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이는 짐마차에는 그 커다란 마차에 어울리지 않는 작고 야윈 농사꾼의 말이 매여 있었다. 그는 이런 종류의 말을 많이 보아 잘 알지만, 이런 말은 가끔 장작과 건초를 산더미처럼 싣고 가다가 바퀴가 진흙탕에 빠지거나 하면 금세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진맥진하는 조랑말로, 그럴 적마다 농부에게 콧등과 눈을 회초리로 매섭게 얻어맞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말이 불쌍해서 곧잘 울먹였기 때문에, 어머니가 그를 창가에서 떼어내 다른 데로 데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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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마차에 올라탄 두 젊은이는 미코르카에게 합세하려고 곧 채찍을 들었다. “이랴!”하는 고함 소리에 야윈 말은 있는 힘을 다해 끌려고 했으나, 달리기는커녕 발을 내딛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아 비실거리며 걸음을 헛디딜 뿐이었다. 내리치는 채찍에 얻어맞아 신음하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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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하고 라스콜리니코프는 아버지를 불렀다. “아빠, 저 사람들 무얼 하고 있는 거야! 왜 가엾은 말을 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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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소년은 저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사람들을 헤치고 죽어넘어진 암말에게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피투성이가 된 말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그 눈과 입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조그만 주먹을 움켜쥐고 미코르카에게 덤벼들었다.
-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가운데
동생이 해준 이야기가 있어요. 한번은 우리 도시로 독일군 포로 행렬이 지나갔는데, 동생이 또래 남자애들이랑 어울려 포로 행렬에 대고 고무총을 쏘았나봐요. 그걸 우리 어머니가 보시고는 동생 뺨을 때렸소. 그 포로들이란 게, 히틀러가 최후 수단으로 징집한, 아직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들이었던거요.
동생은 그때 겨우 일곱 살이었지만 우리 어머니가 그 어린 독일군 포로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운데
주교는 괴로움에 신음하는 사람 위로, 죄를 회개하는 사람 위로 몸을 구부렸다. 세상은 그에게 하나의 큰 질병처럼 생각되었다...하느님의 창조물이 겪는 무서운 광경은 그의 마음에 연민의 정을 깊게 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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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황금을 캐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교는 연민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하고 있었다.
- 빅또르 위고, <레미제라블> 가운데
http://www.naturalhistorymag.com/features/292422/bonobo-bl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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