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복이 오래 돼서 그런지...그리 험하게 입은 것도 아닌데...여기저기 살짝 튿어지고 구멍이 나려고 합니다. 천이 낡아서 옷을 걸치려고 몸을 밀어넣으면 쭈욱 하고 찢어지던 옷들을 생각하면 아직은 상태가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냥 놔두면 더 큰 일로 번질 것 같아서 아침 밥 먹고 바늘을 손에 들었습니다. 실을 바늘에 꿰려고 하는데....이런...눈이 어른거리면서 잘 안 들어가는 거에요. 두 어 번 애를 쓰고서 바늘귀를 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더라구요.
휴~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은 두 어 번 애를 쓰면 꿸 수는 있으니 말이야.
제가 어릴 때 제 주변의 여자 어른들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남자 어른들에게서는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구요.
야야, 인자 눈이 침침해서 이것도 몬하것네. 니가 좀 해 바라.
아이고 내가 벌써 바늘귀도 못 꿸 나이가 됐나 보다
저 또한 어느새 벌써 그런 나이가 돼고, 그런 것도 잘 못할 상태가 되어가나 봅니다. 험하게 입지 않아도 세월이 흐르면서 운동복이 조금씩 튿어지고 낡아가듯이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입고 있는 내복의 목부위(?)가 어느새 가슴까지 추룩 내려와 있습니다. 몸을 덮고 가려야 할 내복 밖으로 저의 속살이 살짝씩 비치기도 합니다. 아마도 실과 실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서 그런가 봅니다. 그리 험하게 입은 것 같지 않은데, 어느새 세월이 흐르고 내복도 약해지고 처지고 기운이 없어지나 봅니다.
그래도 아직은 애써 노력하면 바늘귀를 꿸 수 있는 제 눈과
그래도 아직은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입고 나갈 수 있는 운동복과
그래도 아직은 안 입는 것보다는 입는 것이 보온에 도움이 되는 내복에게
긴 세월 함께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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