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잠 귀가 밝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그런 줄 알았지요.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해 생각을 좀 더 하게 되면서 제가 잠 귀만 밝은 게 아니라, 아빠의 폭력 때문에 예민하고 긴장을 많이 하며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자다가도 집 밖에서 누군가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부터, 시계 소리, 가습기 돌아가는 소리, 순돌이 왔다갔다하는 소리, 음악을 틀지 않았지만 스피커에 전원이 들어와 있을 때 나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거에요.
자다가 듣다가, 들리다가 자다가 뭐 그런 걸 반복 했지요.
거기에 더해서 테레비가 꺼져 있어도 전원이 들어와 있으면 나오는 작은 불빛, 노트북 전원 불빛, 스피커 전원 불빛 등이 눈에 거슬려서 자다가 깨기도 하면서 살았어요.
사실...제가 이런 상태라는 걸 생각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요. 그냥 늘 그랬으니까 그런 줄로만 알았지요. 아침에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고, 때론 신경이 날카로워져도 원래 나는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러다 도저히 안돼서 수면용 귀마개와 안대를 샀어요. 요즘은 매일 안대와 귀마개를 하고 자요. 그랬더니...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작은 불빛이나 소리들이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거에요.
테레비 전원은 뺐는데 노트북 전원은 안 빼고 잤구나...아이 귀찮아...
소리가 달라진 걸 보니 가습기가 돌아가다가 꺼진 거는 아니고 물이 다 됐나 보다. 지금 일어나서 물을 채우기는 귀찮고 아침에 일어나면 해야 겠다.
어...순돌이 발자국 소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불안정하네...무슨 일이 있나...귀찮지만 일어나봐야겠다.
자면서 이런 생각들을 안 하게 된 거에요. 쉬하고 싶을 때만 깨고 나머지는 그냥 자요.
왜 진작 안대와 귀마개라는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는지...아니 그보다 먼저 저의 상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폈더라면 잠도 더 잘 자고, 그러면 다음날 덜 피곤하고, 덜 피곤하면 더 즐거웠을 텐데...싶어요.
그러고보니 때로는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그 까닭을 알거나 그 방법을 알면 작은 것이 큰 것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인생도,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불편하고 힘들어도 그냥 늘 그랬으니까, 원래 그런 거니까 하면서 세월이 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불편하고 힘들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게 익숙해질 때도 있구요.
가만히 느껴보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이끌어가는
그런 멋진 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
'이런 저런 것들 > 스치는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토벤, 의지, 변화 (0) | 2017.12.08 |
---|---|
바늘귀를 꿰며 (0) | 2017.12.03 |
불쌍해 또는 없어 보이는 것의 장점 (0) | 2017.11.26 |
더 많은 삶이 (0) | 2017.11.22 |
우리에게 뭔가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0) | 2017.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