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발레 공연을 보고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출출하고 그래서 동네 편의점에 들어가서 컵라면을 샀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자리에 앉아 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처럼 보이시는 분이 손에 도시락을 들고 제 앞에 와서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이거...유통기한이 오늘 낮 2시까지라서...혹시 이거 드실래요...어차피 버려야 하는 거라서...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물론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낼름 받아 먹었죠.
먹으면서 생각해 보니...그 편의점 안에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저한테만 도시락을 주셨던 이유가 뭘까 싶더라구요. 불쌍해 보이거나 없어 보여서인 것도 같더라구요.
그동안 살면서 사람들이 저를 불쌍하거나 없이 본 경우가 여러 번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게 여러 번이니 실제로는 더 많았을 수도 있겠지요.
괜히 돈을 준다거나, 옷이나 신발을 사 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밥을 먹거나 하면 괜히 제 앞에 고기 같은 것을 많이 놓아주기도 하고 그랬지요.
저는 괜찮은데...그 돈이나 옷이나 신발 없어도 잘 살아요. 겨울에 추우면 옷은 껴 입으면 되고, 신발에 바람이 숭숭 통하면 시원해서 좋잖아요. 고기는 눈 앞에 있어도 입맛에 잘 안 맞아서 많이 먹진 않아요.
아무튼 특별히 의도한 거는 아닌데 불쌍해 보이거나 없어 보여서 손해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오늘도 없어 보이는 덕분에 평소에 먹어보지 못했던 훈제오리고기를 먹었어요. 게다가 흑미가 들어간 밥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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