관용이 있으면 곧 승리나 패배의 관념은 사라진다. - 888

 

남성과 같이 독립을 쟁취한 여자는 자주적이며 능동적인 남자들과 성적으로 교제를 한다는 커다란 특권을 얻는다. 자주적이며 능동적인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자기 생활에서 기생적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며, 자기들의 약점과 욕망의 요구에 따라 상대 여자를 속박하지도 않을 것이다. - 891

 

여자는 남자 앞에서 주체로서 대항하여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이 부여된 객체로서 일어선다. - 917

 

오늘날에는 승리와 패배의 관념이 교류의 관념으로 바뀌어, 성적으로 균형이 잡힌 많은 남녀 연인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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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가 다 진정한 자존심에서 생기는 총명한 겸손으로 자기 조건의 애매성에서 살아간다면, 그들은 서로를 동류로서 인정하는 우정으로 성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