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여성.가족/성.여성.가족-여러가지

여성이라는 계급(신분), 그리고 법과 규칙

순돌이 아빠^.^ 2016. 1. 4. 09:19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잔디밭을 가로질러 재빨리 걷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웬 남자의 모습이 솟아올라 갑작스럽게 나를 가로막았습니다...그의 얼굴은 경악과 분노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를 도운 건 이성보다는 본능이었지요. 그 사람은 교구(敎區) 관리였고 나는 여자였습니다.

 

이곳은 잔디밭이었고 인도는 저편에 있었습니다. 이곳은 대학의 특별 연구원이나 학자들에게만 허용된 장소였으며 내게 적합한 곳은 저 자갈길이었습니다...내가 길로 접어들자 그 관리는 팔을 내리며 평상시의 평온한 표정을 되찾았습니다. 사실 걷기엔 자길길보다는 잔디밭이 더 낫고, 그렇다고 잔디밭이 크게 손상된 것도 아니었지요.

 

...

 

실제로 여기서 나는 도서관으로 이르는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틀림없이 문을 열었을 겁니다.

...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내게 돌아가라고 손짓하며 여성이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소지해야 한다고 유감스럽다는 듯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

모든 보물을 안전하게 가슴속에 간직한 채 그 장엄하고 고요한 도서관은 평온하게 잠자고 있었으며, 나와 관련해서 그것은 영원히 그렇게 잠잘 것입니다. 분노에 차서 계단을 내려오며 다시는 이 메아리들을 깨우지 않으리라, 다시는 호의적인 수락을 요청하지 않으리라고 맹세했으니까요.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가운데

 

 

 

 

http://failedmessiah.typepad.com/.a/6a00d83451b71f69e201b7c7a9b8fc970b-popup

 

 

 

 

지배자가 피지배자들이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정합니다.

법이고 규칙이지요.

 

남자는 여자가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고

일본인은 조선인이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고

백인은 흑인이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지요

 

 

만약 남자가 만든 규칙을 여자가 어기려고 하면

남자는 경악하고 분노합니다

여자가 다시 규칙을 지키려고 하면

평온을 되찾고 온화해 질 수도 있겠지요

 

가만히 따지고 보면 그 규칙을 지키거나 안 지키거나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별 문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자가 얼굴을 드러내 놓고 길거리를 다닌다고

남자의 얼굴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큰 소리로 말한다고 해서

남자의 고막이 상하거나 귀에 고름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남자가 만든 규칙이니 지키라고 하는 것이고

규칙을 어기면 처벌 받을 각오를 하라는 거지요

실제로 많은 여자들이 규칙을 어겼다고 해서

욕 먹고 두들겨 맞고 감옥에 갇히고 살해되기도 하지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날 때는 물론이요 손해가 나지 않더라도

피지배자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지배자는 분노하고 증오하고 죽이고 싶어하는 겁니다

 

 

 

 

 

 

왼쪽 : 백인용, 오른쪽 : 유색인용

http://failedmessiah.typepad.com/.a/6a00d83451b71f69e201b7c7a9b8fc970b-pop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